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이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북한 철도·도로 현대화 사업을 하려면 최소 43조원이 필요하다고 야당 의원이 추산했다. 국회 예산정책처를 통해 입수한 철도시설공단 자료와 국토교통부 도로 건설 단가표를 근거로 계산한 수치다. 토지와 공사 인력은 북한이 무상 제공한다고 가정해도 이런 천문학적 금액이 나왔다고 한다. 북한의 철도·도로가 워낙 낙후돼 있어 개·보수 정도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북한 철도는 최고 시속이 평균 45㎞에 불과하고, 복선화율은 2% 남짓에 그친다. 도로 포장률은 10% 미만이다. '판문점 선언'엔 '현대화'라고 돼 있지만 사실상 다 새로 놓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 일이 실제 벌어질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하게 된다면 전부 우리 국민 세금으로 부담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가 지금껏 내놓은 숫자는 내년에 들어간다는 2951억원이 전부다.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 뻔한데 고작 1년치 비용만 공개했다. 통일부는 43조원 건설비가 "부풀려졌다"면서 "구체적인 비용 추계는 현지 조사 등이 이뤄진 후에 나올 것"이라고 했다. 얼마가 들어갈지 추계조차 안 했다니 이것을 믿어야 하나. 정부는 국회가 '판문점 선언'을 비준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국민 부담이 될 금액이 얼마가 될지는 "모른다"고 한다. 국민 부담이 얼마가 될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비준하나.

정부가 불리한 수치는 "모른다"고 한 게 처음도 아니다. 대선 공약인 공무원 17만명 증원에 대해서도 지난해 국회에서 채용 후 퇴직할 때까지 향후 30년간 필요한 예산이 얼마냐고 물었더니 정부는 "추계를 안 해봤다"고 했다. 이미 국회 예산정책처는 327조원, 시민단체는 419조원이 든다고 추산했다. 정부·여당은 그때도 "과도하게 부풀려졌다"면서도 어떤 계산이 어떻게 잘못됐는지는 묵묵부답이었다.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가 국민의 삶을 전(全) 생애 주기에 걸쳐 책임져야 한다"면서 국정 목표로 삼겠다고 발표한 '포용 국가 ' 구상도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갈 텐데 누가 얼마나 부담하는지는 빈칸으로 남겨놓았다. 문재인 케어, 아동수당, 기초연금, 근로장려금(EITC) 등 세금 쏟아부어 가짓수 늘리고, 국민 부담 키운 각종 복지 정책들의 재원 조달이 20년, 30년 뒤에도 가능한지 장기 추계를 정확히 밝히지도 않는다. 불리한 계산서는 뒤로 감추고 화려하고 듣기 좋은 말은 넘쳐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0/01/201810010338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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