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미래 에너지 포럼]

동북아 슈퍼그리드 한·중·일·러·몽골 전력망 있는 초대형 프로젝트
 

[2018 미래 에너지 포럼]

"남북 정상회담, 미북 정상회담이 동북아 슈퍼그리드 사업의 기회를 열었다."

손병권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는 '2018 미래에너지포럼'의 '동북아 에너지 협력과 슈퍼그리드' 세션에서 동북아 슈퍼그리드 사업을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토론에 참여한 장길수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양준호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도 손 교수의 말에 공감했다. 이들은 성공적인 동북아 슈퍼그리드 구축을 위해 장기적 사업을 위한 국가 간 협정, 관련 운영기술 확보,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경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동북아 슈퍼그리드는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 몽골 등 동북아 국가의 전력망을 잇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전기가 남는 국가와 부족한 국가가 전력을 주고받아 안정적인 전력수급체계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가령 러시아의 천연가스, 몽골의 태양광 전력을 수출상품처럼 이웃 나라에 파는 것이다. 최근에는 신재생에너지 자원을 공동으로 개발해 활용하고 에너지 부문에서 협력하는 사업으로 확대되고 있다. 유럽과 북미 등 전 세계 80여개국은 이미 250GW 이상의 전력을 연계했다. 하지만, 동북아 지역은 지형과 정치적 상황으로 국가 간 전력망 연결이 안 된 상태다. 현재까지 한·중은 전력망 연계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한·러는 전력망 연결의 타당성 검토를 위한 공동연구를 계획 중이다.

◇"중국산 전기 한국 수도권 공급 가능"



[2018 미래 에너지 포럼]
▲ (좌측 사진부터) 손병권 교수 / 장길수 교수 / 양준호 교수

손병권 교수는 최근 동북아 지역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조성된 상황에서 이 지역 슈퍼그리드 프로젝트 사업이 이뤄지려면 각국의 정권 교체와 상관없이 추진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손 교수는 "국가마다 대통령이 바뀌는 해가 다르고 그때마다 정책이 바뀌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 사업 초기 단계부터 국가 간의 협정과 협약을 맺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중국이 동북아 슈퍼그리드 사업을 일방적으로 주도하지 않도록 여러 회원국이 참여해야 하는데, 일본이 참여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동북아 지역의 안보와 각국의 상대적 이익을 동시에 고려해 여러 국가가 참여하는 게 좋다는 이야기다.

그는 "신 북방정책을 만들어갈 기회의 창이 열렸을 때 한국은 동아시아 지역주의에 대한 미국의 반감, 북한의 잠재적 위협과 같은 지정학적 문제를 잘 조정해 추진해나가야 한다"면서 "한국이 북한과 다른 국가들 사이의 중개 역할을 잘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까지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태양광과 풍력으로 대표되는 신재생에너지는 전력생산의 안정성이 기존의 원자력·화력에 비해 떨어진다. 이 때문에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할 경우 최근 4차 산업혁명으로 급증하는 전력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동북아 슈퍼그리드는 이런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장길수 교수는 "한국에서 늘어나는 전력 수요는 366㎞ 거리의 중국, 460㎞ 거리의 일본과 전력망을 연결해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전력 수요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데, 동북아 슈퍼그리드가 완성되면 중국에서 2GW 규모의 전기를 끌어와 수도권에 공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가간 주파수가 다르고 해저로 전력을 연결해야 하는 특수성이 있지만 기술적인 문제는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다만 슈퍼그리드 운영방식에 있어 각국 공동으로 주도권을 행사해야 사업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슈퍼그리드 핵심 기술 중국에 뒤처져

장 교수는 한국이 슈퍼그리드 관련 기술 확보에도 힘써야한다고 했다. 동북아 슈퍼그리드의 핵심인 HVDC(고압직류송전) 기술과 관련해 중국은 현재 40개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은 두 개의 HVDC 프로젝트만 수행 중이고, 예정된 것도 4개뿐이다. 한국이 슈퍼그리드 관련 경험이 충분하지 않고 기술적으로도 중국에 뒤처져 있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슈퍼그리드의 기술적 격차를 극복하기 위한 정부의 지원과 스마트그리드의 운영기술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준호 교수는 동북아 슈퍼그리드가 '남북 경협'의 기본 사업으로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생산된 전기가 북한 동해안을 거쳐 남한 경기 북부로 들어와 다시 북한으로 흘러가도록 하는 '남·북·러 J자형 전력 협력' 모델을 제시했다. 남·북·러 J자형 모델은 선로길이가 약 1200㎞이며, 가공 직류송전은 약 3GW 규모다. 양 교수는 송전선로 이용률이 75% 정도면 8년 후에 약 3조5000억원의 투자비 회수가 가능할 것으로 분석했다.

양 교수는 미국, 일본과 같은 동맹국을 자극하지 않고 북한에 시급한 전력을 지원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전력협력을 통해 북한을 껴안아 동북아 지역의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것은 지정학적으로나 대의명분 차원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양 교수는 "남·북·러 J자형 모델을 통해 극동 러시아 지역의 에너지 자원을 공동으로 개발하는데 북한의 협력을 유도하고, 북한에 전력지원을 약속하는 것을 우리 정부가 먼저 제안하고 실행한다면 동북아 슈퍼그리드 사업에서 우리가 주도권을 쥘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 가스관 연결은 美 반발 부를 수도

다만, 양 교수는 동북아 슈퍼그리드 프로젝트의 하나로 언급되고 있는 러시아 가스관 연결 사업에 대해서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동북아 지역 내 가스관 연계 사업은 LNG(액화천연가스) 수출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미국의 반발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현재로선 러시아 가스관 연결사업보다는 각국 전력망 연결이 실현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일본은 동북아 슈퍼그리드에 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으나 한·일 전력계통 연계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북한도 가스보다 전력에 대한 수요가 압도적으로 높다. 러시아의 경우 가스관 연결이 아니어도 남·북·러 J자형 전력 협력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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