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주요 석탄 항구에 드나드는 선박이 늘고 쌓여 있는 석탄의 양이 변하는 등 석탄 운송과 관련해 활발한 움직임이 관측됐다고 미국의소리(VOA)가 6일 보도했다. 북한이 유엔 제재 대상인 석탄과 광물을 불법 수출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VOA는 민간위성 업체 플래닛이 지난 한 달 간 석탄을 주로 취급하는 북한 남포항을 촬영한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선박 여러 척이 드나드는 모습을 포착했다고 전했다.
 
2018년 8월 1일(위) 북한 원산항을 촬영한 사진에서 붉은 원 안에 철광석으로 보이는 광물을 싣고 있는 선박이 포착됐다. 2018년 7월 25일(아래) 촬영한 사진에는 석탄 야적장 앞에 정박한 선박이 보인다. /플래닛

플래닛이 지난달 7일 촬영한 사진에서는 남포항에서 선박 1척이 포착됐으나, 10일엔 2척으로 늘었다. 이후 12일에는 선박 2척 중 1척이 사라졌고, 17일엔 같은 자리에 길이가 150m에 이르는 더 큰 선박이 정박한 모습이 포착됐다. 이 선박의 적재함에는 석탄으로 추정되는 검은색 물체가 담겨 있었다. 22일 촬영한 사진에서는 해당 선박과 앞서 정박해 있던 선박 1척까지 모두 자취를 감췄다.

지난달 27일 남포항을 촬영한 위성사진에서는 길이 145m, 적재함이 4개인 또 다른 대형 선박이 포착됐다. 이 선박은 이달 1일 촬영한 위성사진에서는 포착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날 항구 동쪽 부두에는 적재함을 열고 있는 길이 150m짜리 선박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가장 최근인 이달 5일 촬영한 사진에서는 선박이 전혀 없고 항구 전체가 텅 빈 모습이었다.
 
2018년 8월 7일부터 9월 5일까지 북한 남포항을 촬영한 위성사진. 사진 속 붉은 원에는 선박들이 사라졌다 나타났다 반복되고 있다. /플래닛

남포항의 움직임은 7월 말부터 활발해진 것으로 분석됐다. VOA에 따르면, 올해 5월 24일부터 26일 사이 남포항에서 배가 이동하는 모습이 포착된 이후 6월까지 선박이 단 1척도 발견되지 않았다. 이후 7월 24일부터 대형 선박 2척이 나타났다 사라진 뒤, 8월에 접어들면서 더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는 것이다.

남포항 인근에 있는 송림 항구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포착됐다. 송림항도 석탄을 주로 취급하는 항구다. 지난달 11일 이 항구를 촬영한 위성사진에서 적재함 속이 까맣게 보이는 대형 선박이 발견됐는데, 16일 촬영한 사진에서는 선박이 사라지고 부두가 비어 있었다. VOA는 "과거 송림항에서 사실상 선박이 포착되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주목할 만한 변화"라고 했다.
 
2018년 8월 11일(왼쪽) 북한 송림 석탄 항구를 촬영한 위성사진에서 포착된 대형 선박은 2018년 8월 16일 촬영한 사진에서는 모습을 감췄다. /플래닛

올해 7월 러시아산으로 둔갑해 한국으로 들어온 북한산 석탄의 최초 선적지로 알려진 원산에서도 석탄과 관련한 움직임이 확인됐다. 플래닛이 지난달 25일 원산 일대를 촬영한 위성사진에서 석탄 야적장 바로 앞에 선박 1척이 정박한 모습이 포착됐다. 그러나 이달 1일 이 자리에는 선박이 보이지 않았다. 대신 석탄을 실은 것으로 추정되는 트럭들이 포착됐고, 인근 석탄 야적장에 쌓인 석탄의 양이 변한 것으로 관측됐다.

특히 석탄 부두 바로 옆에는 또 다른 선박이 배에 짐을 싣고 있었는데, 그 인근에는 붉은 색 광물과 흰 광물이 쌓여있었다. 붉은 광물은 철광석일 가능성이 있다고 VOA는 추정했다.

최근 러시아가 이용 계획을 밝힌 북한 라진항에서도 석탄과 관련한 움직임이 포착됐다. 안드레이 타라센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주지사 대행은 이달 5일 "연해주에서 석탄을 실은 첫 번째 열차가 라진항으로 떠났다"고 밝혔다. 그러나 러시아의 첫 번째 열차가 도착하기 전부터 라진항에 쌓여 있던 석탄의 양이 변한 것으로 관측됐다고 VOA는 전했다.

유엔 안보리는 북한산 석탄의 수출 금지를 결정하면서 라진항을 경유하는 러시아산 석탄 수출을 예외로 한다는 면제 규정을 뒀다. 이에 러시아는 라진항을 통해 한국으로 석탄을 수출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 계획은 한국 정부가 북한을 통한 선박의 입항을 금지하는 독자 제재 규정을 발표하면서 무산됐다.
 
왼쪽부터 2018년 8월 11일, 19일, 27일, 2018년 9월 1일 북한 라진항을 촬영한 위성사진. 붉은 원 안에 석탄의 양이 변화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플래닛

유엔 안보리는 대북제재 결의를 통해 석탄을 포함, 모든 종류의 북한산 광물의 해외 수출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위성사진에서 포착된 움직임이 북한산 석탄의 불법 수출과 연관됐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불법 수출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위성사진 분석가이자 군사전문가인 닉 한센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객원연구원은 위성사진에서 확인된 선박들이 석탄을 적재했다고 분석했다. 북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 는 석탄이 다른 나라로 수출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은 운송 수단이 여의치 않아 내부로 석탄을 운반할 때도 선박을 이용하지만, 이는 일부일 뿐 외화벌이를 위한 석탄 운송이 더 많다고 지적했다.

다만 브라운 교수는 대북 제재 이후 북한의 석탄 수출은 크게 줄어들었으며, 이런 방식의 밀수출은 북한 경제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9/07/201809070104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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