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美대사 기자 간담회 "한번 선언하면 돌이킬 수 없어"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

해리 해리스〈사진〉 주한 미국 대사는 2일 "종전 선언은 너무 빨리 하면 나중에 협상이 실패했을 때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이 혜택을 본다"며 "종전 선언은 한번 선언하면 (새로운) 전쟁을 시작하지 않는 한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지금 (비핵화 협상) 초기 단계에서는 매우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해리스 대사는 이날 서울 정동 대사관저에서 개최한 기자 간담회에서 "종전 선언에는 한·미가 함께 가야 한다. 일방적인 선언이 돼선 안 되고 빨리 가서도 안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달 해리스 대사가 부임한 후 언론과의 첫 만남인 이날 간담회에는 본지를 포함해 국내 언론 6곳이 참석했다.

해리스 대사는 "종전 선언이 있으려면 비핵화를 향한 북한의 상당한 움직임이 있어야 하지만, 아직 우리는 그런 것을 보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구체적 비핵화 조치에 대해 "핵시설의 완전한 명단을 제출하는 것이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해리스 대사는 북한의 미사일 엔진 실험장 해체 움직임 등에 대해 "전문가가 현장에 가보았나. 기자들이 현장에 갔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검증이 핵심(central)이다. 북한이 자신이 했다고 하는 걸 정말 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해리스 대사는 "북한이 만약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시설을 파괴했다면 미국에 좋은 일이지만, (중·단거리 미사일 공격권에 있는) 한국 등 지역 동맹국들에는 충분하지 않다. 그래서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 가능한 비핵화(FFVD)다"라고 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대사가 정동 대사관저에서 부임 후 첫 기자 간담회를 갖고 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대사가 정동 대사관저에서 부임 후 첫 기자 간담회를 갖고 있다. /주한미대사관
해리스 대사는 북한이 6·25전쟁 전사자 유해를 송환한 것에 대해 "북한이 약속을 이행한 것을 고맙게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우리는 모든 국가가 마땅히 해야 하는 인도주의적 행위와 북한이 취해야 하는 비핵화 조치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유해 송환은 비핵화 본질과는 관련이 없다는 얘기다. 그는 "북한이 대량살상무기(WMD)를 포기하지 않는 한 제재는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최근 남북대화와 교류 사업에 대한 미국의 입장과 관련해 해리스 대사는 "지금 이 시점에 양국 간에 이견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남북 간에는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등을 넘어 많은 요소가 있지만, 각각에 대한 언급은 안 하겠다. 모든 부분에서 한·미가 일치된(synchronized) 상태로 나갔으면 좋겠다. 남북대화와 북한의 비핵화가 함께 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최근 '북한이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에도 핵·미사일을 계속 개발하고 있다'는 미국 언론의 보도에 대해서는 "정보 관련 사항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겠지만 그 기사들을 다 읽었다"며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그 자체가 이미 (북한의 '비핵화 의지'와 관련한) 현주소가 무엇인지 말해주는 것"이라고 했다.

해리스 대사는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중단한 것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은 생산적인 협상이 계속되는 한 훈련을 중단한다고 했다. 나도 당분간 군사훈련을 중단 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했다. 하지만 '당분간'이 얼마가 될지는 모른다. 비핵화를 실행할 의무는 북한에 있고, 이에 따라 어느 시점에 우리가 훈련을 재개할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해리스 대사를 호주 대사로 지명했다가 한국 대사로 재지명했다. 해리스 대사는 "한국은 긴장과 평화의 중심이다. 한국에 오게 돼 매우 흥분된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8/03/201808030021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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