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와 조율없는 방북 초청에 여당 출신 문희상 국회의장, 야당 부의장 설득않고 바로 거절
 

청와대가 오는 18~20일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에 국회의장단과 여야 5당 대표,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등 9명이 정치 분야 특별대표단 자격으로 동행해줄 것을 요청했다가 야당 대표들은 물론 국회의장단에게도 거부당했다. 이날 여당 출신 문희상 국회의장은 부의장단과 협의를 거쳐 청와대가 공식 제의한 지 1시간여 만에 "동행하지 않기로 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야권에선 "야당을 압박하려고 청와대가 '꼼수'를 부리다가 결국 '자충수'를 둔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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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3당 원내대표와 만나는 국회의장 - 여야 원내대표들이 10일 국회의장 주재 회동에서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 문제를 남북 정상회담 이후 다시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오른쪽부터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문희상 국회의장,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이덕훈 기자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을 맡고 있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10일 직접 브리핑에 나서 "문희상 국회의장을 비롯한 의장단과 강석호 국회외통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 등 9명을 국회·정당 대표로 평양 정상회담에 초청하고자 한다"고 했다. 임 실장은 "관련 내용을 이분들에게 설명드리기 전"이라며 "정무수석이 오늘과 내일 일일이 찾아뵙고 설명드리려고 한다. 만약 동행을 수락해주시면, 저든 청와대 안보실장이든 전반적 준비 과정을 설명드리려고 한다"고 했다.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 문제로 여야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가 갑작스러운 공개 제안을 한 것이다. 청와대와 야당 간에는 아무런 사전 조율도 없었다고 한다.

이런 제안을 받고 문 의장은 곧바로 이주영(자유한국당)·주승용(바른미래당) 부의장과 짧게 회동한 뒤 청와대 동행 제안을 거절하는 입장을 내놨다. 문 의장은 야당 출신 부의장들을 설득하지 않고 "두 분이 가지 않으신다면 나도 안 가겠다"고 빠르게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문 의장 측은 "청와대는 특별 수행원이 아니라 정상회담 기간 별도의 남북 국회회담 일정으로 동행해 달라는 설명이었다"면서 "금번 정상회담에는 정기국회와 국제회의 참석 등에 전념하겠다"고 했다.

문 의장 측은 처음부터 불쾌한 기색을 내비쳤다. 문 의장은 취임 후 이례적으로 통일부 고위 공무원을 통일특보로 국회의장실에 파견받는 등 국회가 주도하는 남북 회담 추진에 열의를 보였다. 문 의장은 주변에 "국회의장이 (대통령이 가는) 남북 정상회담 따라가는 건 마치 들러리로 보이기 때문에 따로 가겠다"는 말을 자주 해왔다고 한다. 이날 청와대의 공개 제안에 대해 문 의장은 주변에 "입법부 수장으로서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관계자는 "문 의장이 직간접적으로 국회 차원의 남북 회담 추진 의사를 밝혔는데 청와대가 결과적으로 이를 무시한 것"이라며 "청와대가 무례하다"고 했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도 즉각 반발했다. 두 당 대표가 가지 않을 게 뻔한 남북 정상회담 동행 이슈를 청와대가 던진 것에 대해 "야당을 '평화 반대' 세력으로 몰고 여당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노림수"라는 말이 나왔다.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대한 어떤 진전도 없기 때문에 우리가 가서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며 거부 입장을 밝혔다. 같은 당 김성태 원내대표도 "야권 공조를 분열시키고 정쟁을 유발해 추석 밥상에서 자기들 지지율 올리려는 수법"이라고 했다. 한국당 소속 강석 호 외통위원장도 같은 입장을 밝혔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남북 외교에서 우리의 체통을 지켜야 한다. 당대표들이 지금 나서봤자 들러리밖에 안 된다"고 했다. 야당 대표들은 전날 남북 정상회담 동행 이야기를 청와대가 아닌 문희상 의장으로부터 전화로 전해 들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김성태 원내대표는 "황당하다"고 했고, 손 대표는 "웃기는 소리"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9/11/201809110016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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