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선거 유세때 외교성과 과장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달 29일(현지 시각) "나는 김정은과 사랑에 빠졌다(we fell in love)"고 말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자신의 외교 성과를 과장되게 얘기하다 급기야 북한 김정은과 '사랑'까지 언급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웨스트버지니아주(州) 윌링에서 열린 중간선거 지원 유세에서 "부유한 나라들, 사우디아라비아나 일본·한국과 같은 나라에 우리가 왜 군사 보조를 해야 하느냐"며 미군 주둔 분담금 문제를 언급하다 갑자기 생각난 듯 "그런데 우리는 정말 북한과 잘하고 있다. 이건 꼭 말해야겠다"고 화제를 돌렸다. 트럼프가 북한 문제를 언급하자 지지자들이 환호성과 함께 박수를 쳤고, 트럼프는 잠깐 연설을 멈추고 박수를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9일(현지 시각) 미 웨스트버지니아주(州) 윌링에서 열린 중간선거 지원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그는 이날 자신의 북한 관련 외교 성과를 자랑하다가 “나는 김정은과 사랑에 빠졌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9일(현지 시각) 미 웨스트버지니아주(州) 윌링에서 열린 중간선거 지원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그는 이날 자신의 북한 관련 외교 성과를 자랑하다가 “나는 김정은과 사랑에 빠졌다”고 말했다. /AP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그(김정은)를 좋아하고, 그도 나를 좋아한다"며 "우리는 먼 길을 왔다"고 했다. 그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모른다"면서도 "우리는 또 정상회담을 할 것이다. 김정은은 또 다른 정상회담을 원한다"고 했다. 자신의 외교 성과를 자랑하면서 2차 미·북 정상회담을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그는 그러면서 "나는 (김정은에게) 무척 거칠었고, 그도 그랬다. 우리는 그렇게 (언쟁을) 주고받았다"며 "그런 뒤 우리는 사랑에 빠졌다. 오케이(okay?)"라고 했다. 이에 일부 청중이 웃음을 터트리자 "진짜다. 그는 나에게 아름다운 편지를 썼고, 그건 훌륭한 편지였다"며 "우리는 사랑에 빠졌다"고 재차 말했다. 김정은이 미·북 정상회담을 요청하며 보낸 편지들을 마치 자신에게 애정을 구하는 연애편지처럼 포장한 것이다.

그는 자신의 '김정은 사랑' 발언이 논란이 될 것을 의식한 듯 기자들이 있는 방향으로 손가락질을 하며 "그들(언론)은 '오, 트럼프가 사랑에 빠졌다고 했어. 끔찍해 끔찍해. 정말 대통령답지 않아'라고 할 것"이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처럼 보이는 건 쉽다"며 A4 용지를 들고 읽는 흉내를 내며 "신사 숙녀 여러분 만나서 반갑습니다"라고 읽으면 된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나를 처음 만나서 '미국의 최대 문제는 북한'이라고 했다"며 "다행히 (전쟁 직전에) 오바마의 임기가 끝났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과 30마일(48㎞) 떨어진 서울에 3000만명이 살고 있고, 수백만명이 (전쟁으로) 죽을 뻔했다"고 했다. 서울의 인구를 3000만명이라고 과장한 뒤 자신이 취임해 전쟁을 막았다고 자랑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독재자들에게 '애정'을 표시한 것은 하루 이틀 얘기가 아니다. 지난해 2월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 미 폭스뉴스 사회자가 "푸틴은 살인자"라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살인자는 미국에도 많다. 미국은 결백한가?"라며 "나는 푸 틴을 존경한다"고 했다. 지난해 11월엔 캄보디아의 독재자 훈센 총리가 아세안 정상회담 장소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나도 가짜 뉴스와 싸우고 있다"고 하자 그는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함께 사진을 찍기도 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3월 연임 제한 규정을 폐지하고 영구 집권의 길을 닦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는 이제 평생 대통령이다. 굉장하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0/01/201810010026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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