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퍼 前국가정보국 국장 인터뷰
 

강인선 워싱턴지국장

제임스 클래퍼〈사진〉 전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지난 9일 "종전 선언이 북한 비핵화를 유도하기에 충분치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2010년부터 2017년초까지 미국의 16개 정보기관을 이끌었던 클래퍼 전 국장은 북한의 핵 리스트 제출 가능성도 낮게 봤다. 그는 이날 전화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핵 포기 대가로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내는 것이 한·미가 풀어야 할 가장 큰 과제"라고 했다.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이후 두 달이 지났지만 북한 비핵화에선 아직 의미 있는 진전이 없다.

"싱가포르 회담에서 합의한 게 별로 없으니 진전이 없어도 놀랄 일은 아니다. 북한이 비핵화하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다. 얼마나 오래 걸릴지는 북한만이 알 것이다. 2014년 방북했을 때만 해도 북한은 비핵화를 단호히 거부했다. 한·미는 북한이 핵무기에 의존하지 않고 안보를 유지하기 위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먼저 알아내야 한다."

―북한이 체제 보장 방안의 일부로 '종전 선언'을 요구하고 있다.

"내가 방북했을 때도 북한은 평화협정에 관심이 컸다. 지나친 요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종전 선언이 북한의 핵 포기를 유도하는 데 충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은 북한이 핵 리스트 신고를 먼저 하면 종전 선언을 하겠다는 입장인데.

"북한이 핵 신고서를 내지 않으려 할 것이다. 이런 순서에 동의하지도 않을 것이다."

제임스 클래퍼
/블룸버그

―북한과 미국이 생각하는 비핵화는 어떻게 다르다고 보나.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이 핵무기는 물론 관련 시설, 무기 체계 등을 포함하는 완전한 카탈로그를 내고 현장 검증을 하자고 한다. 하지만 북한은 그런 생각은 전혀 안 하고 있을 것이다. 미국은 생화학 무기까지도 비핵화에 포함시키지만, 북한은 거기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핵화하겠다고 한 약속을 신뢰하나.

"물론 아니다. 레이건 대통령은 '믿어라, 그러나 검증하라'고 했다. 김정은이 어떤 약속을 했을 때 우리에겐 그것을 검증할 방법이 있어야 한다."

―김정은이 궁극적으로 비핵화를 하기는 할 것이라고 보나.

"모르겠다. 우리는 김정은이 비핵화를 하는 대가로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 김정은에게 무엇을 제안해야 할지를 우리는 아직 모른다.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에서 김정은을 만났을 때 그것부터 물어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기회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

―지금 김정은이 추구하는 목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정권 유지'일 것이다. 김정은은 지금 긴 게임을 하고 있다. 그는 매우 젊고 그에겐 임기라는 것이 없다. 10년, 20년 이상 그 자리에 있을 것이다."

―2014년 방북해 김영철 당시 정찰총국장을 만난 경험에 비춰볼 때 미국과의 협상 담당자로서 그를 어떻게 생각하나.

"당시 그는 험악했고 반미였고 끔찍했다. 그래서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 때 그를 특사로 보낸 것을 보고 매우 놀랐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방북해 북한에 여러 가지 비핵화 방안을 제안했는데 북측이 거부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우리는 북한 핵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핵 시설과 핵무기가 어디 있는지, 핵무기 운반 가능한 미사일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부터 먼저 알아야 한다. (비핵화) 대상에 대해서 모르는데 어떻게 논의를 진행하겠는가. 북한은 핵 리 스트를 내놓지 않으려 할 것이다."

―김정은을 9월 유엔총회에 초청하거나 2차 미·북 정상회담을 하는 방안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목적이 무엇이냐가 중요한데, 지금으로선 우리가 그걸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 확실치가 않다."

―조만간 돌파구가 있을 것 같나.

"그렇지 않을 것이다. 북한 비핵화는 아주 천천히 진행되고 긴 시간이 필요한 과정이 될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8/16/20180816003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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