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8일 2박3일 일정의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을 방문한다. 임종석 비서실장은 이번 회담 의제로 첫째 남북 관계를 개선·발전시켜나가는 일, 둘째 비핵화를 위한 미·북 대화를 중재하고 촉진하는 일, 셋째 남북 간의 군사적 긴장과 전쟁의 위협을 종식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임 실장은 "비핵화 문제는 과거 정상회담 의제로 오른 적이 없다"면서 "마치 이번 정상회담에서 굉장한 성과를 내야 되는 것처럼 기대감이 있지만 매우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이번 정상회담의 초점은 첫째 의제로 꼽은 남북 관계 개선에 있으며 비핵화는 마지못해 떠맡은 숙제처럼 여기는 분위기다. 핵문제는 어차피 미·북 간에 해결될 수밖에 없으며 남북 정상회담에서 큰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지 말아 달라는 주문이다.

정부는 이번 정상회담 수행단 구성과 관련해 "가급적 민간 경제인들을 많이 모시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남북 경협을 통해 '한반도 신경제 지도'를 그려 나가겠다는 문 대통령의 구상을 이번 회담을 통해 좀 더 구체화하겠다는 뜻일 것이다. 남북 경협의 청사진은 이미 노무현 대통령 임기 마지막 해 10·4 정상회담 합의문에 상세하게 제시됐다. 그 합의가 이행되지 못한 것은 북한이 정상회담에 앞서 타결됐던 북핵 폐기를 위한 6자회담 합의를 깨고 핵과 미사일 개발을 계속했기 때문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10·4 합의를 좀 더 발전시킨 수십 쪽짜리 로드맵에 합의해본들 북이 핵 폐기 실천에 나서지 않으면 또다시 휴지 조각이 되고 말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며칠 새 미국 재무부는 대북 제재를 위반한 중·러 기업을 추가 제재했고,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대북 제재 이행 점검을 위해 긴급 안보리를 소집했으며, 국무부는 산하 VOA방송을 통해 남북 관계 발전이 비핵화에 앞서가면 안 된다는 메시지를 반복해서 내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부가 첫째 의제로 꼽은 남북 관계 개선은 비핵화 없이 한 걸음도 떼기 어렵다. 셋째 의제라는 남북 간의 군사적 긴장 완화 역시 북이 핵을 내려놓지 않으면 도리어 안보를 저해할 수 있다.

남북 정상이 회담을 갖는 것도 벌써 다섯 번째며, 문 대통령이 김정은을 만나는 것은 올 들어서만 세 번째다. 정상들끼리 벌이는 깜짝 이벤트에 이제 식상해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 두 정상의 회담은 18일, 19일 두 차 례 예정돼 있으며 마지막 날인 20일도 경우에 따라 만날 수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사흘 연속 김정은을 만나 핵 폐기 결단을 내리도록 설득해야 한다. 김정은이 핵탄두, 핵시설 폐기 계획을 제시하면 남북 관계 개선이나 군사적 긴장 완화는 저절로 풀려나가게 된다. 문 대통령은 이번 회담 의제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비핵화라는 각오로 평양을 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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