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네타 전 미 국방장관이 2일 6·12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에 대해 "처음부터 실패할 운명이었다. 회담에 앞서 해야 할 준비작업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전 정부에서 CIA 국장, 국방장관을 지낸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의 만남은 "모두 다 쇼(all about show)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북한의) 핵·미사일 시설이 어디 있는지 모른다. 우리는 어떠한 검증 체제도 개발하지 않았다"며 "지금 해야 할 일은 여기에 관련된 모든 주제를 살펴보고 이것들을 (협상)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 기초적 외교 작업"이라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만이 아니라 한국 정부도 반드시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한국 특사단으로부터 전해듣고 그 자리에서 미·북 정상회담을 결심했다. 그 자리에 있던 참모들과 한마디 상의도 없었다. '즉흥적'이라는 말조차 적당하지 않은 졸속 성사였다. 많은 전문가들은 "북의 수십 년 핵협상 경험에 놀아날 수 있다"고 우려했지만 경험 없는 트럼프와 그 보좌진은 '북핵 1년 내 폐기'라는 등으로 자신만만했다.

싱가포르 정상회담은 패네타 전 장관 말대로 '쇼' 외에 아무것도 아니었다. 합의문엔 핵 폐기 시한도, 핵 폐기 원칙도 없이 '완전한 비핵화'라는 문구만 들어갔다. 그나마 순서도 셋째로 밀렸다. 트럼프는 북한 김씨 왕조가 3대에 걸쳐 갈망해왔던 미·북 정상회담이라는 큰 선물을 주면서도 얻어낸 것은 '비핵화' 말 한마디뿐이었다. 대신 한·미 연합훈련을 '도발적'이라면서 갑자기 중단시켰다. 그 결과를 들고 트럼프는 억지 자화자찬을 시작했다. 이것이 싱가포르 회담이다. 그 후 3개월 가깝도록 북핵 폐기가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하는 것은 '쇼'의 당연한 결과다.

트럼프는 유독 쇼에 집착하는 사람이다. 내용이 어떻게 되든 TV 앞에서 멋진 장면만 나오면 성공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러나 지구상에 핵실험까지 한 나라가 핵을 포기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다. 김정은이 정말 핵을 포기할지는 그 자신도 잘 모를 것이다. 그런데도 한국 대통령 안보특보는 "남·북·미·중 정상이 유엔에서 종전 선언을 하면 멋지지 않겠느냐"고 했다. 쇼는 싱가포르 회담 한 번으로 족하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9/03/2018090303406.html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