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윤 아산정책연구원 여론계량분석센터장이 27일 서울 종로구 아산연 연구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윤희훈 기자

6·12 미북 정상회담 이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한 한국인의 호감도가 상당히 높아졌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이달 초에 발표됐다. 아산정책연구원이 지난 5일 발표한 ‘북-미 정상회담과 한국인의 주변국 인식’ 보고서에 따르면 김정은에 대한 한국인의 호감도는 4.06점을 기록했다. 작년 11월 조사에서 김정은의 호감도는 0.88점에 불과했다. 대화 상대로서 북한의 신뢰도도 큰폭으로 상승했다. 이번 조사에서 우리 국민 2명 중 1명 이상(54%)이 북한을 대화 상대로 신뢰한다고 응답했다. 2013년 조사에서 북한을 대화 상대로 신뢰한다는 응답자가 10명 중 1명(10.7%)에 그쳤던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변화다.

이같은 결과에 대해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여론 분석을 담당하고 있는 김지윤 여론계량분석센터장은 27일 “김정은이 젊고 개방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국민들이) 김정은의 북한은 지금까지와 다를 수 있다고 생각을 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김지윤 센터장은 이번 여론 조사에서 20대의 보수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에 대해 주목했다. 그는 “기본적으론 20대는 10대~20대 초반에 북한과 안좋은 시기를 보냈기 때문에 좋은 감정을 가질만한 기회가 없었다”며 “북한과 민족정체성을 공유한다는 것을 촌스럽다고 생각하는 경향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이어 “젊은 세대들은 ‘꼭 통일을 해야 하냐’는 의문을 갖고 있는 것 같다”는 지적에 “그렇다”면서 “한 나라의 국민으로 살기엔 멀어졌다는 느낌을 갖고 있다. 어떻게 보면 상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답했다.

김 센터장은 “(남북간)적대적인 감정을 없애고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려면 계속해서 인적 교류를 해야 한다”면서 “당장 민족성을 회복해서 통일하자고 할 수는 없지만, 교류를 통해 알아가는 과정이 있다면 ‘시민으로서의 동질감’은 회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보수 진영에서 레짐 체인지를 목적으로 민간 교류 확대를 주장하는 데 대해선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으면 상호 대화는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 레짐 체인지를 푸시하는 건 무리”라고 했다. 그러면서 “설사 레짐 체인지라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런 발언을 함으로써 북한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며 “일단은 북한을 국제 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 끌어올리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6·12 미북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인 비핵화 시간표를 내지 못한데 대해선 “아쉽다”면서도 “일단 미북간에 합의한 부분이 빨리 진행되고, 실마리가 풀려야 한다”고 했다. 김 센터장은 “북한이 유해송환과 서해 미사일 엔진 실험장 해체에 성의를 보였다”면서 “이제 공이 다시 미국에 넘어갔다. 미국이 액션을 취할 차례”라고 했다. 그는 미국이 취할 수 있는 카드로 종전선언이나 행정명령으로 시행한 대북 제재의 해제 등을 언급했다.

김 센터장은 향후 미북 간 비핵화 협상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이 이슈를 재선 선거 때에도 써먹어야 한다. 천천히 진전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그때까지 끌고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핵 이슈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트럼프가 대통령다운 일을 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는 점에서 선거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트럼프의 지지자 중엔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히지 못하는 ‘샤이 트럼프(Shy Trump)’ 현상이 있다. 이런 샤이 트럼프들을 투표장으로 가게 하려면 어떤 계기가 필요하다. 북핵 문제가 그런 매개체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전쟁 참전 미군 유해 송환에 대해서도 “미국 국내 정서에서 봤을 때 상당히 큰 이슈”라면서 “아마 트럼프 대통령은 특별한 연출로 어마어마한 쇼를 보여줄 것이다. 미국 국내 정치적으로 상당한 효과를 볼 것”이라고 했다.
 
김지윤 아산정책연구원 여론계량분석센터장이 27일 서울 종로구 아산연 연구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윤희훈 기자

다음은 인터뷰 전문.

-최근 발표한 ‘주변국 인식조사’ 보고서를 보면 우리 국민의 대북 신뢰도가 50%를 넘었다. 국민 두 명 중 한 명 이상은 북한을 신뢰한다는 뜻인데, 이런 높은 신뢰는 어디에서 비롯됐다고 보나?

“김정은이란 인물은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상당히 비밀스럽고 은밀히 활동했다. 그런데 최근 보인 모습을 보면 상당히 젊고, 개방적이라는 인상을 줬다. 유머 감각도 있고 호탕한 행동도 보였다. 이런 건 그동안의 북한 지도자에게서 기대할 수 있는 모습이 아니었다. 이런 면을 보면서 김정은의 북한은 지금까지와 다를 수 있다고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김정은이 외국 유학을 다녀온 것도 한몫 하는 것 같다. 또 그동안 북한과 관계가 안좋다가 북한이 변했다는 뉴스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이번엔 여러가지로 다를 수 있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번 보고서에선 20대 여론동향도 상당히 눈길을 끌었다. 다른 연령대에 비해 대북 신뢰도와 김정은에 대한 호감도가 상당히 낮았다.

“20대가 안보 분야에서 보수적인 성향을 보인지는 꽤 됐다. 2010년 전후로 안보 이슈에 대한 정치적 성향이 보수적으로 나왔기 때문에 이번 결과가 특별히 놀랄만한 것은 아니다. 특히 20대 남성들이 상당히 보수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남성이라면 군대를 다녀온 경험이 영향을 줬다고 볼 수 있을까?

“여론조사에서 그것까지 파악하긴 어렵다. 군대가 어느정도 영향을 줬을 수도 있지만 수치화하긴 어렵다. 하지만 꼭 군대를 다녀온 남성 뿐만 아니라 곧 군대를 가야하는 사람들도 북한에 대한 감정이 좋진 않을 것이다. ‘재들 때문에 군대를 간다’는 반발감을 갖고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론 20대는 10대~20대 초반에 북한과 안좋은 시기를 보냈기 때문에 좋은 감정을 가질만한 기회가 없었다. 북한과 민족정체성을 공유한다는 것을 촌스럽다고 생각하는 경향도 있는 것 같다.”
 
지난 5년의 대북신뢰도 변화와 연령대별 북한 및 김정은 호감도 조사./아산정책연구원 제공

-20대 여성은 어떠한가?

“20대 여성들은 북한에 대한 안좋은 감정이 좀 덜하다. 20대 남성들은 적개심이 강하다면 여성들은 무관심한 편이다.”

-젊은 세대들은 ‘꼭 통일을 해야 하냐’는 의문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 상대적으로 어른들은 ‘북한, 이 나쁜놈들’ 하다가도 ‘통일은 해야 한다’고 하는데, 20대들은 ‘굳이 통일은 안해도 싸우지 않고, 편하게 왔다갔다 하면 좋은 것 아니냐’고 생각한다. 경제적인 이유 뿐만 아니라 한 나라의 국민으로 살기엔 멀어졌다는 느낌을 갖고 있다. 어찌보면 상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정부가 통일 교육에 대한 방향을 잘 세워야 한다. ‘우린 다 같은 단군의 자손’이라는 민족 정체성으로 접근할 게 아니라, 통일을 하면 어떤 점이 좋아지는지를 구체적으로 알려줘야 한다.”

-주변국 인식조사 보고서 결언에서 ‘젊은 층이 북한을 협력 상대로 인식하고 신뢰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약간은 의아했다. ‘이게 우리 정부가 노력해야 할 부분인가?’라는 점에서였다. 현재 젊은 층의 북한에 대한 인식은 북한이 지금까지 해온 행동의 결과물 아닌가?

“국가적인 차원에서 안보 정책으로 끌고 가는 것 뿐 아니라 적대적인 감정을 없애고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려면 계속해서 인적 교류를 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그동안은 남북 관계가 틀어막힌 상태였는데 교류를 하다 보면 남북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우리는 북한 사람들을 너무 찢어지게 가난하거나, ‘장군님 만세’를 외치는 원시적인 집단으로만 보고 있다. 그러지 말고 인간 대 인간으로 대화를 할 수 있는 상대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당장 민족성을 회복해서 통일하자고 할 수는 없지만, 교류를 통해 알아가는 과정이 있다면 ‘시민으로서의 동질감’은 회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말하는 시민이란 한 국가의 구성원이 아닌, 세계 시민의 의미다.”

-보수 진영 내에서도 민간 교류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은 민간 교류를 통해 자유민주적 가치가 북한에 유입되고, 이를 계기로 레짐 체인지까지 갈 수 있는 모멘텀이 형성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진보 진영에선 남북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 민간 교류를 강조하고, 보수 진영에선 ‘레짐 체인지’라는 목표 하에서 민간 교류를 강조하는 상황이다. 난 어떤 목표보단, 과정 자체가 중요하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현 상황에서의 북한의 레짐 체인지는 섣부른 감이 있다고 생각한다.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으면 상호 대화는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에 레짐 체인지를 푸시하는 건 무리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평화롭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설사 레짐 체인지라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런 발언을 함으로써 북한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 일단은 북한을 국제 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 끌어올리는 게 중요하다. 북한이 예측 가능한 국가의 반열로 올라선다면 그 다음부턴 레짐 체인지를 논하지 않더라도 내부적인 시스템 변화 등을 추구할 수 있다고 본다.”
 
김지윤 아산정책연구원 여론계량분석센터장이 27일 서울 종로구 아산연 연구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윤희훈 기자

-6·12 정상회담 전날 싱가포르에서 열린 ‘회담 전망 토론회’에서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해서는 3개월, 6개월 등 시간을 바탕으로 한 구체적인 일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하지만 당시 정상회담에선 그런 결과까지 나오진 못했다. 어떻게 보나?

“결과적으로만 보면 아쉽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전 모든 사람의 기대 수준을 높여 놨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만나면 뭐라도 나올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 점에서 비핵화 시간표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일각에선 미북 정상이 비핵화 시간표에 합의했는데, 북한이 이 속도를 따라기지 못하면 합의 파기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타임 테이블을 내놓지 못한 것이라는 주장도 한다.

“그럴 수도 있다. 만약 합의한 시간표가 있는데, 북한이 여기서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상황이 힘들어진다. 일단 미북간에 합의한 부분이 빨리 진행되고, 실마리가 풀려야 한다. 유해 송환과 관련해 북한이 성의를 보였고, 미사일 실험장도 해체에 들어갔다. 이제 공이 다시 미국에 넘어갔다. 미국이 액션을 취할 차례라고 생각한다.”
-미국이 취할 수 있는 액션은 무엇이 있을까? 북한이 요구하는 제재 해제에 대해선 ‘안된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현재 미국이 갖고 있는 카드는 종전 선언이나 유엔안보리 제재, 미국의 독자적인 제재 등 여러가지가 있다. 미국이 독자적으로 하는 제재 중에 의회의 승인이 필요한 것 말고 행정명령으로 시행하는 제재는 예외적 조치로 해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는 제재 해제를 마지막 단계로 생각하고 있는 듯 하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지난달 11일 트위터에 싱가포르 리츠칼튼 밀레니아호텔에서 실무회담을 하는 성 김 주 필리핀 미국 대사(위)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아래 오른쪽)의 사진을 게시했다. /폼페이오 트위터 캡쳐

-미북 정상회담 과정에서 성김 주필리핀 대사의 재기용이 눈에 띄었다. 오랜 경험이 있다고 해도 타국의 대사로 나가있는 사람을 불러서 실무 협상을 시키는 모습을 보면서 의아했다. 이럴 거면 차라리 본부 자리를 내줘야 하는 것 아닌가?

“트럼프 행정부 내에 사람이 없어서 그렇다. 6자회담을 경험했거나 북한을 다뤄봤던 사람들이 트럼프 행정부엔 많지 않다. 공화당 내 외교안보 라인에서도 인물을 찾기 쉽지 않다. 공화당의 외교 브레인 중 상당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네버 트럼프 레터’라는 트럼프 반대 캠페인에 서명을 했다. 이런 사람들을 기용할 수 없으니 트럼프의 외교 안보 인력 풀이 좁을 수밖에 없다.”

-미국 내 여론 동향은 어떠한가?

“국민 여론과 워싱턴 내 전문가 여론의 온도차가 난다. 전문가 여론은 민주당, 공화당 성향을 망라하고 좋지 않다. 북한과의 협상 자체가 싫을 뿐더러,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감정도 싫기 때문이다. 북한에 대한 인식은 지금도 역시 썩 좋지 않다. 대신 국민 여론은 호의적이다. 일반 미국 국민 중에서 현재 진행되는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다. 미국 국민들은 외교 문제에 큰 관심이 없다. 다만 핵이나 미사일 이야기를 듣는 것 보단 평화를 구축한다고 하니 호의적으로 보고 있다. 대통령이 뭔가 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도 받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와 관련한 여론 조사결과를 보면 ‘잘한다’는 응답 비중이 높은 게 바로 북핵 이슈다.”

-전문가 그룹과 일반 국민 그룹 간 온도차를 이야기했다. 이와 관련해, ‘대중 지향적인 외교 정책은 실패한다’는 지적을 하는 사람도 있다.

“관료 그룹에서 그러한 지적을 많이 한다. 미국 정치를 오래 연구한 입장에서 정부나 엘리트가 여론에 의해 좌지우지된다고 보진 않는다. 특히 외교 안보 정책의 경우 여론에 따라 우선순위를 달리할 순 있지만, 여론 때문에 정책을 바꾸진 않는다. 또 하나, 대중은 생각보다 똑똑하다. 대중의 의견을 참고해 발전할 수 있는 부분도 많다. 대중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

-‘미국 국민들은 외교에 큰 관심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국내에선 북핵 이슈를 11월 중간선거나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과 연결시킨다. 북핵 이슈가 그 정도로 영향을 주는 이슈인가?

“거의 대부분의 나라에서 외교정책은 선거에 큰 영향이 없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선거라는 건 결국 투표율에 좌우된다. 나를 지지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이 투표장에 가서 표를 던져주느냐가 관건이다. 트럼프의 지지자 중엔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히지 못하는 ‘샤이 트럼프(Shy Trump)’ 현상이 있다. 이런 샤이 트럼프들을 투표장으로 가게 하려면 어떤 계기가 필요하다. 북핵 문제가 그런 매개체가 되고 있다. ‘트럼프가 대통령다운 일을 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는 점에서 선거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생각한다.”

-향후 미북 회담이 어떤 형태로 진행될 것이라고 보나?

“우선 미북회담은 완전히 멈추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이 핵실험을 또 할 것 같지도 않다. 다만 트럼프로선 비핵화가 진전되더라도 완전히 해결되는 게 달갑진 않을 것이다. 이 이슈를 재선 선거 때에도 써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천천히 진전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그때까지 끌고 나갈 것이라고 생각된다.”
 
정전협정 체결 65주년을 맞은 27일 한국전쟁 중 북측에서 사망한 미군의 유해가 북한 원산 갈마비행장에서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공군 오산기지로 송환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유해 송환은 어떤 의미로 봐야 하나?

“유해 송환의 경우 미국 국내 정서에서 봤을 때 상당히 큰 이슈다. 미북정상회담 공동 성명의 네번째 항에 명시된 유해 송환에 대해서 한국에선 ‘이게 뭐야’라는 반응을 보였지만, 미국에선 상당히 주목 받았다.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고 사라졌던 군인들의 유해 몇 십개가 송환되는 모습을 상상해봐라. 아마 트럼프 대통령은 특별한 연출로 어마어마한 쇼를 보여줄 것이다. 미국 국내 정치적으로 상당한 효과를 볼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슬로건은 ‘아메리카 퍼스트’인데, 이로 인해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가 무너지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트럼프 대통령에겐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라는 개념이 전혀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개념 자체를 모르는 것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다. 트럼프는 철저히 실리 중심이다.”

-현재 미국 내 트럼프에 대한 지지도는 어떠한가? 11월 중간선거를 예측하자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여론조사를 보면 작년 말, 올해 초 바닥을 찍고 올라가고 있다. 그때는 지지율이 35% 정도였는데 지금은 45%까지 올랐다. 특히 경제와 관련해선 50% 넘게 지지하는 것으로 나온다. 중간선거 구도는 현재 선거판 자체가 민주당이 이기기 쉽지 않다.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려면 지금 갖고 있는 주를 다 지키고 공화당의 선거구를 뺏어와야 하는데, 오히려 뺏길만한 주가 더 많다. 민주당으로선 쉽지 않은 상황이다.”

-힐러리 클린턴 이후 민주당 내 유력한 대권 주자도 보이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크다. 지금의 민주당엔 올드보이들이 너무 많다. 이들이 물러나고 새로운 인물로 채워야 한다.”
 

-혹시 공화당에서 다른 후보가 나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막는 가능성은 없나?

“몇명이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나올 순 있겠지만 쉽지가 않다. 새로운 후보가 출마해 현직 대통령을 이겨도 문제다. 현직 대통령이 정치를 못했다는 반증 아닌가. 자신들이 낸 대통령이 못했는데, 또 다른 대통령을 내겠다는 건 어색한 면이 있다.”

-공화당 내에 트럼프와 목소리를 다르게 내는 그룹도 있지 않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지 기반이 놀라울 정도로 견고하다. 공화당 내에서도 이걸 다 계산을 한다. 트럼프의 정체성을 갖고 갈 것인지 말 것인지 말이다. 지금까지 봐선 이번 선거에선 트럼프의 정체성을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하는 그룹은 이번 선거에 안나오는, 정계에서 은퇴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어떠한가? 폼페이오가 트럼프와 각을 세우고 자기 정치를 할 시간이 오고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폼페이오 장관을 언제 경질할지도 모른다. 폼페이오 장관은 현재 상황에서 봤을 때 굉장히 유력한 대선후보다. 육군사관학교를 수석 졸업하고 하버드 로스쿨을 나온 엘리트다. 캔사스주에서 하원의원도 6년을 했다. CIA 국장에 미 국무장관까지 최고의 스펙을 쌓아가고 있다. 자기 스스로도 본인의 이력이 얼마나 완벽한지 알고 있을 것이다. 국무장관을 했다는 것은 외교에 빠삭하다는 것이고, CIA 국장을 했다는건 조직컨트롤 능력이 있다는 의미다. 6년간의 하원 생활도 적당하다. 미국 의회에서 오래 활동을 하다보면 오히려 책잡힐 일이 많아진다. 예전에 제안했던 법안을 부인해야 하는 경우까지 생기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을 의회에서 보낸 건 오히려 장점이다. 하지만 폼페이오 장관에게 지금 가장 중요한 건 북핵 문제 해결이다. 일단 이걸 끝내야 한다.”

-미국 정치에서 의회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 그런데 우리 국회의 대미 의회 외교가 너무 약하다는 지적이 많다.

“미국 헌법을 보면 제일 먼저 나오는 게 의회다. 관련한 조문도 가장 많다. 대통령에 대해선 네줄, 사법부에 대해선 세줄이 전부다. 지금은 미국도 세월이 흐르면서 대통령의 권한이 많이 커졌지만 그래도 미국 정치의 뿌리는 의회다. 의회 외교를 소홀하게 생각해선 안된다. 의회가 직접 나서서 어떤 외교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지만, 발목을 잡는 건 충분히 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한미 의원 간 교류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과정에서도 미 상원 의원들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한국 의원들이 미국을 방문하면 행정부를 찾아가 기념사진만 찍고 오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게 아니라 의회 외교위원회를 방문하거나 한국 사람들이 많이 사는 지역구의 의원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김지윤 아산연 여론계량분석센터장: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나와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대학에서 공공정책학 석사와 메사추세스공과대학(MIT)에서 정치학 박사를 했다. 미국 정치 전문가로 데이터 분석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24일부터 MBC ‘100분 토론’의 진행을 맡고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7/29/201807290133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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