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칼럼] 왜 중·러와 같은 쪽에 서려 하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정상회담을 한 지 6주 정도 지났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창 들뜨고 떠들썩했던 것을 생각하면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은 듯하다. 매일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만큼 일이 척척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면 좋겠지만 상황은 정반대다.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합의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는 아무런 진전이 없다. 북한은 핵무기 폐기·해체를 위한 실질적 조치에 나서지 않고 있다. 후속 실무 협상에도 성실히 응하지 않는다.

오히려 미 정보기관과 군 당국자들은 북한이 지금도 핵능력을 계속 강화하고 있다는 판단을 내놓고 있다. 댄 코츠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지난 13일 “북한은 미·북 정상회담 이후에도 핵 관련 일부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고 했고 19일엔 ‘애스펀 안보포럼’에 참석해 “(북핵 1년 내 폐기는)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아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 사령관도 같은 행사에서 21일 “북한의 도발 수위가 낮아졌지만 북한은 핵탄두 제조에 필요한 핵물질 생산을 중단하지 않았고 핵생산 능력은 그대로다”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북핵 협상엔 ‘시간 제한도, 속도 제한도 없다’며 아예 북핵 폐기 시간표를 없애버렸다. 트럼프 행정부는 정상회담 직전까지만 해도 북한의 시간 끌기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비핵화 후속 협상이 지지부진해지자 ‘비핵화는 일정한 시간이 걸리는 과정’이라며 말을 바꿨다.

북한의 시간 벌기 전략은 6·25 전쟁 때 북한에서 전사한 미군의 유해를 송환하기 위한 협상에서도 잘 드러난다. 미군 유해 송환은 정상회담이 끝나자마자 바로 이뤄질 것처럼 발표됐다. 그러나 막상 북한은 정상회담 한 달 만에 잡힌 실무회담에서 미국을 바람맞히고 유해 송환을 종전 선언 요구와 얽어맨 모양새다.

미국이 대북 제재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게 그나마 다행인데, 이마저도 곳곳에 구멍이 뚫려가고 있다. 이미 중국은 북·중 접경지 무역을 재개하면서 대북 제재를 완화했다. 미국과 무역 전쟁을 하는 마당에 중국이 제재 강도를 더 낮추면 낮췄지 고삐를 더 단단히 조일 거라 보긴 어렵다.

더 큰 문제는 한국 정부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공조에서 앞장서서 이탈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점이다. 북한산 석탄이 줄곧 한국을 드나들며 유엔 제재를 위반했는데도 한국 정부는 이를 눈감았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20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브리핑에서 한국의 대북 제재 예외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며칠 전 미국을 다녀온 것도 제재 이행을 둘러싼 한·미 불협화음을 조율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중국과 러시아가 보란 듯 대북 제재 해제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이 대열에 합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제재라도 빈틈없이 유지돼야 북한이 진지하게 비핵화를 할 수도 있다는 기대라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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