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17일(현지 시각) 비핵화를 의제로 긴급 소집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대북 제재 결의 위반 여부를 놓고 중국·러시아와 충돌했다. 미국은 북한이 실질적인 비핵화 움직임을 보일 때까지 대북 제재를 이어나가야 한다고 했지만, 러시아와 중국은 대북 압박에 대한 거부감을 분명히 나타냈기 때문이다. 이날 회의는 18일 3차 남북 정상회담을 바로 앞두고 열렸다.

이날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이날 긴급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대북 제재 이행을 방해하고 있다며 러시아를 겨냥했다. 그는 "러시아가 광범위하고 지속적으로 (대북) 제재를 위반한 증거가 있다"면서 "러시아는 체계적으로 제재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2018년 9월 17일 미국이 긴급 소집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가 러시아를 겨냥한 발언을 하고 있다. /AP

헤일리 대사는 특히 러시아가 북한이 불법적으로 정유제품을 얻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 미국은 북한이 유엔 대북 제재 결의를 어기고 정유제품을 선박에서 선박으로 옮기는 사례 148건을 추적했다"면서 "러시아는 북한 군사 프로그램을 위한 자금조달 활동을 해 지난해 유엔 블랙리스트에 오른 북한 주민을 추방하지도 않고 있다"고 했다.

헤일리 대사는 러시아가 자국민의 유엔 대북 제재 결의 위반을 감추기 위해 보고서를 작성하는 전문가 패널에 압력을 넣어 보고서 내용을 수정한 일도 거론했다. 그는 "러시아는 제재 위반을 멈추고, 제재 위반 증거를 은폐하려는 일을 그만둬야 한다"고 말했다. 헤일리 대사는 이전에도 러시아가 안보리 대북제재위 보고서 내용을 수정하도록 압력을 가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17일 소집된 안보리 긴급회의에서도 러시아가 미국의 주(主) 타깃이 됐다.

또 그는 대북 제재를 완화할 의사가 없음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헤일리 대사는 "미·북 간 어렵고 민감한 대화가 진행 중이지만 대북 제재를 완화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러시아와 중국은 싱가포르에서 열린 6·12 미·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안보리 대북 제재 완화 방안을 논의하자고 주장했다. 미국은 ‘북한 비핵화 조치 전 제재 완화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미국의 맹공에 러시아는 즉각 반발했다. 바실리 네벤자 유엔주재 러시아 대사는 미국에 "북한을 제재하고 압박하는 것으로만은 핵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북한을) 협상에 끌어들이기 위한 도구가 돼야 한다"고 했다. 또 "한국과 북한의 대화와 협력을 촉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네벤자 대사는 "미국이 요구하기만 하고 북한에 대가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비핵화) 합의는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한국과 북한이 평화협정에 이르려면 신뢰 구축 과정이 중요하기 때문에 미국이 대북 제재에 있어서 한발 물러서야 한다는 것이다.
 
2018년 9월 17일 미국이 긴급 소집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바실리 네벤자 유엔주재 러시아 대사가 미국 발언에 반박하고 있다. /AP
러시아는 미국이 제기한 안보리 대북제재위 보고서 은폐 의혹도 반박했다. 네벤자 대사는 "러시아는 보고서를 작성하는 전문가 패널에 압력을 가하지 않았다. 헤일리 대사가 인용한 선박 간 정유제품을 옮겨 담는 일은 유엔 안보리 결의 제재 위반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다.

중국도 러시아와 같은 입장을 밝혔다. 마 차오쉬 유엔주재 중국 대사는 중국은 대북 제재를 이행하고 있다면서도 "북한과 대결하는 것은 막다른 길이 될 것이며, 힘에 의존하는 것은 재앙 같은 결과만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오쉬 대사는 대북 제재 논의에서 유엔 안보리에서 단합을 유지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지금까지 유엔 안보리 이사국 15개국이 만장일치로 대북 제재를 강화해왔는데, 이번 미국과 러시아의 전면전은 유엔 안보리 단합에 균열이 생긴 것을 공개적으로 보여준 셈이기 때문이다.

앞서 14일 미 유엔대표부는 성명을 내고 미국은 17일 오전 10시 긴급 유엔 안보리 이사회 회의를 소집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9/18/201809180052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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