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군당국은 19일 한반도 내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를 체결했다. 지상과 해상, 공중에서의 모든 적대행위 중단, 한강(임진강) 하구 공동이용 등이 골자다.

문제는 급격한 군축으로 인한 안보 불안이다. 군 당국자는 "우리도 우리지만 북한의 군축이 더 큰 부분이 있다"고 했지만, 군 안팎에서는 "진전된 부분도 있지만, 북한이 비핵화를 이루기까지 상호 감독할 수 있는 체계를 잘 갖춰야 하는데 서두른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 평양 방문 이틀째인 19일 오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임석한 가운데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문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평양 공동취재단 영상 캡처

◇완충지대에서 군사연습 중지…해병대 K-9 사격 훈련은 육지에서

남북은 이번 합의를 통해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완충지역을 설정하고 이 지역에서 상대방을 겨냥한 각종 군사연습을 중지하기로 했다.

우선 지상은 군사분계선으로부터 5km, 남북 총 10km 이내 지역이 완충지대로 설정됐다. 완충수역은 서해의 경우 남측 덕적도 이북으로부터 북측 초도 이남까지, 동해는 남측 속초 이북으로부터 북측 통천 이남까지로 정해졌다.

완충수역에는 백령도, 연평도 등 서북도서 지역도 포함됐다. 이와 관련 국방부 당국자는 "해병대 K-9 사격 훈련의 경우 포는 그대로 유지하되 훈련은 (육지인) 3군 사격장에서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군 관계자는 "당장 작전에 필요한 포는 옮기지 않고 두되, 예비용 포를 육지로 옮겨 훈련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합의서에는 서해 북방한계선(NLL)관련 언급은 생략됐다. 이번 정상회담에 앞서 열린 군사회담에서 남북은 NLL에 대한 입장 차가 컸고 이견을 끝내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화수역 조성과 관련해 우리 측은 NLL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반면, 북한은 NLL을 인정 못 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방부 당국자는 "NLL은 이번 합의의 대상이 아니었다"며 "완충수역은 NLL을 뛰어넘는 한 단계 위의 이야기"라고 했다. 이어 "NLL 문제는 앞으로 협의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공동어로구역 설정 등 NLL과 관련된 민감한 사안은 향후 다시 논의하겠다는 말이다.
 
백두정찰기./조선DB
◇수도권 방위 괜찮나…공중 완충구역에선 무인기, 정찰기 못 다녀

공중 완충구역은 군사분계선으로부터 서부 20km, 동부 40km 이내의 상공으로 설정됐다. 국방부 당국자는 "서울이 군사분계선으로부터 약 40km밖에 떨어져있지 않기 때문에 여기까지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하면 영공 방위에 문제가 생긴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완충구역 내에서 비행을 금지하면 무인기나 정찰기를 이용하는데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와 관련, 국방부 당국자는 "40km 뒤로 정찰기를 뺀다고 하더라도 못보는 구역이 발생하지 않는다"며 "정찰능력이 이보다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한 군 관계자는 "마치 우리가 북한을 다 볼 수 있는것처럼 얘기해선 안된다"며 "미국 자산에 의존해 정찰하는 경우가 많은데 공중완충구역 설정이 미국과 협의된 부분인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서울방향 자유로 변에서 바라본 철책선과 초소. 서울시계에서 일산대교 구간 철책선중 일부 구간이 지난 7월 9일부터 철거작업에 들어갔다. /조선일보 DB
◇한강 하구 공동이용, NLL 유지 논란 예상

이번 합의서는 한강(임진강) 하구 공동이용과 관련한 내용도 담겼다. 현장 조사는 오는 12월 말까지 공동 진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한강 하구를 공동이용하기로 하면 NLL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 지 논란이 예상된다.

군 당국은 "한강 하구는 남북 민간선박의 자유로운 항행이 보장되는 수역이지만 남북간 군사적 긴장상태 지속으로 자유롭게 접근하지 못했다"며 "특히 골재채취, 관광, 휴양, 생태보전 등 다목적 사업을 병행할 수 있다. 앞으로 남북간 공동 수로조사 및 민간선박의 한강 하구 수역 이용을 군사적으로 보장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남북은 내년 4~10월 철원 화살머리 고지 일대에서 DMZ 공동유해발굴을 진행하기로 했다. 국방부 당국자는 "우리쪽만 유해 300여구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며 미군, 프랑스군, 중공군, 북한군 등 글 로벌하게 나올 것 같다"고 했다.

남북은 이와 같은 합의 내용을 남북 군사공동위를 가동해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국방부 당국자는 "누가 위원장이 될지는 아직 모른다"면서도 "1992년 우리측 위원장은 대장급이, 북측에선 인민무력부 4성이 위원장을 맡기로 논의한 바 있다"며 "아직 안 가본 길이지만 양국 정상이 공동선언을 했으니 이번엔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9/19/201809190322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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