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신항 하역 현장 가보니
 

7일 오후 2시쯤 경북 포항 남구의 포항신항 제7부두. 정박해 있던 화물선 옆 대형 크레인에서 "쿵"하는 굉음과 함께 덩어리 형태의 석탄이 쏟아져 내렸다. 크레인이 4~5차례 석탄을 내릴 때마다 1만여㎡ 하역장에는 금세 검은 산더미들이 생겼다. 뿌연 석탄 가루 속에 인부 10여명이 하역 작업을 벌였고, 한편에선 25t 덤프트럭들이 석탄을 옮겨 싣고 줄지어 하역장을 빠져나갔다.

이날 정박 중이던 선박은 벨리즈 선적의 2984t 규모 진룽호로 작년 10월 북한산 석탄을 국내 반입한 것으로 의심받는 선박이다. 뱃머리에 새겨진 'JINLONG'은 페인트가 군데군데 지워져 있었다. 진룽호는 지난 1일 러시아 나홋카항을 출발해 4일 오전 포항신항에 입항했다. 중국인 11명 등 선원 13명이 타고 있었고, 석탄 5100t이 실려 있었다.

경북 지역 한 공장으로 옮겨질 이 석탄의 원산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이날 작업 인부들에게 "북한산 석탄이냐"고 묻자 "석탄에 무슨 국적 표시라도 있느냐. 우리는 시키는 대로 일만 한다"고 했다.
 
7일 오후 경북 포항신항 제7부두에서 화물선 진룽호가 싣고 온 석탄 더미를 삽차가 퍼올리고 있다.
7일 오후 경북 포항신항 제7부두에서 화물선 진룽호가 싣고 온 석탄 더미를 삽차가 퍼올리고 있다. 뒤쪽에 보이는 선박 앞부분에 하얀 글씨로‘진룽(JINLONG)’이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다. 이 배는 러시아산으로 위장한 북한산 석탄을 지난해 10월부터 20차례에 걸쳐 국내로 싣고 왔다고 의심받고 있다. 이날도 진룽호는 석탄 5100)을 포항에 내리고 오후 4시 50분쯤 러시아 나홋카항으로 떠났다. /김동환 기자
외교부는 "관련 문서를 통해 1차 확인한 결과 이번에 진룽호가 싣고 온 석탄은 러시아산"이라며 "관계 기관이 선박 검색도 했지만 안보리 결의 위반 혐의는 확인된 바 없다"고 했다. 하지만 서류 위조 가능성에 관해선 "그런 상황을 예단해서 말하진 않겠다"고 했다.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북한 무역업 종사자를 인용해 "재작년부터 (대북) 경제 제재가 본격화돼 석탄 수출 길이 막히자 조선무역회사들이 러시아 항구에 석탄을 보낸 뒤 러시아산으로 서류를 위조해 수출해 왔다"고 했다. 북한산 석탄이 '러시아산'으로 둔갑해 수출된다는 뜻이다.

유엔 안보리는 작년 8월 북한산 석탄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대북 제재 결의(2371호)를 채택했다. 진룽호는 이후 작년 10월 27일 동해항에 북한산 의심 석탄 4600t을 반입했다. 이어 최근까지 총 20차례 국내에 입항한 것으로 확인됐지만, 우리 당국에 억류된 적은 없다. 작년 12월 채택된 안보리 결의 2397호는 과거 북한산 석탄 수입에 연루된 선박도 근거가 있으면 억류 등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이날 진룽호 석탄 하역은 입항 전 수입 신고에 따라 정상적으로 이뤄진 것이다. 진룽호는 하역 후 이날 오후 4시 50분쯤 당초 출항 일정을 하루 앞당겨 나홋카항으로 떠났다. 포항신항 관계자는 "석탄이 북한산인지 아는 바 없지만, 진룽호는 세관 절차를 거쳐 정상 입항한 만큼 하역 후 언제라도 출항이 가능하다"고 했다. 정부 당국자는 "진룽호의 과거 행적은 조사가 진행 중이며, 조사 결과가 나오면 필요한 조치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자유한국당 '북 한 석탄 대책 태스크포스(TF)' 단장인 유기준 의원에 따르면 진룽호를 포함, 북한산 석탄을 싣고 한국에 입항했다는 의심을 받는 선박은 샤이닝 리치호, 안취안저우 66호 등 최소 8척이다. 특히 작년 10월 북한산 석탄 반입 의혹을 받는 샤이닝 리치호는 올 5월에도 두 차례 국내에 들어와 석탄 총 1만여t을 인천항·포항신항에 하역했다고 유 의원실이 밝혔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8/08/2018080800181.html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