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 강요는 또 다른 인권침해… 말 한마디에 北가족 생사 달려… 국가기관이 잔인한 십자가 지워"
 

올해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신년 국정연설에 초청받았던 탈북민 지성호씨가 2016년 집단 귀순한 북한 식당 종업원들의 한국 입국 경위를 조사하겠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을 비판하고 나섰다.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은 국정연설 때 꽃제비 출신으로 왼쪽 팔다리를 잃은 채 탈북한 지씨의 사연을 '깜짝' 소개하며 "희망의 상징"이라고 했고, 지씨는 탈북 때 사용한 목발을 치켜들어 참석자들의 기립 박수를 받았다.

북한인권단체 나우(NAUH)를 이끌고 있는 지씨는 30일 서울 중구 인권위 앞에서 미 의회에 가져갔던 목발을 짚은 채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국민의 인권을 보호해야 하는 국가기관이 법의 잣대로 탈북 종업원들에게 비인권적인 답변을 무조건 강요하면서 가장 잔인한 십자가를 지우고 있다"고 했다.
 
탈북민 지성호(오른쪽) 나우 대표가 30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북한 식당 종업원들의 한국 입국 경위를 직권조사하겠다고 결정한 국가인권위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탈북민 지성호(오른쪽) 나우 대표가 30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북한 식당 종업원들의 한국 입국 경위를 직권조사하겠다고 결정한 국가인권위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 대표가 지난 1월 워싱턴 미 의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신년 국정 연설에 초대받았을 때의 모습.
지 대표가 지난 1월 워싱턴 미 의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신년 국정 연설에 초대받았을 때의 모습. /게티이미지 코리아
인권위는 전날 2016년 4월 중국 내 북한 류경식당 종업원 12명의 집단 탈북 사건을 직권조사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일부 언론이 '이들의 탈북은 국정원의 기획에 따른 것이며, 종업원 대부분이 행선지도 모르고 한국에 왔다'고 보도한 데 따른 것이다. 북한은 지속적으로 이들이 국정원에 의해 유인·납치된 것이라며 송환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지 대표는 이날 본지 인터뷰에서 "실제로 억지로 끌려왔고 지금 북한에 돌아가고 싶어하는 종업원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한국에 남고 싶어하는 다른 종업원들은 가족들이 불이익을 받을 것을 우려해 인권위 조사에서 솔직히 답변할 수 없는 처지"라며 "그런데도 조사를 강요하는 것은 법을 앞세운 또 다른 인권침해"라고 했다. 그는 "일반인들은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은 사람은 보내고 남한에 남고 싶다는 사람은 남기기 위해 조사하는 게 뭐가 문제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탈북민의 현실을 몰라서 하는 얘기"라고 했다. 지 대표는 "현재 종업원들의 북한 내 가족들은 '납치 피해자 가족'으로 대우받지만, 종업원들이 '한국에서 살기를 원한다'고 말하는 순간 가족들은 하루아침에 '반역자 가족'으로 신분이 바뀌어 정치범수용소에 끌려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인권위의 진상 규명이 종업원들의 남한 잔류 의사를 확인하는 쪽으로 진행된다면 이는 결국 북한에 있는 가족들을 살릴 것이냐 죽일 것이냐를 결정하라는 잔인한 선택 강요가 되는 셈"이라고 했다.

지 대표는 "국가기관이 이 문제에 개입했다면 해당 공무원을 조사해서 처벌하면 될 일"이라며 "탈북 여성들을 논란의 중심에 세우지 말고 최대한 보호해줘야 한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7/31/201807310027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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