박원순 시장이 털어놓은 평양 정상회담 수행 소회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18∼20일 열린 남북 정상회담의 특별 수행원으로 평양을 방문하면서 느낀 소회를 공개했다. 유럽 3개국을 순방 중인 박원순 서울시장은 30일(현지 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북한은 훨씬 더 많이 변화하고 있다"며 "우리도 안 한 첨단 산업을 (북한이) 삽시간에 선도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가 잘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19일 평양 남북 정상회담 때 옥류관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19일 평양 남북 정상회담 때 옥류관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평양 사진공동취재단
박 시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북한의 매스게임을 보고 "평양시를 잘 보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박 시장은 "1만명 넘는 사람이 장면 하나를 바꾸는 데 30초도 안 걸리더라"며 "북한에서만 볼 수 있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기자가 "매스게임에 불편함을 느끼는 분들도 있다"고 지적하자 "처음이니까 그런 게 있을 수밖에 없다"며 "서로 만나다 보면 조금씩 해결돼 갈 것"이라고 답했다.

박 시장은 북한의 '경쟁력'에 대해서 "만만하게 볼 게 아니다"라고 했다. 중국 예를 들며 "우리는 카드 수수료를 없애려고 하니 카드 회사들이 상당히 저항하지만, 중국은 위챗과 알리페이를 바로 하고 있지 않느냐"며 "북한에서 4차 산업혁명, AI 등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면 선진국을 따라잡을 역량이 충분하다"고 했다. 박 시장은 현지에서 한 북한 간부에게 "20년이면 북한이 경제적으로 중국을 따라잡지 않겠느냐"고 말했던 일화도 소개했다. 당시 해당 간부는 "여명 거리를 보라. 10년이면 된다"고 답했다고 한다.

박 시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인기가 매우 높았다고 소개했다. "사람들이 김여정의 팬클럽 회장을 하겠다고 난리였는데, 임종석 비서실장이 외모 패권으로 (팬클럽 회장에) 당첨됐다"고 했다. 또 "김여정이 실무적인 일을 다 하더라"며 "(김정은·김여정) 남매가 없으면 북한이 걱정된다"고도 말했다.

회담 첫날인 18일 만찬 당시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은 박 시장에게 삼양동 옥탑방 체험을 물어봤다고 한다. 리 위원장은 지난 2010년 3월 26일 천안함 폭침을 기획·주도한 김영철 전 정찰총국장(현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심복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박 시장은 리 위원장이 자신에게 3선 축하 인사를 건네며 "옥탑방에서 땀 좀 흘렸죠?"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박 시장은 특히 남북 두 정상이 카퍼레이드를 할 때 우리 측 주영훈 경호처장이 운전석 옆좌석에 앉은 데 큰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유사시 우리 경호처장이 누구를 보호하겠느냐"며 "신뢰가 없다면 남측 경호처장을 운전석 옆에 앉힐 수 없는데, 이는 어마어마한 상징적 사건"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 시 어떻게 할 거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며 "북한에서는 15만명이 나왔는데, 우리는 동원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동원은커녕 태극기 부대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0/02/201810020026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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