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5일 폭스 뉴스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4월 27일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그것(비핵화)을 1년 내에 하겠다(he would do it within a year)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1년 내 비핵화 아이디어가 어디서 온 것이냐는 얘기가 많은데, 김정은으로부터 나온 것(It comes from Kim Jong-un)"이라고도 했다. 누구보다 북에 비판적이고 미국 대통령 가장 가까이서 북핵을 다루고 있는 볼턴 보좌관이다. 허튼 얘기를 했을까 싶다. 김정은이 '1년 내 비핵화' 입장을, 그것도 한국 대통령에게 직접 밝히고 미국에도 전했다면 대단히 반갑고 환영할 일이다. 그럼에도 그 뒤 진행된 과정과 현재 상황, 백악관 보좌관이 이 시점에 발언을 공개한 배경 등을 보면 영 개운치가 않다.

북한에서 김정은 발언은 헌법이나 공산당 강령보다 위다. 김정은이 이런 뜻을 진짜 가졌다면 3개월 이상 지난 지금쯤은 구체적 진전이 있어야 했다. 그러나 북한은 스스로 쓸모없어졌다고 밝힌 핵실험장이나 미사일 발사대를 철거한 것 외에 실질적 비핵화 조치는 한 것이 없다. 미국이 정상회담까지 하며 관계 정상화 약속을 했는데도 비핵화 시간표 합의조차 피한다. 지금으로서는 북핵 폐기라는 것은 거의 무산 직전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상한 것은 판문점 회담을 큰 업적으로 홍보하는 정부가 김정은의 '1년 내 비핵화 약속'이라는 대형 호재를 왜 즉각 발표하지 않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볼턴이 김정은이 하지도 않은 말을 했다고 거짓말하고 있는 건가. 아니면 문 대통령이 김정은 말을 미국에 잘못 전한 것인가.

그런데 볼턴 발언에 대해 청와대는 "판문점 회담에서 정상 간에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 제가 알지 못하고 알아도 언급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답변을 피하고 있다. 외교에서 정상 간 대화는 공개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백악관 보좌관이 이미 공개했고, 실제 상황도 김정은 말과 다르게 진행되고 있다.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다. 정부는 김정은이 정확히 어떤 말을 했는지 국민에게 밝혀야 한다.

김정은이 문 대통령에게 실제 그렇게 약속했다고 해도 김정은이 말하는 '비핵화'란 우리 생각과는 완전히 다른 무엇이라는 얘기가 된다. 한·미 정부가 김정은의 '1년 내 비핵화' 발언의 진의(眞意)가 무엇인지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섣불리 나섰다면 지금이라도 성급함과 조급증을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김정은이 어떤 맥락에서 뭐라고 말한 것인지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8/06/201808060266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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