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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법(無法) 현장
조선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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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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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 군중에게도 명분이 있다." 1925년 말 중국에서 군중(群衆)이 신문사를 습격해 불을 지르자 중국 공산당 실력자이던 베이징대 교수 출신 천두슈(陳獨秀)는 지지했다. 명분이 있으면 군중이 폭력을 행사해도 괜찮다는 이 생각은 마오쩌둥의 문화혁명으로 이어졌다. 문화혁명으로 중국 인민이 얼마나 큰 고초를 당하고 중국 국가 발전이 지체됐는지는 이제 모두가 안다. 어떤 경우에도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 폭력이 정당화되는 사회가 되면 사회 구성원 모두가 그 피해자가 된다. 시간문제일 뿐이다.

▶93년 전 이웃 나라 일이 떠오른 건 어제 우리 신문 사진 한 장에 심란해진 탓이다. 몇몇 시민 단체 회원 수백 명이 감옥서 나오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탄 차를 가로막고 달려드는 장면이다. 누군가 차 앞유리를 내려쳐 깨뜨리기도 했다. 차 안 사람은 목숨 위협을 느꼈을 게다. 그런 상황이 무려 40분간 이어졌다. 김 전 실장이 완전히 석방되는 것도 아니었다. 법 절차에 따른 구속 만기일 뿐이다. 조만간 대법원 판결에서 징역형이 확정되면 또 수감된다. 그게 더 고역일 것이다. 그래도 그 사람을 폭력으로 짓밟아야겠다는 군중이 세상에 법이 없는 듯 활개 쳤다. 
 
[만물상] 무법(無法) 현장

▶놀라운 것은 그 자리에 경찰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폭력 시위대 중 누구도 현행범으로 체포되지 않았다. 경찰이 '이제부터 명분 있는 폭력은 괜찮다'고 선언하는 현장이었다. 다른 기관도 아닌 경찰이 현 정권과 촛불 시위대에 찍힌 사람은 길거리에서 집단 린치를 당해도 어쩔 수 없다고 방관하는 나라가 됐다. 무법천지다. 그런가 하면 댓글 조작 혐의로 특검에 피의자로 소환된 정권 실세는 지지자들이 던진 장미꽃 세례를 받으며 개선장군처럼 손을 흔든다.

▶며칠 전 서울 신촌에선 '박상학·태영호 감옥행'을 주장하는 시위대가 거리를 휘저었다. 자칭 '체포 결사대'라는 이들은 태영호 전 주영(駐英) 북한 공사를 '미성년자 강간범' '평화통일 방해꾼'이라며 감옥에 보내라고 했다. 북한이 태 전 공사를 비난할 때 쓰는 표현이다. 대북 전단을 보내온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에겐 "후원금을 횡령하는 북한 인권 장사치"라며 욕을 퍼부었다.

▶그들을 보면 여기가 북한 땅인가 싶다. 맥아더 동상에 불 지른 범인은 경찰에서 곧 풀려났다. 전국을 돌며 반미 집회마다 얼굴을 보인다. 좌우 이념 문제가 아니다. 법을 지키지 않으면 무법 사회가 되고 그 정글의 맹수들은 먹이의 좌우를 가리지 않는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8/07/201808070411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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