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南北정상회담]
폼페이오 "협상 즉각 참여할 준비" 이달내 美北 회담 열릴 가능성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19일(현지 시각) 발표한 남북 정상회담 관련 성명에서 "미국은 미·북 관계를 전환하기 위한 협상에 즉각 참여할 준비가 돼 있다"며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오스트리아 빈에서 가능한 한 빨리 만날 것을 북한 대표자들에게 요청했다"고 했다. 이와 관련,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아직 북한이 미국의 제안을 받아들였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면서도 "미국이 즉각 협상을 하자고 한 만큼 이번 달 안으로 회담이 열릴 수도 있다"고 했다.

미국이 북한과 후속 협상을 벌일 장소로 오스트리아 빈을 지목한 것은 비핵화 협상의 핵심이 사찰과 검증에 있다는 뜻을 명확히 한 것으로 보인다. 빈에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본부와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CTBTO)가 있다. 특히 IAEA는 핵물질, 핵 시설에 대한 사찰·검증을 통한 원자력 기술의 군사적 전용 방지를 주된 임무로 하는 유일한 국제기구다. 어느 국가가 제출한 핵 신고서의 진위(眞僞) 검증부터 핵물질 폐기·반출이 끝나고 핵 시설이 봉인된 이후의 감시까지 비핵화 전 단계에 있어 독보적 전문성을 갖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 시각) 허리케인 피해를 겪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를 찾아 연설하던 중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과 만나 “북한에 대한 엄청난 진전이 있었다”고 말했고, 미 정부는 미·북 협상을 이른 시일 내에 오스트리아 빈에서 개최하자고 제안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 시각) 허리케인 피해를 겪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를 찾아 연설하던 중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과 만나 “북한에 대한 엄청난 진전이 있었다”고 말했고, 미 정부는 미·북 협상을 이른 시일 내에 오스트리아 빈에서 개최하자고 제안했다. /AP 연합뉴스

미국이 그런 IAEA 본부가 있는 빈에서 비핵화 협상을 하자고 제안한 것은 협상 초기부터 핵 사찰을 염두에 두고 제대로 된 로드맵을 짜야 한다는 의지 표명으로 해석된다. 북한이 원하는 '상응 조치'를 받으려면 북한이 선택한 임의의 비핵화 조치만으로는 부족하고, 국제기구가 참여하는 제대로 된 검증을 받으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빈 협상의 핵심은 영변 핵 시설 사찰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우리는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이 미국과 IAEA 사찰단의 참관 아래 영변의 모든 시설을 영구 해체하는 것을 포함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재확인한 것을 환영한다"고 했다. 평양 공동선언에는 '북측은 미국이 6·12 북·미 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상응 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 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음을 표명하였다'고만 돼 있고, 핵 사찰에 대한 내용은 없다. 그러나 미국은 빈을 협상 장소로 하면서 영변 핵 시설에 대한 국제기구의 사찰과 검증을 '기정사실화'해버렸다.

폼페이오 장관은 또 '김정은 위원장이 약속한 대로 2021년 1월까지 완료될 북한의 신속한 비핵화 절차'라는 표현을 써, 북한이 밝히길 꺼리는 비핵화 시점을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내로 못 박았다. 폼페이오 장관은 19일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나는 북한에 있는 나의 카운터파트들과 자주 대화했다"며 "우리는 서로 필요한 진전을 만들어 가고 있다"고 했다.

오스트리아 빈에는 미국 대사관뿐 아니라 북한 대사관도 있다. 북한 협상단은 사소한 문제도 본국의 허락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자국 대사관이 있는 곳에서 협상하는 것을 선호한다. 실제 지난 5월 북한 김영철 통전부장이 뉴욕을 방문해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협상을 벌일 때도 뉴욕 유엔 대표부를 통해 본국과 일일이 교신하면서 협상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빈 협상 채널과는 별도로 지난 8월 말 취소됐던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일정도 잡힐 수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리용호 북한 외무상에게 다음 주 유엔총회가 열리는 뉴욕에서 만나자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이 만나면 리용호가 폼페이오를 다시 초청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다만 폼페이오 장관과 리용호의 일정을 고려했을 때 9월 말 방북은 쉽지 않아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은 한·미 정상회담(한국 시각 25일)에 참석한 뒤 이틀 뒤 북한 관련 유엔 안보리 장관급 회의를 주재해야 한다. 리용호는 29일 유엔총회 연설이 예정돼 있다. 폼페이오의 방북은 북한의 노동당 창건일(10월 10 일)을 피해 10월 중에 결정될 확률이 높다.

한편 우리 정부는 이날 미국이 대북 비핵화 협상 재개 의사를 밝힌 데 대해 고무된 모습이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평양 공동선언에 대해서 트럼프 대통령, 폼페이오 장관이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며 "잠시 느슨해졌던 북·미 간 대화의 끈을 복원시키고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끌고 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9/21/201809210021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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