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언론 질문에… 美 "비핵화와 속도 맞춰야" 대문자 쓰며 강조
 

미 행정부가 개성공단 내 남북 공동 연락사무소 설치가 유엔·미국의 대북 제재 위반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는 20일 "남북 연락사무소 개소가 제재 위반이 아니라고 우리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 제재 면제 여부를 공식 결정하기 전에 우리 정부의 독자 판단으로 개소를 추진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연락사무소 개소 건에 관해서는 미국 쪽과 긴밀한 협의하에 진행 중이다. 미국도 이해를 표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미 간에 견해차가 없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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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최근 고용 악화 상황과 관련, 청와대·정부의 경제팀에“직(職)을 건다는 결의로 임해 달라”고 주문했다. /연합뉴스
하지만 미 국무부는 이날 연락사무소의 제재 위반 가능성을 묻는 한국 언론의 질문에 "남북 관계는 비핵화 진전과 반드시 속도를 맞춰서 진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남북 연락사무소 개소는 미·북 비핵화 협상의 성과가 나온 뒤에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반드시 속도를 맞춰야 한다'는 부분은 대문자로 강조했다. 미 행정부는 전날 본지와 통화에서도 "남북 공동연락사무소가 미국을 곤란한 상황에 빠뜨릴 수 있다"고 했다. 외교 소식통은 "한국이 연락사무소 문제에서 '나 홀로 과속(過速)'을 하게 되면 비핵화를 위한 한·미 공조에도 금이 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靑 "연락사무소 비핵화 기여"

김의겸 대변인은 이날 남북 연락사무소의 대북 제재 위반 가능성을 부인하면서 4가지 이유를 들었다. 김 대변인은 "연락사무소는 한반도 군사적 긴장 완화와 평화 정착을 위한 가장 기본적 사업"이라며 "남북 간 상시적 소통 체제를 유지하는 것은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을 촉진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개성 남북 연락사무소에 대해 '남북 관계 개선'이라는 측면에서만 초점을 맞췄던 청와대가 '비핵화 촉진'이라는 새 논리를 내세운 것이다.

이와 함께 김 대변인은 "연락사무소 지원은 북한에 대한 이익을 주는 것이 아니며, 연락사무소는 남북 정상회담 합의에 따른 것인데 (6월) 미·북 정상회담 합의도 판문점 합의를 포괄적으로 계승하고 있다"고 했다. 개성 연락사무소에 대한 전력 및 유류(油類) 공급이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에 구멍을 낼 수 있다는 미국 내 우려에 대한 반박인 셈이다. 그러면서 청와대는 "한·미 간에 긴밀히 협의를 하고 있다"며 연락사무소의 대북 제재 위반을 두고 한·미 간 이견이 있다는 분석을 부인했다.

하지만 청와대가 남북 관계 개선과 소통 차원에서 추진했던 연락사무소에 '비핵화' 명분을 끌어들인 것 자체가 미국으로부터 물밑에서 우려를 전달받았음을 보여주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들에 따르면 미국은 연락사무소의 대북 제재 위반 가능성을 제기하며 "남북 관계는 비핵화의 진전과 속도를 맞춰야 한다"는 입장을 여러 외교 채널을 통해 우리 측에 전달해왔다. 서울의 외교 소식통도 "최근까지 우리 외교부가 미국과 제재 위반 여부를 논의해 왔고, 미국 측은 현 시점에 연락사무소 설치가 적절한지 의문을 표했었다"고 전했다. 이런 미국 내 기류에 대해 김 대변인은 "미국의 (공식 입장이 아닌) 일부 시각"이라고 했다.

◇폼페이오 방북, 핵심 변수로 떠올라

청와대는 연락사무소가 대북 제재 위반이 아니라고 했지만, 이날 개소식 날짜를 공개하지는 않았다. 김 대변인은 "북쪽과 개소식 날짜, 사무소의 구성·운영 이런 문제들에 대해 사실상 타결을 본 상태고 현재 내부적으로 조율 중"이라고 했다. 개소식 날짜와 세부 규칙에 대해 사실상 타결을 봤지만, 북한의 국내 정치적 상황 때문에 확정해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빠르면 이번 주, 늦어도 이달 안에는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출범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미국은 비핵화의 진전 여부를 가늠할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등 미·북 관계 및 비핵화 상황을 고려해 한국 연락사무소 문제를 다뤄달라는 입장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김정은에게 보낸 친서에서 "폼페이오 장관을 평양에 보낼 테니 비핵화에 대해 깊이 있게 논의하자"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 소식통은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성과가 비핵화는 물론 남북 관계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며 "북한이 중대한 비핵화 조치를 취하면 미국이 한국이 요청하는 대북 제재 유예를 수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8/21/201808210021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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