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직 외교 당국자들이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국 정부에 ‘속도 조절’을 주문했다.

한국이 현재 북한과의 관계에 지나치게 치중하고 있으며, 북한이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이행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남북 간의 진전은 자칫 한미 관계의 균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남북 정상회담 결과 호도를 막기 위해 미국과 함께 3자회담을 추진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13일(현지 시각)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크리스토퍼 힐 전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는 "유감스럽게도 한국이 한반도 관계에서 매우 멀리 나아가고 싶어한다는 인상을 줬다고 생각한다"며 다음주 평양에서 열리는 3차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그런 인상을 바꾸길 바란다고 말했다.

힐 전 차관보는 "이제는 한국이 그런 인상에 변화를 줘야할 때라고 생각한다"며 "한국은 북핵 대화에 진전이 있기 전까지 한반도 관계 진전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해야한다"고 했다.

힐 전 차관보는 또 한국의 ‘중재자 역할’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며, 북한과의 양자회담 보다는 미국을 포함한 3자회담을 장려한다고 했다. 힐 전 차관보는 "한국이 북한과 다시 만날 생각이라면 미국과 함께 만나야 한다"며 "한국이 남북 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뭔가 새로운 말을 한 것도 아닌데 그런 것처럼 말을 전하는 것보다는 (3자회담이) 낫다"고 했다.
 
문재인(오른쪽)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5월 26일 오후 판문점 북한 지역에 있는 통일각에서 2차 남북 정상회담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고 있다. 남북 정상 양옆으로 북한군 의장대가 도열해 있다. / 청와대

로버트 갈루치 전 미 국무부 북핵 특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이 바라는 속도보다 더 빨리 북한과 일을 진행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는 것이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북한에 여러 제재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이 북한과의 경제 협력을 논하는 것은 미국에 잘못된 메시지를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갈루치 전 특사는 "한국 정부는 대북제재에서 벗어나 북한과의 교류를 늘리려고 한다"며 "한국과 북한이 이루는 진전은 한미동맹 관계에 균열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고 했다. 갈루치 전 특사는 따라서 문 대통령이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긴장 완화 방안을 모색하는 동시에 미국과의 동맹 유지에 필요한 요건을 준수하는 데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크 피츠패트릭 전 미 국무부 비확산 담당 부차관보는 남북 정상회담이 대북 경제지원의 계기로 이용돼서는 안 된다며, 대신 회담이 북한에 비핵화의 의미를 분명히 정의하고 국제적인 검증을 수용하도록 압박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고 했다.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는 "대북제재 틀 안에서 한국 정부가 할 수 있는 대북 경협 사업은 극히 제한적"이라며 "제재를 위반하면서까지 북한과의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은 실책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9/14/201809140050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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