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없는' 향후 22개월이 경제에 매진할 '골든타임'
미래 개척하려면 정권 正體性만 고집 말고 유연하게, 욕 먹더라도 정공법으로 임해야
 

김대기 前 청와대 정책실장 단국대 초빙교수
김대기 前 청와대 정책실장 단국대 초빙교수

올 상반기에는 정치·안보 이슈가 워낙 커서 경제 문제는 우선순위가 다소 뒤처졌다. 이제 북핵 위기가 봉합되고, 평화도 찾아왔으니 앞으로는 경제 문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특히 2020년 4월 총선까지 선거가 없기 때문에 향후 22개월은 경제에 매진할 수 있는 좋은 기간이다.

이 기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현 정부의 경제 성적을 판가름할 것이다. 그런데 전망은 밝지 않다. 지금 전개되고 있는 대내외 환경 변화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험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 트럼프발 무역 전쟁, 중국의 굴기(崛起·우뚝 일어섬), 저출산 등에 따른 인구 절벽 등 하나하나가 '쓰나미'급이다.

상황이 매우 엄중한데 우리는 그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 먼저 미국 금리 인상을 보자. 미국의 조치는 최근 10년간 선진국들이 벌여온 사상 최대의 빚잔치가 끝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등 선진국이 금리를 올리면 신흥국들에 나와 있던 자금이 다시 대거 빨려가 부채가 많은 신흥국에 종종 금융 위기가 발생했다. 우리나라도 금리가 미국보다 낮아지면서 원화 가치가 떨어지고 자금 이탈 불안감이 높아가고 있다.

미국 금리 인상이 적어도 내년까지 지속된다고 볼 때 국내 금리도 오를 수밖에 없다. 이에 제대로 대처하려면 빚을 줄여야 하는데, 우리나라 가계 부채는 금년에도 8%대의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다 지난 수년간 두 자릿수 증가를 보여온 부동산업 대출도 올 들어 19% 가까이 늘어나 3%대에 그친 제조업 대출을 압도한다. 그동안 마구 지어댄 아파트, 빌딩, 심지어 전원주택까지 공급 과잉이 현실화되면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증시에서는 일반 소액 투자자들이 빚내 투자하는 규모가 사상 최고 수준에 이르고 있다. 모두 저금리를 방치한 결과다. 금리 인상이 무서워 미적거리다가 나중에 더 큰 화(禍)를 입을 수 있다.

제조업 위기에 관해서 그동안 숱하게 경고가 울렸지만 별로 개선된 게 없다. 오히려 법인세 인상, 임금 인상, 노동 시간 단축, 규제 확대 등 거꾸로 가고 있다. 반도체를 제외한 거의 모든 분야에서 중국이 우리를 추월했고, 4차 산업 분야에서도 중국이 앞서가고 있다. 앞으로 무엇으로 먹고살아야 될지 걱정이 태산 같지만 정부는 노동·복지와 재벌 개혁에만 몰입하는 것 같다.

소득 주도 성장 정책도 원점에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임금을 올려서 내수 위주로 성장하겠다'는 그런 좋은 전략을 반대할 사람은 없다. 예전 선배들도 몰라서 안 한 것은 아니다. 우리처럼 자원이 없는 국가는 내수 위주 성장이 어렵기 때문에 못한 것이다. 그리고 지금 내수 위주로 성장하기에는 늦었다고 본다. 가계 부채와 인구 절벽 때문에 소비가 살아나기 힘든 구조이다. 경쟁국에 비해 인건비마저 높기 때문에 생산성과 관계없이 임금을 올리다가 제2, 제3의 대우조선, 한국GM 같은 사례가 터질 수 있다.

더구나 내수 경제의 핵심인 부동산 경기가 앞으로 상당한 불황을 맞을 것 같다. 공급 과잉에, 인구 절벽에, 금리 인상에 가계 부채까지 겹치니까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규제를 강화하고 보유세를 중과하는 것은 자칫 꺼져가는 경기에 물 붓는 격이 될 수 있다.

지금 국내 경제 상황은 매우 어수선하다. 체감 경기는 거의 최악인데 노동시간 단축 등 배부른 정책이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이미 일자리 둔화, 자영업 불황, 실업급여 사상 최고 등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자영업이 많은 도소매 음식·숙박업의 경우 올 1분기 취업자가 전년 대비 10만여명 감소한 반면 대출은 오히려 8% 늘었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기업들의 해외 탈출이 이어지면서 국내 경제는 더 어려워질 수 있다.

혹시 북한과 경협이 본격화되면 상황이 호전될 수 있을까? 아직은 시기상조이다. 장기적으로는 몰라도 당장은 우리가 빚내서 북한에 투자하는 만큼 우리 일자리는 더 줄어들 수 있다. 그리고 재정 부담 가중으로 국내 경제는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 맞이하고 있는 경제 환경 변화는 역대급이다. 여하히 극복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미래 도 결정될 것이다. 실패하지 않으려면 정체성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변화의 흐름에 유연하게 올라타야 한다. 서비스업, 4차 산업 진출도 국민 정서를 이유로 더 이상 미루어서는 안 된다. 경제는 정치와 달리 좌우 이념도 없고, 묘수도 필요 없다. 지도자가 욕을 먹더라도 경제 자체만 보고 정도(正道)를 걸어야 한다. 콩 심어 놓고 팥 나오기를 기대하면 안 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7/01/201807010135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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