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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終戰) 선언
조선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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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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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8월 북한 외무성 부상이 모스크바의 러시아 외무부 자료실을 방문했다. 1939년 체결된 독·소 불가침조약 복사본을 한참 바라보더니 "단순 선언이 아닌 제대로 된 조약도 아무 보장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한다. 히틀러가 불가침조약 한 달 만에 2차대전을 일으키고 1941년 소련을 전격 침공한 역사를 떠올린 것이다. 그의 결론은 "그러니 (체제를) 보장한다는 미국 말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였다.

▶북 정권은 1953년 7월 김일성이 흰색 군복을 입고 정전(停戰)협정문에 서명하는 사진을 '전쟁 승리 장면'으로 선전한다. 7·27 정전협정일을 '전승절'로 기념하는 게 북한이다. 김정은이 미국과 종전(終戰)하는 선언문에 서명한다면 미국의 '완전 항복' 장면으로 선전할 것 같다. 오는 9월 9일은 북 정권 수립 70주년이기도 하다. 그래도 단순한 정치 선언만 갖고 체제 보장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잘 아는 북한이 왜 이렇게 종전 선언에 집착하는지 궁금하다.

칼럼 관련 일러스트

▶2007년 노무현 정부도 종전 선언을 추진하면서 과거 사례를 찾아봤다. 1956년 일본·소련이 공동선언 형식으로 관계를 정상화한 것과 1978년 미국 중재로 이스라엘·이집트가 맺은 캠프 데이비드 협정 등이 검토 대상이었다. 그러나 일본은 '승전했다'는 북한과 달리 패전국이었다. 캠프 데이비드 협정은 이듬해 평화조약으로 이어졌지만 이스라엘을 둘러싼 중동 정세는 지금도 화약고다. 종전 선언을 평화협정에서 별도로 떼어내 추진한 사례 자체가 거의 없었다. 이 때문에 노 정부 내에선 '종전 선언부터 하자'와 '정치·군사·법적 조건이 먼저 갖춰져야 한다'는 논쟁이 뜨거웠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요즘 문재인 정부에선 '종전 선언부터 하자'는 목소리만 들린다. 청와대는 31일에도 "4자(남·북·미·중) 종전 선언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했다. 북은 연일 선전 기관 등을 내세워 '종전 선언'을 재촉하고 있다. 북이 바라는 대로 종전 선언을 해주면 북 비핵화를 견인할 수 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문화부가 이날 발표한 대북 정책 관련 여론 조사에서 국민의 63.8%가 '북 비핵화'를 첫째로 꼽았고 '평화협정'은 38%였다. 북이 결국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 국민이 더 많았다. 종전 선언 뒤 북이 비핵화는 질질 끌면서 '전쟁이 끝났으니 유엔사 해체하고 NLL도 없애라'고 나올 수 있다. 주한 미군 철수도 요구할 수 있다. 정부는 '일단 믿고 보자'는 태도다. 안보를 이래도 되나 싶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7/31/201807310353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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