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 대통령이 24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2차 미·북 정상회담 개최가 곧 발표될 것"이라고 했다. 앞서 뉴욕 유엔총회장에서도 "2차 정상회담을 조만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두 정상이 종전 선언과 2차 미·북 정상회담의 날짜와 장소에 대해 논의했다"고 했다. 그러나 트럼프 참모와 미 언론 반응은 신중하다. 폼페이오는 23일 "(2차 정상회담을 위해선) 여전히 할 일이 남아 있다"고 했고, CNN은 "대통령 참모들은 2차 정상회담을 최대한 늦추려고 애쓰고 있다"고 전했다. 싱가포르 1차 회담 때처럼 핵 신고·검증 등 실질적 비핵화 조치에 대한 사전 합의나 북한 측 실천 행동 없이 덜컥 만났다가 사실상 사진만 찍고 헤어지는 실패를 반복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일 것이다.

싱가포르 회담은 '소문난 잔치'로 끝났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빠른 시일 내 핵 폐기'를 입에 달고 살다시피 했고 폼페이오 장관도 회담 하루 전까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는 핵 폐기(CVID)'를 공언했었다. 그러나 미·북 합의문에는 '완전한 비핵화'라는 추상적 한마디만 담겼다. 핵 폐기 시한(時限)도, CVID라는 핵 폐기 원칙도 빠졌다. 트럼프는 엄청난 성공인 양 자랑했지만 싱가포르 회담 후에도 북이 핵무기·물질을 계속 늘렸다고 미 정보 당국이 밝힌 바 있다.

2차 정상회담은 싱가포르 실패의 전철을 밟아선 안 된다. 무엇보다 핵무기·물질, 우라늄 농축 시설의 정확한 규모와 위치 등을 담은 북핵 신고서가 나와야 한다. 현재 말뿐인 북의 비핵화 의지를 증명할 수 있는 첫 실질 조치다. 이를 바탕으로 국제사회는 즉각 검증을 위한 사찰에 나서는 게 순서다. 이후 핵무기를 반출하고 시설을 파괴하는 핵 폐기까지 모든 비핵화 조치가 북이 언급한 대로 '트럼프 1차 임기(2021년) 내'에 완료돼야 한다. 이 같은 신고→검증→폐기의 구체적 로드맵이 2차 정상회담 합의서에 담겨야 한다. 그 '상응 조치'로 북이 원하는 종전 선언도 할 수 있다. 북이 싱가포르에서 이미 약속한 동창리 미사일 실험장 폐쇄나 고철이나 다름없는 영변의 낡은 핵 시설 폐기 정도로는 종전 선언을 선물할 수 없다. 대북 제재 해제는 북의 비핵화 행동에 따라 단계적으로 하면 된다.

지나 해스펠 CIA 국장이 '북은 쉽게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수십년 동안 경제 파탄과 국제 고립을 자초하며 간신히 개발한 핵인 만큼 실제 그럴 것이다. 이런 북을 진짜 비핵화로 이끌려면 핵을 포기하지 않고는 더는 생존이 어렵 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길밖에 없다. 올 1~8월 북의 대중(對中) 수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89.3% 급감했다고 중국 해관총서가 밝혔다. 최근 김정은이 비핵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도 작년 말부터 본격화한 대북 제재의 효과일 수 있다. 한·미 정상이 이번에 '비핵화까지 대북 제재 유지'에 합의했다. 이 합의가 반드시 지켜져야 북핵 폐기의 문이 열린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9/25/201809250141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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