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군유해 송환 보도 않고 "종전선언은 美의 마땅한 의무" 3주째 선전매체 동원해 요구
체제보장 구축의 첫 공정이자 北美관계 개선 상징으로 여겨
 

북한은 28~29일 정전협정 65주년(27일) 관련 각종 기념행사 소식을 전하면서도 미군 유해 송환 내용은 일절 보도하지 않았다. 자신들이 미사일 시험장 폐기와 유해 송환을 했음에도 미국이 종전(終戰)선언 논의에 응하지 않는 데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북한은 최근 '집착' 수준으로 종전선언 채택을 요구하고 있다. 3주째 선전 매체를 총동원해 "종전선언은 미국의 마땅한 의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미측이 움직이지 않자 노동신문은 지난 25일 "남조선 당국이 강 건너 불 보듯 할 일이 아니다"라며 한국 정부가 미국을 설득해줄 것으로 노골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종전하면 美 군사 공격 명분 사라져"

종전선언은 국제법적 구속력을 갖는 평화협정과 달리 전쟁이 끝났음을 대외적으로 천명하는 정치적·상징적 행위다. 그럼에도 북한이 종전선언에 집착하는 것은 우선 '종전선언을 하면 법적 구속력과 상관없이 미국의 군사 공격 명분이 사라지게 된다'는 판단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김정은 정권이 가장 중요시하는 '체제 보장'이 상당 부분 충족될 수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종전선언 이후에는 평화협정, 불가침조약, 북·미 수교 논의도 자연스럽게 탄력을 받을 수 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북한은 종전선언이 평화보장체제 구축을 위한 첫 공정이자 신뢰 조성을 위한 선차적 요소라고 규정하고 있다"고 했다.

북한의 종전선언 요구는 유엔사 해체, 주한미군 철수, NLL(북방한계선) 무력화 등 북한의 장기적인 대남 전략 목표와도 연결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종전선언이 채택되면 북한은 이를 근거로 한반도 정전 상황을 관리·감독하는 유엔사의 해체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엔사가 해체될 경우 일본에 배치된 후방기지 전력도 이탈할 수 있어 한반도 안보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남주홍 경기대 교수는 "북한은 NLL이 유엔사가 마음대로 그어 놓은 선이라고 주장한다. 유엔사가 해체되면 북한은 NLL의 법적 근거가 사라졌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논란이 불거질수록 남·남 갈등은 커지고 한·미 동맹 체제는 약화될 수밖에 없다.

북한이 비핵화를 지연시키기 위한 협상전술로 종전선언을 부각시키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핵무기 신고·검증·폐기를 주장하는 미국의 비핵화 방안을 거부하고 살라미(잘게 쪼개는 방식) 전술로 대응하겠다는 의도"라고 했다.

◇북, ARF 계기 등 적극 요구할 듯

북한이 당초 요구하던 '정전협정 기념일 계기 종전선언'은 물 건너갔지만, 북한은 향후에도 종전선언을 계속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남·북·미·중 외교장관이 모이는 이번 주 싱가포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종전선언 문제를 강하게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북한이 종전선언에 집착하는 만큼 미국은 이를 비핵화를 압박하는 '카드'로 적극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미·북 정상회담 전에는 종전선언에 관심을 여러 차례 보였지만, 한 달여 만에 상황은 급반전됐다.

정상회담 전 트럼프 대통령은 "미·북 회담에서 종전에 대한 무언가가 나올 수도 있다" "역사적으로 종전선언은 매우 중요하다"고 했었다. 실제로 미측은 싱가포르 정상회담 직전 종전선언 문구까지 준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북 한이 미국의 예상보다도 훨씬 더 비핵화에 소극적인 태도로 나오면서 '싱가포르 종전선언'은 무산됐다. 북한의 후속 조치도 진전이 없자 미국 내에서는 "확실한 비핵화 조치 전에 종전선언을 해주면 안 된다"는 분위기가 확산됐다. 외교 소식통은 "현재 미국 분위기로는 신속한 종전선언은 어렵다. 우리 정부가 원하는 '연내 종전선언'도 차질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7/30/201807300021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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