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는 20일 남북이 합의한 '해상 적대행위 중단 구역(완충수역)'이 북방한계선(NLL)을 기준으로 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남북 군사 합의 실무를 주도한 청와대 군비통제비서관은 완충수역 범위가 '북측 40km, 우리 측 40km'인 등거리 합의라고 강조했었다. 하지만 실제 거리가 다르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국방부는 '북측 50km, 남측 85km'라고 수정 발표하면서 "우발 충돌을 막는 공간이 중요한 것이지, 특정 선을 기준으로 상호 등가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을 바꿨다.

지금 남북 간의 기준선은 육상에선 휴전선이고 바다에선 NLL이다. 2007년 남북 정상회담에서 평화수역이 본격 논의된 이후 가장 쟁점은 기준선이었다. 우리 군은 당연히 NLL을 기준으로 남북으로 등거리 혹은 등면적으로 하자고 했고, 북은 어떻게든 NLL을 허물고 더 남쪽을 기준으로 잡으려 했다. 노무현 대통령도 NLL에 대한 북의 요구만은 수용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제 청와대와 군이 기준선은 의미가 없다고 한다.

우리 해군은 60년 넘게 NLL을 지키려 싸워왔고 장병들이 목숨을 잃었다. 전사 장병들은 '의미 없는' 죽음을 한 것이 됐다. 국방부는 "왜 청와대 비서관이 등거리를 강조했느냐"는 질문에 "잘 모르지만 추석 밥상에서 'NLL을 팔아먹었다'는 얘기가 나오면 안 되니 그런 것 같다"고 했다. 달리 말하면 이번 군사 합의가 NL L을 '팔아먹는' 행위임을 미리 알았다는 얘기 아닌가.

비무장지대(DMZ)의 감시초소(GP) 상호 철수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북한 쪽 GP는 160개, 우리 군은 60개다. 그런데 북측 '남북 동수 감축' 주장대로 '남북 모두 11곳씩 철수'로 결정됐다. 이것도 남북 GP의 숫자를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할 건가. 앞으로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모른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9/20/2018092004449.html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