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8일 평양 노동당 본부청사에서 2시간 동안 정상회담을 했다. 올 들어 두 정상 간 세 번째 만남이다. 문 대통령은 "우리가 지고 있고 져야 할 무게를 절감하고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김정은은 "조·미(북·미) 상봉의 역사적 만남은 문 대통령 덕이다. 이로 인해 주변 지역 정세가 안정되고 조·미 사이에도 더 진전된 결과가 예상된다"고 했다. 회담에서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 회담의 핵심 의제인 비핵화에 대한 진전된 소식도 확인된 것이 없다. 남북 정상은 19일에도 1~2차례 더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평양에서 역대 최고 수준의 영접을 받았다고 했다. 실제 북한이 여러모로 신경을 쓴 모습이 보였다. 김정은 부부가 직접 공항에서 영접했고, 문 대통령이 인민군을 사열할 때에는 21발의 예포가 발사됐다. 과거 회담 때는 없었던 일이다. 인민군 의장대장이 "(문재인) 대통령 각하를 영접하기 위해 도열했다"고 외치는 장면도 생중계됐다.

그러나 북한이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고 국제사회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대북 압박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열린 이번 정상회담은 과거처럼 이벤트의 흥행성으로 평가받을 수 없다. 핵 없는 한반도를 만드는 데 기여하느냐 여부가 기준일 뿐이다. 중단된 미·북 비핵화 협상을 재개할 수 있는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미국은 그 조건으로 북한이 보유한 핵 능력에 대한 신고가 필요하다고 일찌감치 못을 박아 놓았다. 북한이 핵무기와 핵시설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 고백하고 국제사회가 그 진위를 검증하는 것이 비핵화의 첫 발자국이라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그런 이치를 김정은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이날 김정은은 "발전된 나라에 비하면 우리가 초라하다"고 했다. 솔직한 고백이다. 그런 초라한 현실을 극복하고 번영의 길을 여는 방법은 핵 포기뿐이다. 문 대통령이 국내외의 여러 우려를 무릅쓰고 국내 대기업 총수들을 평양까지 함께 가자고 재촉한 것도 북한 주민들에게 밝은 미래를 선사하고 한반도의 새 로운 경제 지도를 그리고 싶다는 비전 때문일 것이다. 문 대통령이 평양으로 떠나기 몇 시간 전까지도 미국의 폼페이오 국무장관, 헤일리 유엔 대사는 "북한의 검증 가능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이룰 때까지 대북 압박을 계속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렇게 제한된 여건 아래서 문 대통령의 선택지는 정해져 있다. 김정은에게 핵 신고라는 결단을 촉구하고 받아내는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9/18/201809180403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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