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南北정상회담]
軍내부 "아무리 농담이라도 군대동원 한다는 발상 어이없어"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20일 백두산 등반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答訪)'에 맞춰 한라산 정상에 해병대를 동원해 헬기 이착륙 시설 '헬리패드(Helipad)'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부부가 백두산에 함께 올라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하는 가운데 농담조로 한 말이지만,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송 장관은 이날 장군봉에서 두 정상 내외가 담소하던 중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 '한라산 답방' 얘기를 꺼내자 갑자기 한라산 헬기장 발언을 했다. 송 장관은 "한라산 정상에 헬기 패드를 만들겠다"며 "우리 해병대 한 연대를 시켜서 만들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에 문 대통령과 김정은을 포함한 참석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한라산에 헬기 착륙장을 만드는 것은 환경 보호와 안전 등 문제 때문에 상당한 검토가 필요한 일이다. 더구나 우리 해병대 한 연대를 동원해 만든다는 것은 더더욱 부적절한 얘기다. 군 내부에선 "아무리 농담이라 하더라도 북 최고 지도자 접대를 위해 국가 안보를 지키는 군을 동원한다는 발상은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 나왔다.

특히 송 장관은 회담을 마치고 돌아온 직후 물러날 예정이다. 며칠 후 사퇴할 장관이 일러야 11월에나 가능할 김정은 답방에 대해 언급한 것 자체가 난센스라는 지적이다. 송 장관은 전날엔 평양 정상회담에서 채택된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에 정부 대표로 서명했다. 북한은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서명했다. 남북 간 공중정찰·해상훈련 금지 등을 규정하는 이런 중대한 합의에 곧 물러날 송 장관이 서명하는 것이 적절했느냐는 비판론도 상당하다.

야권에선 "'NLL 양보 논란'을 빚고 있는 이 합의서에 서명하기 전 송 장관은 NLL 부근 해군과 서북 도서 해병대 전력 강화를 주장해왔다"며 "자신의 신념과 다른 합의서에 서명하는 것도 아이러니지만,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정상 앞에서 농담하듯이 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9/21/201809210023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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