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전 영화 전수 과정 다큐로 제작
안나 브로이노스키 감독 내한 "北의 평범한 이야기 담고 싶었다"
 

"영화광 김정일이 쓴 영화 교본에 따라 '북한 스타일'의 선전 영화를 만들고 싶었어요."

호주 출신 안나 브로이노스키(60) 감독은 10일 다큐멘터리 '안나, 평양에서 영화를 배우다' 시사회에서 낡은 책을 들어 보였다. 김정일이 1987년 쓴 영화 교본 '영화와 연출'이다.
 
안나 브로이노스키(가운데) 감독이 평양 조선예술영화 촬영소에서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안나 브로이노스키(가운데) 감독이 평양 조선예술영화 촬영소에서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독포레스트
그는 2012년 평양을 방문해 3주간 머물면서 북한의 영화 제작 현장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가 북한의 선전·선동 영화 제작 기법을 배워가는 과정이 영화의 내용이다. 기존 북한을 다뤘던 대다수 다큐멘터리가 인권침해 실태를 고발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서양 미디어의 기존 시선이 아니라 북한의 평범한 영화 제작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습니다."

브로이노스키 감독은 다국적 기업의 호주 시드니 파크 셰일가스 채굴 시도를 막기 위해 영화 제작을 결심했다. '북한 스타일의 선전 영화'로 채굴의 위험성을 알리겠다는 것. 북한의 허가를 받는 데만 2년이 걸렸다.

처음 방문한 곳은 북한 최대 국립 영화 제작소인 조선예술영화촬영소다. 총 부지 면적 100만㎡ 중 75만㎡의 야외 촬영소에 옛 조선과 일본, 중국, 한국의 거리 등을 재현한 곳이다. 그는 "북한의 영화 제작 수준은 1950년대 이탈리아 느낌"이라며 "디지털이 아닌 독일의 필름 카메라로 촬영한다"고 말했다.

북한에서의 촬영엔 제약이 많았다. 북한 관리들은 카메라 앵글이 어디를 잡는지 감시했고, 촬영본이 담긴 하드디스크를 미리 보여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주한 호주 대사였던 아버지를 따라 한국·필리핀 등에서 자랐다는 그는 "아버지 덕분에 어렸을 때 비무장지대(DMZ)에도 가보고 남북 관계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9/11/201809110000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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