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참모들은 북핵 해결에 시간 제한이 없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있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18일 "북한 비핵화에는 일정한 시간이 걸릴 것이며 해야 할 일이 많다"고 했다. 어느 나라의 핵을 폐기하는 데 시간 제한을 두지 않는다는 것은 핵 보유를 인정하자는 것과 다를 게 없다. 10년, 20년 지나면 기정사실이 된다. 평창올림픽 이후 한창 들떴던 분위기를 생각하면 무슨 사기극에 홀린 느낌마저 든다.

단 한 가지 다행은 미국이 그래도 아직은 제재를 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폼페이오도 "비핵화의 모든 과정은 기존 제재를 지속적으로 시행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고 말했다. 이제 남은 희망이 있다면 김정은으로 하여금 비핵화를 하지 않으면 자신이 바라는 것을 얻을 수 없다고 깨닫게 만드는 것뿐이다. 그 지렛대는 대북 제재밖에 없다. 그러나 북한을 비핵화 협상장으로 이끌어 냈던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한의 대북 압박'은 형식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정도다. 실제 현장에서 이완되는 조짐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북한 평양 주유소의 기름값이 최근 10% 이상 하락했다고 현지 주재 외국인들이 전하고 있다. 지난 5월까지 90% 가까이 급등세를 보였던 북한 유가 흐름이 반전된 것은 김정은이 세 차례에 걸쳐 중국을 다녀온 뒤다. 중국이 단둥에서 송유관을 통해 북한에 보내는 원유 공급량을 두 배가량 늘렸다고 알려지고 있다. 중국은 마지못해 대북 제재에 참여했다가 미·북 상황 변화를 구실 삼아 단속 강도를 늦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마당에 러시아산으로 둔갑한 북한산 석탄이 최근까지 한국을 드나들었던 사실이 외신을 통해 전해졌다. 결과적으로 북한산 석탄 수출을 전면 금지한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안 2371호를 위반한 것인데 우 리 정부가 이 사실을 알고도 방치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더구나 정부는 유엔 및 한·미 독자 제재 사항에 예외를 인정받은 것이 올 들어 벌써 7건이나 된다. 거의 매달 한 번꼴이다. 우리가 대북 제재 그물에 앞장서서 구멍을 내는 꼴이다. 북핵의 가장 큰 피해국인 한국이 대북 제재를 피할 궁리만 하는 것으로 비치면 중국이 대북 제재를 지킬 이유가 없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7/19/201807190297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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