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조사에 대한 주관식 답은 '기본으로 돌아가라'가 압도적
野黨 비대위도 강령부터 꺼내 치열하게 논쟁하며 活路 찾아야
 

이동훈 디지털편집국 정치부장
이동훈 디지털편집국 정치부장

조선닷컴(www.chosun.com)을 통해 '보수정당이 다시 살아나려면 무엇을 먼저 해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을 네티즌들에게 던졌다. 보수층을 대변하는 제대로 된 정당의 부재는 한국 사회 전체로 봐서 정당정치의 왜곡을 의미한다. 견제할 야당이 없는 정권의 말로(末路)도 험했다. 보수야당이 제 역할을 못 하면 나라에 좋지 않다는 고민을 질문에 담았다.

정치·여론조사 관련 전문가의 얘기를 들어 4가지 선택지를 만들어 하나를 고르라고 했다. ①인적청산 하고 과거와 단절하라 ②보수통합부터 하라 ③문재인 정권과 강하게 싸워라 ④중도를 끌어안고 외연을 확대해야 한다, 등이 주어졌다. 대략 25일 반나절 동안 1300명이 투표에 참여했는데 63% 정도의 다수가 '문재인 정권과 강하게 싸우라'고 주문했다. 인적청산 하고 과거와 단절하라는 주문은 그다음으로 많은 32% 정도였다. ② ④를 꼽은 이는 많지 않았다.

댓글로 표현되는 주관식 답도 살펴봤다. 작금의 보수정당을 놓고 '부활 해법'을 묻는 일은 답 없는 수학 문제를 풀라는 요구나 다름없지만, 그래도 통찰력 있는 답변을 기대했다. 그런데 주관식 답이 객관식보다 오히려 더 일관되게 한가지 주문으로 쏠렸다. 이런 내용이다. '기본으로 돌아가라', '거창한 일을 할 생각 마라. 당 강령부터 다시 들여다봐라', '가치 정립이 우선이다'. 객관식과 주관식 답변을 합치면 이런 결론이 만들어진다. "보수정당은 기본으로 돌아가 보수 가치를 정립한 뒤 문 정권과 강하게 싸워라."

보수정당은 지난 지방선거 국면에서도 정권을 강하게 비판하며 싸웠다. 그러나 참패했다. 유권자들은 문재인 정권의 실정과 오만에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의 정권 비판에는 고개를 돌렸다. 기본이 안 된 한국당은 정권을 비판할 자격이 없다고 본 것이다. "너희부터 잘하라"고도 했다.

보수정당이 기본으로 돌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한국당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우리의 사명'이란 이름으로 된 당 강령(綱領)이 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원칙의 헌법 가치에 기반하여 대한민국의 지속적 발전과 평화통일을 지향한다'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헌법 가치와 법치주의 존중, 국가안보와 국민안전 우선, 자유와 책임의 조화, 공동체 정신과 국민통합 지향 등 7개 항목이 A4용지 4장에 잘 정리돼 있다.

문재인 정권과 싸움에 나서는 보수정당은 이 강령을 가슴에 다시 품어야 한다. 돌이켜보면 한국당의 강령은 2006년과 2012년에 전면 개정을 거쳤다. 이때도 보수정당은 힘들었다. 어려울 때는 강령부터 매만졌다는 얘기다. 강령을 매만지다 보니 당내에 논쟁과 토론이 있었다. "강령에서 보수 표현을 빼자" "안 된다"고 논쟁했고, 경제민주화·북한 문제를 어느 선까지 반영하느냐를 두고 토론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보수정당에서 당 강령을 놓고 치열한 논쟁이 있었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 맹목적으로 사람만 추종하는 계파가 창궐하면 토론은 사라지기 마련이다. 특정 인사와의 의리, 배반 전력이나 따지며 서로 치고받기만 할 뿐이다.

25일 출범한 김병준 비대위에 먼저 강 령을 꺼내놓고 토론하라고 권하고 싶다. 한줄 한줄 읽어내려가면서 다시 쓰고 매만지고 논쟁했으면 한다. 그 논쟁을 통해 보수 우파의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리고 오만의 수위를 높여가는 정권을 견제해야 한다. 소득 주도 성장 등 좌파 정책에 나라가 흔들리지만 오불관언(吾不關焉)하는 정권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다수 국민이 지금 한국당에 그렇게 주문하고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7/26/201807260373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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