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北核은폐 움직임' 우려 확산… 고농축우라늄 특히 숨기기 쉬워
힐 前차관보, 폼페이오 국무 만나 "고농축우라늄 의정서도 받으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訪北)을 앞두고 미국에서 '북한의 핵 은폐 움직임' 보도가 잇따라 나온 것은 미·북 정상회담 이후 지지부진한 비핵화 협상에 대한 경고로 풀이된다. 외교 소식통은 1일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이 과거 핵협상에서 여러 차례 속임수를 썼다는 것을 잊고 지나치게 낙관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며 "이런 과거를 잘 알고 있는 미 정보 당국이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려 하는 것 같다"고 했다.

미 안팎에서는 북측의 핵무기·시설 은폐 움직임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은 만큼 폼페이오 장관이 방북 때 최우선적으로 북핵 신고·검증 리스트와 그 방식에 관해 북측의 명시적 약속을 받아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북한 보유 핵탄두와 핵시설에 관해서는 지금도 추산치만 있을 뿐이다. 미 정보 당국은 북한 핵탄두가 약 65기일 것으로 보고 있고,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10~20기로 추정된다고 했다. 미 국방정보국은 작년 8월 북한이 고농축우라늄(HEU) 758㎏, 플루토늄 54㎏가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지만 정확하지 않다. 핵 시설과 관련해서도 공식적으로 알려진 20곳 외에 비공식적으로 100여 곳의 핵 시설이 있을 것이란 추측만 나온다.

특히 북핵 검증의 가장 큰 장애물은 '고농축우라늄'이다. 플루토늄은 원자로의 열이 위성에 탐지되지만, 우라늄은 원심분리기를 이용하기 때문에 외부 노출 없이 600㎡(약 180평) 실내에서도 제조 가능하다. 플루토늄과 달리 연기, 냄새, 특수물질 배출도 없다. 미 정보 당국은 영변 이외의 우라늄 농축 시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다른 시설이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해 북핵 6자 회담 미측 수석대표였던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지난 30일 VOA 인터뷰에서 "폼페이오 장관을 만나 '핵 시설뿐 아니라 고농축우라늄 프로그램에 관한 완전한 신고서와 검증 의정서를 받으라'는 조언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래야만 과거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2007~2008년 북핵 6자 회담 때 북핵 신고·검증 합의에 실패했던 경험을 가리키는 것이다.

2007년 '10·3 합의'에서 북한은 "핵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정확하게 신고한다"는 데 동의했다. 하지만 이듬해 6월에야 플루토늄 생산량만 적시한 채 고농축우라늄 생산량, 핵탄두 개수 등은 빠진 불완전한 핵 신고서를 제출했다. 당시 힐 전 차관보는 방북 후 본국에 '북핵 시설에 대해 시료 채취 등 과학적 사찰을 벌이기로 북측과 구두로 합의했다'고 보고했지만, 북측 대표였던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6자 회담에서 "내가 언제 그런 합의를 했느냐"고 말을 바꾸면서 6자 회담은 중단됐다. 이 같은 실 패가 되풀이되는 것을 막으려면 핵 신고·검증 리스트와 그 방법에 관한 양국 합의를 명확한 문서로 남겨야 한다는 것이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6·12 미·북 정상 합의문에 '완전한 비핵화'라는 문구가 담겼지만, 검증이 빠진 비핵화는 결국 확인 불가능한 '껍데기'에 불과하다"며 "신고·검증에 관한 합의가 늦어지면 비핵화 협상이 표류할 수도 있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7/02/201807020029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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