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3차 방북(6~7일)이 미북 간의 이견(異見)만 확인한 채로 끝나자 전문가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문제는 협상의 장기화다. 전문가들은 협상 결과에 대해서는 “완전한 실패”라는 비판론과 “미북의 신경전”이라는 신중론으로 엇갈렸지만, 공통적으로 “미북 간 협상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데는 동의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오른쪽)과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이 지난 7일 회담을 위해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 들어서고 있다./AFP 연합뉴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정상회담에서도 풀어내지 못한 것을 장관급 실무회담에서 풀릴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라며 “앞으로 회담은 점점 장기화할 것이며 미북 양측의 말폭탄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남 교수는 “북한에 현금을 주는 유해 발굴 사업을 통해 모멘텀은 유지되겠지만, 비핵화의 동력은 가라앉을 수밖에 없다”며 “북한은 과거 전형적으로 보여줬던 것처럼 자신의 카드는 얇게 썰고, 미국의 카드는 두껍게 썰어 바꾸려는 비대칭 살라미 전략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그는 “과거 클린턴 행정부 때부터 북한이 ‘강도’라는 표현을 쓰기 시작하면 회담은 항상 길어져 왔다”고 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이번 미북회담은 성과도 없었고, 오히려 이와 같은 지지부진한 대화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늘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다만, 대화의 판을 깨는 것은 미북 양측 모두에게 (정치적으로) 불리한 상황이기 때문에 실무 협상에 대한 비판이 누적되는 상태에서 9월까지 협상이 그럭저럭 갈 것”이라고 했다. 최 부원장은 “북핵 문제가 장기화해 미국의 11월 중간 선거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면, 미북관계는 ‘코피작전’ 얘기까지 나왔던 지난 2017년의 상황으로 급격히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도 “이번 북미고위급회담은 북한도, 미국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신속하게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가지고 있지 못함을 보여줬다”며 “한국 정부가 제3의 해법을 찾아 주도적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다만,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협상이 파탄으로 간다기보다는 비핵화와 안전보장의 방법론을 둘러싼 양측의 기 싸움이 본격화했다고 볼 수 있다”며 “북미가 ‘(비핵화 검증) 워킹그룹’ 창설에 합의한 것이 맞는다면 이번 고위급협의에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고 했다.

지지부진해 질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미북 간의 극적인 퍼포먼스 가능성도 제기됐다. 한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미국의 중간 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스위스 2차 미북 정상회담이나, 김정은의 유엔총회 연설이 추진될 수도 있다”며 “다만, 친 정부적 성향을 보였던 폭스뉴스 등 일부 매체들조차 최근 상황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지난 싱가포르 정상회담 급의 임팩트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지금과 같은 형식의 비핵화 협상에 대한 회의론도 나왔다. 남주홍 경기대 교수는 “북한이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것이 바로 ‘핵 카드’인데 이것을 포기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며 “미국이 원하는 일부 비핵화 요구는 들어주겠지만, 북한은 결국 핵무장을 확인도 부인도 못 하는 ‘이스라엘식’ 모델로 상황을 몰아갈 것”이라고 했다. 남 교수는 “현 정부는 희망적 사고가 앞서 있기 때문에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쉽지 않다”며 “지금 미북의 상황은 예고된 혼돈”이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7/09/201807090155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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