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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위장된 '평화', 위험한 '평화'
조선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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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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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북한의 주변 맴돌며 처분 기다리는 신세 된 한국
평화협정 맺고 미군 철수하면 동북아 '편 짜기' 구도에서
중국 중심 대륙세에 편입돼 조공 바치는 처지 될 것
 

김대중 고문
김대중 고문
문재인 정부의 대북(對北)·대미(對美) 정책의 방향을 감지하려면 대통령 특보인 문정인씨의 발언을 잘 해석하면 된다. 보기에 따라서 문 특보는 문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이 하기 껄끄러운 발언을 대신해 주는 악역(?)을, 또는 여론을 선도하고 기정사실화하는 역할을 맡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일종의 역할 분담이라고 할까.

문 특보는 사드 배치로 정부가 뭉그적거릴 때 "절차적 정당성에 문제가 있다"며 환경영향평가라는 샛길을 제시했고 정부는 그것으로 명분을 얻고 시간을 벌었다. 그는 문 정부 초기 이미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를 건의했고 5·24 조치의 재정비를 거론했다. 그는 "북한이 핵·미사일 활동을 중단하면 미국의 한반도 전략 자산과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축소할 수 있다"고 대변인인 듯 예언자인 듯 말했다.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현실 진단에 동의한다" "북한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한·미 군사훈련을 일시적으로 중단해야" "북한이 평창올림픽을 체제 선전장으로 쓰려고 한다면 그렇게 하라고 놔두면 된다" "미국의 북한 인권 압박으로는 절대로 답이 나오지 않는다" 등등 문 특보의 발언은 현실에 그대로 반영됐고 트럼프 대통령까지 그의 발언대로 움직인 결과가 됐다.

지난 1년의 대북·대미 정책이 문정인씨의 예견과 예측과 조언대로 이루어진 모양새였다면, 앞으로 방향 전개도 그의 의중과 발언에 기대봄 직하다. 그는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체제 이행을 전제로 하면서 이후에는 "주한 미군 주둔이 정당화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한국 대통령이 주한 미군에 나가라고 하면 나가야 한다"면서 '대통령의 의중'까지 넘겨짚었다.

한·미 동맹에 대해서는 "최선의 것은 동맹을 없애는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다자(多者) 안보 협력 체제 형태로 전환할 것을 주문했다. 문 특보는 "인권 문제를 대북 협상의 전제 조건으로 걸어서는 절대 안 된다"고 했다. 북한의 체제 보장 문제에 대해서도 '3대 세습 수령제' '사회주의 경제 체제' '주체 경제'를 인정해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해서 주한 미군은 철수하고, 한·미 동맹은 와해하고 북한의 인권 탄압과 3대 세습 수령제는 그대로 유지된다면 우리는 도대체 얻는 것이 무엇인가? 우리는 무엇을 위해 그런 안보적 위험과 경제적 대가를 무릅써야 한다는 것인가? '민족끼리'도 맹목적일 수는 없다. 북한 인민이 사람답게 살고 우리도 저들을 도와주며 행복감과 안정감을 느껴야 비로소 '민족'도 가치 있는 것이다.

북한의 문을 열게 하고 북한을 미국과 직접 연결해 대화하게 하고 한반도에서는 긴박했던 무력 충돌의 뇌관을 제거할 수 있었던 것은 문 대통령이 노력한 결과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미·북 정상회담 이후 한국 대통령이 나서서 할 일이 없어졌다. 바통은 김정은과 트럼프에게 넘어갔다. 싱가포르 회담이 20여 일 지났는데도 북한의 '비핵화'는 안갯속이고 미국은 으름장만 놓고 있는데 우리는 훈련 중단 등 무장해제로 가고 있다. 우리는 미·북의 줄다리기, 두뇌 싸움, 오기 경쟁에서 주변을 맴돌며 그들의 처분만 기다리는 신세가 됐다.

지난 1년을 북한 문제에 몰두하면서 내쳐진 국내 경제 문제 즉 일자리 문제, 최저임금과 52시간 근로제 문제, 자영업의 몰락, 외국 투자의 감소, 소비 하락 등등은 대한민국의 삶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 우리가 이런 상태로 어떻게 북한을 도와줄 수 있는지 새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대한민국은 언젠가는 북한 편에 설 것인가, 미국 편에 설 것인가 하는 선택을 강요받게 될 것이다. 국제사회는 편먹기의 싸움터다. 편을 많이 가진, 센 놈을 편으로 가진 나라가 살아남는다. 지금 동북아는 미국·중국·일본 그리고 남북한의 새로운 편짜기가 진행되고 있다. 우리가 북한도 편먹고 미국도 편먹는 일은 점차 불가능해지고 있다. 평화협정 내주고 주한 미군 나가게 하고 한· 미 동맹이 위축된 상황에서는 궁극적으로 중국이 패권을 장악하고 있는 대륙세에 편입될 수밖에 없다.

문정인 특보의 '예언'을 듣고 싶다. 그가 내다보는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떤 것인가? 미국과 북한이 한편이 되고 우리는 한반도의 운전석에서 내몰리고 중국에 조공 바치는 처지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렇다면 지금의 '평화'는 위장된 평화고 위험한 평화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7/02/201807020321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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