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용호 北외무상 어제 이란에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7일 이란에 도착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북한과 이란은 핵 개발 문제로 미국과 오랜 갈등을 빚다 협상에 나섰지만 지금은 고강도 제재에 직면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마침 이날은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5월 이란과의 핵 합의에서 탈퇴하며 예고한 대(對)이란 경제 제재에 본격 착수한 날이었다. 앞서 미국은 지난 3일 대북 독자 제재 대상을 추가 발표했었다. 외교가에선 "서로 형제국이라 부르는 북한과 이란이 미국의 제재에 맞서 공동 전선을 펼치는 모습"이란 평가가 나온다.

리용호는 이날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과 회담을 가졌다. 이란 국영 파르스통신은 구체적 설명 없이 "양측은 양자 관계, 중동 지역 사안에 대해 논의했다"고만 했다. 다만 외교 소식통은 "현재 북한과 이란의 최대 외교 현안은 미국의 제재란 점에서 동병상련의 처지"라며 "오랜 친선 관계를 확대·발전시키자는 취지의 수사(修辭)를 통해 '미국의 압박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발신하려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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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현지 시각)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북한·이란 외무장관 회담장에서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맨 왼쪽) 이란 외무장관과 리용호(오른쪽에서 둘째) 북한 외무상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PA 연합뉴스

북한은 1980~1988년 이란·이라크 전쟁 때 이란에 무기를 제공한 것을 계기로 이란과 각별한 관계를 맺었다. 이후 이란과 핵·미사일 기술을 주고받는다는 의심을 받아 왔다. 이란은 2015년 7월 미국 등과 핵 개발을 포기하고 핵 사찰을 수용하는 내용의 핵 합의(JCPOA)를 맺었다. 하지만 미국은 지난 5월 8일 JCPOA 파기를 선언했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 연구위원은 "미국과 비핵화 협상 중인 북한은 파기된 이란 핵 합의로부터 교훈을 얻고자 할 것"이라고 했다.

외교가에선 북한이 석유 도입에 어려움을 겪는 시점에 세계 3위 산유국에 외교 수장을 파견한 점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유엔 안보리 제재는 북한에 대한 정 유 제품과 원유 공급을 각각 연간 50만배럴과 400만배럴로 제한하고 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감시망이 계속 좁혀들자 석유 공급처 다변화를 꾀하는 상황이다. 국책 연구소 관계자는 "이란은 석유가 남아돌지만 미국의 제재로 한 방울도 팔 수 없는 상황"이라며 "북한이 이 석유를 중국 등 제3국을 통해 몰래 들여오는 방안을 이란과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8/08/201808080021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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