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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균] 盧가 하려던 것, 盧와 다른 속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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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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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책은 옳았는데 논쟁 벌이다 임기 다 보내"
文 정부 이번엔 속전속결로 나라 틀 통째로 뜯어고쳐
 

김창균 논설위원
김창균 논설위원

문재인 정부가 탈(脫)원전,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5300명 직접고용, 기초연금 인상 및 아동수당 신설 등을 앞세워 국정 운영의 초반 속도를 내던 작년 10월 경제 분야 핵심 관계자를 만났다. "너무 한꺼번에 밀어붙이는 것 아니냐. 우선순위를 정해 속도 조절을 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물었다.

비슷한 걱정을 하고 있으려니 하면서 던진 말이었는데 반응이 의외였다. "노무현 정부 때 그렇게 앞뒤를 재다가 일을 그르쳤다. 로드맵만 그리다가 5년 임기가 끝나 버렸다. 이번엔 그렇게 하지 않는다. 분야별로 정책이 준비되는 대로 시동을 걸 것이다."

문재인 정부를 '노무현 정부 2기'라고 불러도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노무현의 친구이자 최측근이었고 노 정부 사람들이 대거 문 정부로 옮아 왔다. 문 정부 정책들도 노 정부에서 이월된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이 시행했거나 시도했던 일들이다. 부동산 정책은 노 정부 시절 '강남(江南)과의 결투'를 떠올리게 한다. 수요와 공급을 조절해 시장을 달래는 것이 아니라 강남 세력이라 이름 붙인 상상속 투기꾼들과 멱살잡이를 한다. 북핵 폐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종전(終戰)선언부터 하려고 안달하는 모양새 역시 노 정부 때와 판박이다.

문 정부 사람들은 노무현의 의제가 옳았다는 신념과 그 의제를 실천에 옮기는 방식은 서툴렀다는 반성을 공유하고 있다. 그래서 노(盧)가 하려던 일을, 노와는 다른 방식으로 한다는 전략이다.

노무현 정부 때 'NATO 정부'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졌다. '되는 일은 없이 말만 무성하다(No Action Talk Only)'는 뜻의 영어 첫 글자들을 따낸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찬반(贊反)이 격하게 충돌하는 정책들을 펴면서 폭포수처럼 말을 쏟아냈다. 한번 입을 열면 200자 원고지 기준 150매 내외, 거의 소책자를 만들 만한 분량이었다. 그 말들이 촉발한 논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나라가 휘청댔다. 정작 국정은 노 전 대통령이 원하는 방향으로 내닫지 못했다.

문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그 시절을 떠올리며 "나라가 또 시끄러워지려나" 싶었는데 예상이 빗나갔다. 문 대통령 말 때문에 소란스러웠던 기억이 없다. 말 때문에 에너지 낭비를 하는 우(愚)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 성향이 노 전 대통령과 워낙 딴판이기도 하다.

노 전 대통령은 좌우 진영의 정책 담론을 맞세워 경쟁시키면서 국정 방향을 정했다. 안보 문제만 해도 국가안보회의(NSC)는 이종석 차장을 필두로 한 자주파, 청와대 비서실은 반기문 외교보좌관, 김희상 국방보좌관 같은 동맹파를 각각 포진시켜 서로 견제시켰다. 정권 내부 충돌이 빚어지며 요란한 소리를 내기도 했지만 국정의 한쪽 쏠림을 막아준 측면도 있었다.

문 정부엔 노선 다툼이 없다. 적어도 바깥사람 눈에는 그렇게 비친다. 생각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있다 보니 소리 소문 없이 정책이 튀어나온다.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크게 이기자 한층 속도감이 붙었다. 7000억원을 들여 새 원전이나 다름없이 고쳐놓은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한다는 결정이 나왔다. 좌파 진영이 오래전부터 못마땅해 온 '대한민국이 한반도 유일 합법정부' '자유민주주의' 같은 표현들을 교과서에서 '속 시원히' 빼냈다. "보유세는 실현되지 않은 이익에 대한 과세라 인상을 검토하지 않는다"고 한 지 1년도 안 돼서 종합부동산세 인상 네 가지 시나리오도 내놨다.

대통령 집무실에 일자리 현황판까지 만들어 놓은 정권의 일자리 성적표가 역대 최악의 궤적을 그리고 있다. 소득 주도 성장이라는 검증되지 않은 정책 틀에 나라 경제를 억지로 꿰맞추려 한 탓이다. 경제수석, 일자리 수석 두 명을 교체한다고 해서 방향키를 고쳐 잡나 했더니 청와대 설명은 "소득 주도 성장을 좀 더 속도감 있게 펼치기 위해서"였다. 이번에도 정책 방향은 옳았는데 실행에 옮기는 방식이 서툴렀다는 쪽이다.

문재인 정부는 대통령 선거에 이어 지방선거도 압승을 거뒀다. 국정 지지율은 80% 고공행진을 멈출 줄 모른다. 야당은 궤멸 상태고 언론 지형도 친문(親文) 쪽으로 90도 가까이 기울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손뼉을 맞춘 한반도 반전 드라마가 몽롱한 환각 작용을 더해주고 있다. 그러나 김정은이 핵을 뒤춤에 감춘 채 벌이는 평화 공세 효과가 무한정 지속될 수는 없다. 어느 순간 마취 효과가 풀리고 나면 나라 골격을 함부로 뒤틀어 놓은 수술의 후유증이 나타날 수도 있다. 집권 세력은 지금 마음 내키는 대로 나랏일을 요리할 수 있고, 실제 그렇게 하고 있다. 그처럼 거칠 것 없는 여건을 오히려 두려워해야 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6/26/201806260307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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