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 기자 시절 '불금'은 꿈같은 얘기였다. 검찰이 켕기거나 파장을 줄여야 할 사건을 주로 금요일에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유는 하나, 뉴스 주목도가 가장 떨어지는 요일이기 때문이다. 주식 대박 검사장, 국정원 댓글, 대통령 사돈 기업 수사 결과 등이 금요일마다 공개됐다. '비리 검사'들도 꼭 금요일에 소환 조사를 받곤 했다. 불금은 '불타는 금요일'이 아니라 '불안한 금요일'이라고 기자들끼리 수군댔다. "금요일은 검찰의 날"이라는 우스개도 있었다.

▶기자들이 단합해 저항(?)한 일도 있었다. 6년 전 대통령 사저(私邸) 부지 매입 수사 때였다. 금요일 오후 발표한 수사 결과를 바로 보도하지 않고 엠바고(일시적 보도 유예)를 걸어 월요일 신문에 내보냈다. 하지만 그 한 번뿐이었다. 검찰은 '앞으로 안 그러겠다'고 하다가도 금요일만 되면 슬그머니 보도 자료를 돌렸다. 
 
[만물상] 뉴스 터는 요일

▶'나쁜 뉴스는 금요일에 제공하라'는 건 홍보 담당자들에게 불문율이나 마찬가지다. 주 5일제와 노동시간 단축으로 금요일 뉴스 주목도는 더 떨어졌다. 토요일 신문은 5~6년 전부터 지면이 확 줄었고, 최근엔 아예 내지 않는 곳도 있다. 인터넷 뉴스 조회도 주말이 평일의 60~70%에 불과하다고 한다. 반면 '좋은 뉴스'는 일요일이나 월요일 발표하는 일이 잦다. 정부나 기업 처지에선 나쁜 뉴스에 대한 관심을 주말 사이 희석한 뒤 '좋은 뉴스로 나쁜 뉴스를 덮는'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트럼프 미 대통령도 '금요일에 뉴스 털어버리기(friday news dump)'를 한껏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7~9월 자기 마음에 안 드는 참모 다섯을 잘랐는데, 모두 금요일이었다. 이슬람 7국의 미국 여행 금지, 성 전환자 군복무 금지 같은 논란 큰 정책도 금요일 깜짝 발표한 뒤 골프장으로 떠나기를 반복했다. 그래서 언론과 백악관이 금요일마다 긴장 상태라고 한다.

▶정부가 그제 금요일 하루 '7월 고용 동향' '국민연금 재정 추계 결과' '2022년 대입 개편안' 같은 좋지 않은 발표를 쏟아내자 "쇼에 능한 정부답다"는 말이 나왔 다. 앞서 정부 비판 여론이 큰 대입 개편 공론화, 북한 석탄 반입 수사, 신고리 5·6호기 일시 중단 등도 금요일 발표했다. 부실 인사로 낙마한 안경환, 박기영, 이유정 후보자도 모두 금요일 사퇴를 발표했다. 노인들까지 소셜미디어로 뉴스를 퍼나르는 세상이다. 잠시 눈가림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본질이 어디 가겠나. 정책 제대로 펴는 노력을 더 했으면 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8/19/201808190264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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