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당국이 비무장지대(DMZ)로부터 5~10㎞ 거리의 군부대 시설 신축 공사를 잠정 보류했다고 한다. 국방부는 1일 "국방 예산의 낭비를 선제적으로 방지하기 위해 일부 전방 부대를 대상으로 공사 미착공 상태인 신축 사업에 한해 (공사를) 잠정 보류 중"이라고 했다. DMZ 인근 지역에 있는 90~100여 개 부대에서 올해 계획돼 있거나 내년 예산에 반영된 시설 신축 공사를 중단했는데 이 지역에는 DMZ 철책선 경계 부대와 수색대대, 포병대대, 정보부대 등이 배치돼 있다.

국방부는 공사 보류 이유를 "최근 안보 상황 변화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4·27 남북 정상회담 이후 남북 군 당국이 긴장 완화 조치를 협상 중인 상황을 염두에 뒀다는 뜻이다. 북은 지난달 14일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장사정포를 후방으로 철수하는 문제를 언급했는데 이에 상응해 우리도 최전방 전력을 뒤로 물려야 할지 모르니 철거 대상이 될 수도 있는 군사시설의 공사를 중단시켰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위험하고 성급한 생각이다. 평양은 휴전선에서 180㎞ 떨어져 있지만, 서울은 40여 ㎞ 거리에 있다. 우리 군이 서부전선 DMZ 인근 제1방어선 지역에 핵심 병력·시설을 배치해 놓은 것도 이런 공간적 불리함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남북이 최전방 전력을 똑같이 20㎞씩 후방으로 빼자고 하면 언뜻 공평한 것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군사 분계선에서 한참 떨어진 평양의 안보 위협은 큰 변화가 없는 반면 우리 수도권은 사실상 무방비 상태에 빠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안보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남북 화해 분위기에 취해서 전방 병력 후방 철수 얘기를 꺼낸다 할지라도 군은 이런 위협을 설명하며 만류해야 옳다. 그런데 군이 먼저 병력 재배치를 그리며 앞서 나갔다는 것이다.

북이 회담에서 장사정포 철수 얘기를 꺼냈다지만 거기에 어느 정도 진심이 담겨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설사 그렇게 된다 해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일이다. 한·미는 북한이 그동안 체제 위협이라고 주장해온 연합훈련을 중단키로 하면서 선제적으로 긴장 완화 조치를 했다. 그에 대한 상호 조치로 북의 장사정포 후방 철수를 요구하면서 북의 진의를 살펴보면 될 일이다. 군부터 이렇게 설익은 '평화 바람'이 들어 안보 태세를 흩뜨릴 궁리를 한다면 누가 나라를 걱정하며 지킬 것인지 불안하기 짝이 없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7/01/201807010134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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