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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석조] 美, '절친' 獨 정상 왜 도청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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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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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석조 국제부 기자
노석조 국제부 기자

"좋은 친구이자 나와 가장 가까운 글로벌 파트너!"

버락 오바마가 2016년 말 미국 대통령으로서 마지막 해외 순방에 오르기 전 8년간의 임기를 회고하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 대해 한 말이다. 오바마의 최측근인 벤 로즈 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부보좌관이 최근 출간한 회고록 '있는 그대로의 세계'를 보면, 오바마는 메르켈을 "존경했다"고까지 했다.

실제로 오바마와 메르켈은 세계 자유주의 진영 동맹의 리더로서 러시아의 팽창주의·국제테러리즘 같은 각종 문제 해결에 앞장섰다. 둘은 국제회의에서 만나면 항상 살갑게 서로의 어깨를 감싸안고 볼을 맞대며 인사하는 '절친(매우 친한)' 사이였다.

하지만 오바마는 그런 메르켈도 완전히 신뢰하진 않았던 것 같다. 2013년 10월 뜻밖의 뉴스가 타전됐다. 미 국가안보국(NSA) 출신이 기밀문서를 근거로 "NSA가 10년 넘도록 독일 총리의 전화 통화를 도청해왔다"고 언론에 폭로한 것이다. 독일 신문 '빌트암존탁'은 NSA 관계자를 인용해 "오바마가 메르켈에 대한 도청 내용을 보고받았으며 도청을 계속하라고 했다"고 보도했다. 이라크 전쟁을 일으킨 전임 부시와 달리 비(非)개입주의 외교 정책 신봉자였던 오바마조차 최우방 지도자의 전화기 도청을 지시할 정도로 살벌한 첩보활동을 계속 벌인 것이다.

사실 오래 신뢰 관계를 쌓아온 동맹 사이라도 첩보전을 벌이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어쩌면 "설마 쟤네가 우리한테 그러겠어"라며 철석같이 믿는 나라가 바보일 것이다. 국제사회의 냉혹한 현실에선 동맹 사이라도 서로에 대한 긴장감을 늦추지 않아야 국익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국제 정치에선 동맹 관계 유지를 위해서라도 상대편의 의중을 꿰뚫고 있어야 한다. "저 나라가 왜 그러는 걸까"라고 물음표를 던지며 이면을 파악해야 한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는 최우방 미국의 군 정보기관에 '빨대'를 꽂고 각종 기밀을 빼내다 걸린 적도 있다.

최근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을 두고 "신뢰해야 협상이 될 것 아니냐" "괜히 발목 잡지 마라"며 '대북(對北) 신중론'을 비판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북한이 같은 민족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 70년간 전혀 다른 정치 체제로 대립해온 것 도 명백한 사실이다. 남북한은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주의의 체제 경쟁 싸움을 벌여왔고, 동맹도 아닌 적대 관계다. 의심하는 게 당연하다. 오히려 제대로 된 '담보' 하나 없이 "믿어야 한다"며 집 기둥까지 뽑아주려는 태도가 더 위험하다. 의심에 의심을 거쳐서 하는 비핵화 검증. 그것이 훗날 어떤 정권이 와도 파기되지 않을 '지속 가능한' 합의의 핵심 조건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7/02/201807020321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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