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렐 前 CIA 국장대행 인터뷰
 

강인선 워싱턴지국장

마이클 모렐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대행은 지난달 26일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신고하는 단계가 비핵화에 대한 김정은의 진정성을 확인하는 '진실의 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모렐 전 국장대행은1980년부터 2013년까지 CIA에서 33년을 일하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북한 문제에 집중해왔다. 국가 안보와 북핵 문제에 대한 현장 경험까지 겸비한 최고 전문가로 통한다. 모렐은 CIA 부국장 때인 2011년과 2012~2013년 두 차례 국장대행을 지냈다. 현재 국제 문제 싱크탱크인 애틀랜틱카운실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이날 본지 인터뷰에서 "한·미 정보 당국은 북한의 핵 보유 현황에 대해 상당히 잘 알고 있다"면서, "만일 북한의 신고 내용이 이와 크게 다르다면 북한이 뭔가 숨기려 한다는 뜻일 수 있다"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곧 방북해 미·북은 싱가포르 정상회담에 따른 후속 비핵화 협상을 시작하게 된다. 모렐 전 국장대행은 후속 협상이 진전된다면 세 과정이 결정적인 단계라고 봤다. 1단계는 핵무기 프로그램을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신고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만 몇 달이 걸릴 것으로 본다. 1단계가 완료되면 2단계는 북한이 어떤 순서로 핵을 폐기하고, 국제사회는 이에 대한 대가로 무엇을 할 것인지를 정하는 과정이다. 북한은 제재 완화가 초기에 이뤄지길 원하고, 국제사회는 핵무기 프로그램 폐기의 마지막 단계에 하길 바라기 때문에 매우 어려운 협상이 될 것이다. 3단계는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됐을 경우 북이 다시 핵 개발에 나서지 않게 검증과 사찰을 담당하는 사찰 체제를 만드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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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미국 워싱턴 DC의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실 회의실에서 마이클 모렐 전 CIA 국장대행이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모렐 전 국장대행은 “30년 가까이 북핵 문제를 다뤄온 사람으로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근본적으로 바뀌었을 가능성에 대해선 회의적이지만 김정은의 제안을 테스트해볼 필요는 있다”고 했다. /강인선 특파원

모렐 전 국장대행은 "30년 가까이 북핵 문제를 다뤄온 사람으로서 김정은이 근본적으로 바뀌었을 가능성에 대해선 회의적이지만 김정은의 제안을 테스트해볼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의미에서 "미·북 정상회담은 좋은 아이디어였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비핵화 실현 여부와 관련, 정상회담에 응한 김정은의 심리가 중요하다. 그는 "김정은이 핵과 미사일 시험을 다 마친 '강자' 입장에서 싱가포르에 왔다면 핵 포기보다는 핵무기 일부만 제한하는 협상을 하려 할 가능성이 있고, 중국까지 참여한 대북 제재에 시달리다 그걸 풀어 보려는 약한 마음으로 나왔다면 핵 포기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요즘 워싱턴엔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는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가 아니냐고 보는 시각이 있다. 그는 이와 관련, "워싱턴 북한 전문가 대다수는 북한이 절대로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번에는 좀 다를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들의 수가 적지만 조금씩 늘고 있다"고 했다. 이유는 세 가지다. 우선 경제 상황 개선에 대한 김정은의 의지가 진지해 보인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북이 이미 핵과 미사일 노하우를 갖고 있어서 지금 핵 폐기를 해도 나중에 다시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또 김정은이 젊다는 것도 한 이유다. 북한 사회와 경제를 계속 이런 식으로 두고 싶진 않을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모렐 전 국장대행은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직후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얘기한 건 실수였다고 했다. "주한미군은 한·미 간에 논의할 문제이지 북한이나 중국이 관여할 일이 아니다"는 것이다. 그는 "주한미군은 오로지 북한 때문에 한국에 있는 것이 아니라 동아시아 전체의 전략적 중요성 때문에 있는 것"이라면서, "미군이 일본이나 호주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동아시아에서 중국이 지배적 지위를 갖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한·미 군사훈련 일시 중단과 관련, 그는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테스트하기 위해서 이 정도는 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미국이 과거 북한과 협상하면서 식량과 연료 지원 등 되돌릴 수 없는 것들을 줘버린 일이 있지만 지금 북한에 준 일시적인 군사훈련 중단이란 '선물'은 내일이라도 당장 되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모렐 전 국장대행은 '예측불허'인 트럼프 대통령이 언제든 대북정책의 방향을 틀 수 있다고 봤다. 만일 김정은이 핵 포기 의사가 없는 것 으로 확인되면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이 거래에 관심이 없다. 최대 압박 작전으로 돌아가겠다'고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상황이 되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이나 폼페이오 장관도 최대 압박 복귀를 적극 지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들에게 (북한이 핵무기를 일부 보유하게 하는) 부분적인 비핵화 협상은 용납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7/02/201807020029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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