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커리 '허영의 시장'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19세기 중반 영국의 뛰어난 풍자 작가 새커리의 '허영의 시장'에 나오는 도빈은 연모하던 아멜리아가 약혼자 조지에게 버림을 받으니까 그녀를 자기가 차지할 꿈을 꾸는 대신, 조지를 엄하게 다그쳐서 아멜리아와 결혼하도록 하고 그림자처럼 그들을 보살핀다. 그는 아멜리아가 과부가 된 후에도 옆에서 수호신 노릇만 하는데 아멜리아는 그의 마음을 헤아리지도 못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 초부터 김정은에게 기울이는 애정은 국민을 서글프고 분노하게 했다. 김정은에게 사랑을 베푸는 것은 돼지에게 진주를 던져주는 것과 다를 바 없어서 그 사랑이 선한 결실을 볼 가망은 전혀 없다. 더욱이 대통령이 파산 직전의 적국 수괴를 사랑하면 우리 국민의 피땀인 세금이 적국을 살찌우게 하니, 마누라 지참금으로 애인 집 사주는 남편 본새다.

한동안 문 대통령에게 따리를 붙이던 김정은이 본색을 드러내며 문 대통령을 모욕하기 시작했다. 백방으로 애써서 미·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것이 누군데, 제가 방정을 떨어서 그 정상회담이 물 건너간 것 같을 때는 허겁지겁 달려와서 구해 달라더니, 이제 트럼프를 손아귀에 넣었으니 문 대통령은 능멸해도 되겠다는 심보인 모양이다.

아버지뻘 되는 문 대통령이 그리 극진히 예우를 하고 총리도 추임새를 넣고 유시민 같은 '재야'(?) 인사도 지극한 찬사로 받들어 모시고, 한국 정부는 국제사회의 제재도 위반하면서 북한을 연명시켜주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김정은은 문 대통령이, 행여라도 미국이 짜증 나서 북한에 등 돌릴까 봐 양쪽 다 합의를 이행하라고 촉구한 데 대해서 "주제넘게 무례무도한 궤설을 늘어놓지 말라" "제 처지도 모르는 희떠운 훈시를 하지 말라" 등등의 욕설을 쏟아내고, "조수 노릇도 변변히 못할" 재목인 문재인은 한반도 상황 '운전자' 역할을 꿈도 꾸지 말라고 비웃었다.

김정은은 너무 성급히, 다시 안 먹을 우물에 침 뱉듯 문 대통령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 김정은은 문 대통령을 욕해놓고 우쭐했는지 모르지만 몇 달도 못 가서 또 문 대통령에게 매달릴 것이 틀림없다. 그때에 문 대통령이 그 배은망덕한 패륜아의 버릇을 고쳐놓는 대신 '단심가'를 부르며 얼싸안을까 봐 걱정이다. 대통령의 순정 때문에 나라가 날아가 버리기 전에 문 대통령의 눈에서 콩깍지가 벗겨지기를 간절히 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7/30/2018073002763.html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