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美 중간선거와 내년 4월 트럼프 再選 도전 발표가 고비
非核化 안 되면 중대 결심說… 그때까진 '말로만 평화'
 

최재혁 정치부 차장
최재혁 정치부 차장
지난주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3차 방북이 별 성과 없이 끝났다. 명확해진 것은 앞으로 길고 어려운 협상이 이어질 것이란 점뿐인 것 같다. 앞으로 북핵(北核) 문제는 시기적으로 두 번의 변곡점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 변곡점은 미 중간선거가 치러지는 올 11월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명운(命運)이 걸렸다는 선거다. 앞으로 넉 달 정도 남았다. 그때까지 가시적 성과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참다못한 트럼프가 협상판 자체를 깰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에게는 이미 한 번 싱가포르 미·북 회담을 취소하려 했던 '전력(前歷)'이 있다. 이 시나리오에 대해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전문가가 더 많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치적(治績)이 필요한 트럼프가 "내가 오판(誤判)했다"며 실수를 인정하기에 '11월'은 너무 이르다는 것이다.

북한은 그 점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폼페이오가 3차 방북하기 직전, 트럼프의 측근으로 통하는 미 공화당 의원은 북한을 향해 "트럼프를 가지고 놀려고 한다면 후회할 것이다. (전쟁이 난다면) 사상자 명단의 맨 위에 김정은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김정은은 그 말을 귓등으로 흘려들었다. 김정은은 폼페이오를 만나지 않고 안달 나게 하면서 미국을 '협상의 늪'으로 끌고 들어갔다.

두 번째 변곡점으로 거론되는 시기는 내년 4월이다. 트럼프가 재선(再選) 도전을 공식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이다. 그때까지도 비핵화 협상에 진전이 없다면 트럼프는 상당한 책임론에 직면해 있을 것이다. 트럼프로서는 국면 전환이 필요하고 이는 '중대 결심'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추론의 차원이 아니라 이런 얘기가 실제 주한미군에서 흘러나온다. 한 고위 인사는 사석에서 "내년 4월까지도 아무런 성과가 없을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속았다'고 선언하고 북한을 때릴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은 낡은 핵실험장의 오두막 같은 시설을 부수는 걸로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시켰다. 냉랭했던 중국과의 관계도 최근 '밀월(蜜月)' 수준으로 복원시켰다. '북·중 밀월'이 경제뿐 아니라 군사적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중국 최고위층이 북한 측에 '지금 미국의 고고도정찰기가 북한 전역을 정찰하고 있다'는 정보를 제공했다는 얘기가 들리고 있다. 지금의 북한군 능력으로는 미국의 고고도정찰기를 탐지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한다.

한 소식통은 "김정은이 중국을 세 번씩 방문한 것은 미국과 협상이 틀어질 때를 대비해 보험을 드는 것"이라며 "중국 시진핑 주석도 김정은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지난 5월 백악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회담을 시작하기에 앞서 기자들에게 "김정은이 시진핑과 두 번째 만난 다음부터 태도가 좀 변했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북한만 쳐다보면서 남북대화 기조가 깨질까 봐 노심초사하는 듯하다. 한국군 독자(獨自) 훈련까지 중단됐고 군 수뇌부는 핵심 군 전력을 후방으로 물리는 계획을 짜고 있다. 기존의 국방력 증강계획도 수 술대에 올랐다.

미국 대통령 입에서 '한·미 훈련은 예산 낭비'라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오는 등 한·미 동맹은 예전 같지 않다. 지금 북한이 보이는 모습이 결국 '거대한 사기극'으로 드러날 경우, 우리가 감당해야 할 후과(後果)가 적지 않을 것이다. 더 힘든 것은 결말이 뻔히 보이는 협상을 내년까지 지켜보며 "평화가 왔다"는 말을 계속 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7/10/201807100410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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