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건군(建軍) 70주년이다. 1948년 한반도 유일의 합법 정부 수립과 더불어 탄생한 국군의 역사가 바로 대한민국의 역사다. 6·25전쟁에서 사망·부상·행방불명된 국군 99만명의 선혈(鮮血)이 이 나라를 지켰다. 그러나 건군 70주년 생일상은 어느 때보다 초라하다. 10년 단위 건군 행사에서 시가행진이 생략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신 가수 싸이와 걸 그룹이 축하 공연을 한다. 지난 2월 북한이 70번째 건군절을 맞아 이동식 ICBM까지 과시하는 대규모 열병식을 개최한 것과 대조된다. 국군의 날 행사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국군이 평양 정상회담 부속 남북 군사 합의와 국방 개혁 2.0으로 중대한 전력(戰力) 약화 위기를 맞았다는 점이다.

국방 개혁안은 현재 62만명인 병력을 2022년까지 50만명으로 12만명 줄이는 대신 첨단 무기를 강화해 그 공백을 메운다는 게 핵심이다. 당시 국방부는 북핵 미사일을 막을 '3축 체계'를 발전시킬 것이라고 했었다. 북 미사일을 선제 타격하는 킬 체인(Kill Chain)과 날아오는 북 미사일을 요격하는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북 지휘부를 초토화하는 대량응징보복(KMPR)으로 구성된 3축 체계는 모두 첨단 무기 증강이 필수적이다. 국방부도 2019~2023년 투입될 국방비 270조원 중 94조원을 무기 도입 등에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남북 군사 합의서는 '무력 증강 문제 등을 남북 군사공동위에서 협의한다'고 적어 놨다. 감군(減軍)을 보완할 첨단 무기 증강 여부를 북에 먼저 물어봐야 한다는 뜻이다. 이 정부는 '합의'가 아닌 '협의'이기 때문에 별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할지 모르지만 북이 '일체의 적대행위 중지를 합의했다'며 강하게 반발하면 어떡할 것인가. 남북 합의 이행을 중시하는 문재인 정부가 첨단 무력 확보에 머뭇거린다면 국군은 병력도 줄고 무기도 보강하지 못하는 '이중 전력 약화' 위기를 맞게 된다.

북은 재래식 신무기를 늘릴 경제력이 없다. 그 공백을 핵으로 메우겠다는 계산이다. 북이 비핵화 중대 조치를 한 것처럼 떠들지만 핵탄두와 탄도미사일을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만들고 있다는 게 미국과 유엔의 판단이다. 동시에 북핵 미사일을 감시하고 막을 국군의 육·해·공 첨단 장비는 손발을 묶으려고 기를 쓰고 있다. 이대로 군사 합의가 이행되고 종전 선언 등이 이뤄진다면 실질적 북핵 위협은 변화가 없는데 국군 전력에만 큰 구멍이 뚫릴 수 있다.

국방 개혁도, 남북 군사 합의도 본래 뜻은 우리 안보와 국방을 단단하게 다지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이 두 조치가 엉뚱하게 결합해서 도리어 우리 안보를 위태롭게 만드는 위기를 불러들이고 있다. 수십 기의 북핵과 100만이 넘는 북한군 앞에서 국군 병력만 줄고 첨단 전력 증강도 길이 막힌다면 국가의 안위를 김정은의 선의(善意)에 믿고 맡겨야 하나.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9/30/201809300214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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