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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상훈] '설마 공화국' 軍役 문란 사태, 일자리 예산 半모병제에 쓰자
조선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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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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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군 복무 줄이고 저출산으로 청년 줄고 가수도 면제하라는데…
밑 빠진 독에 붓는 20조~30조 일자리 예산으로 직업 부사관 대폭 증원, 전투력 유지해야 한다
 

양상훈 주필
양상훈 주필

국무회의에서 병사 복무 기간을 육군·해군·해병대는 3개월, 공군은 2개월 줄이는 안이 결국 확정됐다. 육군은 21개월에서 18개월로 줄었다. 이스라엘은 30개월 복무한다. 이스라엘은 핵보유국이고 주변 적대국들에 비해 압도적인 군사력을 갖고 있다. 우리는 핵도 없고 주변에는 우리를 침략했던 폭력 독재국, 강대국밖에 없다. 그런 우리가 이스라엘보다 군 복무를 짧게 한다. 한국 사람이 더 잘나서인가. 이스라엘 국민은 자신들이 아니면 이스라엘을 지킬 사람이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아니다. 그 차이다.

우리 군 복무 기간이 단축되는 것은 대통령 선거 때문이다. 선거 때마다 후보들이 복무 기간 단축을 공약으로 내건다. 안보에 지장 없다는 새빨간 거짓말을 하면서 대중의 환심을 산다. 군대 가기 싫은 청년과 자식 군대 보내기 싫은 부모가 환영한다.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는 다른 것은 몰라도 이 공약만은 지키려 한다. 다음 대통령 선거 때는 15개월로, 그다음 선거 때는 1년으로 줄 것이다. 1년이면 잡무만 하다 전역한다. 예정된 코스이고 군역(軍役) 문란 사태다. 나라 걱정들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마음속엔 '미군'이라는 심리적 안전판이 있다. 그 위에 '설마 전쟁이 나겠느냐'는 '설마'까지 앉아 있다. 그러니 군 복무는 쓸데없는 인생 낭비다.

나라 지키는 일을 금메달과 바꿀 수 있다는 발상도 그 뿌리에 '미군'과 '설마'가 있다. 일본인이 '군 면제를 위해 뛰는 한국 선수들은 당하기 어렵다'고 했다는데 우리는 나라를 안 지키려 사력을 다하는 사람들이란 소리다. 서울 시내 한 뉴스 전광판에서 누구누구가 병역 면제를 '일궈냈다'고 쓴 자막도 보았다. 가수는 왜 군 면제가 안 되냐고 한다. 핵 가진 폭력 집단의 위협을 받고 있는 나라가 나라 지키는 일로 장난질을 한다.

'미군'과 '설마' 병은 고질이어서 고쳐지지 않는다. 고쳐질 때는 이미 크게 당하고 피를 흘린 후일 것이다. 그럴 수는 없다. 앞으로 대통령 선거가 없어지지 않는 한 군 복무 단축은 막기 어렵다. 저출산으로 병력 자원 감소까지 겹친다. 한국군은 시쳇말로 '정예는 가고 소수만 남는' 군대가 된다. 무언가 획기적 대책이 있어야 한다.

부모가 입대한 자식을 면회하고 오면 밤잠을 설친다고 한다. 자식이 아니라 안보가 걱정돼서 그런다고 한다. 지금 군의 실상이 그렇다. 전역병들이 "미군 없으면 큰일 난다"고 말한다는 것도 같은 얘기다. 우리만 그런 것이 아니다. 징집병의 한계다. 포클랜드 전쟁은 영국 직업군인과 아르헨티나 징집병의 대결이었는데, 상대가 되지 않았다. 무너진 아르헨티나군 중에서 끝까지 저항한 군인은 전부 직업군인이었다. 한국군도 직업군으로 이뤄진 특전사나 지원병이 모인 해병대의 전투력은 징집병 육군에 비해 월등하다.

지난해 11월 판문점에서 북한 귀순병이 총격을 받고 쓰러졌을 때 지휘관인 중령과 직업 군인인 부사관 두 명이 기어가 귀순병을 끌고 왔다. 군 작전상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지휘관이 피격되면 부대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 하지만 그 중령은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릴 수가 없었다. "자식 같아서…"라는 것이 그의 말이었다. 그에게 병사들은 군인이 아니었다. 군복은 입었으나 군인이 아니라 병역필 도장 받으러 온 남의 집 자식들일 뿐이었다. 평소엔 이 진실이 가려 있으나 결정적 순간엔 드러날 수밖에 없다.

어차피 병력 자원은 자연 감소한다. 군을 소수지만 정예로 만들어야 하는데 대통령들의 복무 기간 단축으로 정예병 육성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우리도 점차 군을 징집이 아닌 직업 군대로 바꿔가는 수밖에 없지 않은가. 미국식 전면 모병제는 어렵다. 연간 10조원 안팎의 예산도 문제지만 모병 자체가 되지 않을 것이다. 지방 중소기업도 가지 않으려는 청년들이 비슷한 월급을 준다 해도 직업군인이 되려 할 가능성은 낮다. 병역이 국민의 기본 의무라는 점에서 전면 모병제는 정당성 문제도 있다.

하지만 군의 허리인 직업 부사관을 대폭 증원하는 방식으로 징병제와 모병제를 함께 시행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본다. 직업 부사관 1명이 징집병 2~3명 이상 몫을 한다. 보병사단 전체의 분대장만 직업 부사관으 로 채워도 전투력은 크게 올라갈 것이다. 정부는 일자리 만든다며 별 효과도 없이 매년 20조~30조원 이상을 쏟아붓고 있다. 공무원도 17만명이나 늘린다고 한다. 이럴 바엔 그 돈으로 군 부사관을 대폭 늘리고 급여나 복지, 장학금 등 직업군인에 대한 보상을 획기적으로 높여 우수 자원이 군에 올 수 있게 하는 것이 낫다. 이런 일에 쓰는 세금은 아깝지 않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9/05/201809050392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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