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이 기술전쟁으로 확전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서로 보복관세의 규모를 키우면서 갈수록 열전(熱戰) 양상으로 치닫는 가운데 펜타곤(미 국방부)도 이 무역전쟁에 뛰어들었다. 중국의 기술 빼돌리기를 차단하기 위해 중국 기업과 미국 대학의 연구협력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에 착수한 것이다. 재무부·상무부 등 경제 부처 주도로 전개되던 미국의 대중 무역전쟁이 이제 국가 안보와 미래 기술패권을 둘러싼 기술전쟁으로 확전되는 양상이다. 미·중 양국은 이미 서로 500억달러 규모의 보복관세 부과 조치를 발표했으며, 미국은 2000억달러 규모 추가 관세 부과를 경고해놓고 있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에릭 추닝 미 국방부 제조공업정책 담당 부차관보는 지난 21일(현지 시각) 하원 군사위 청문회에서 "미 국방부 연구과제를 하면서 중국 기업과도 연구 파트너십을 맺은 미국 대학을 대상으로 중국의 스파이 행위 및 기술 절도 위험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의 핵심은 미국의 혁신 모델은 개방적이어서 경쟁자들이 침투할 수 있지만 중국은 폐쇄 구조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홍콩 명보는 25일 "미 국방부가 미국 대학의 이공계 분야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3만여 명의 중국 유학생이 미국의 국가이익을 침해하는 것이 아닌지도 살펴보고 있다"며 "화웨이 등 중국 기업의 미국 내 활동도 안보 측면에서 주시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마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 등 공화·민주 양당 상원의원 26명은 지난 19일 "군부 관련성을 의심받는 화웨이와의 협력은 국가 안보에 막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며 화웨이와 미국 50여 개 학교의 기술 분야 협력 사업에 대한 조사를 촉구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정부가 첨단 분야 자국 기업에 대한 중국의 투자를 제한하는 초강수도 준비하고 있다고 24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항공우주·인공지능(AI)·로봇 등 중국 정부가 집중 육성 중인 분야의 미국 기업에 대해 중국의 투자를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 방식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긴급국제경제권한법(IEEPA)'을 발동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IEEPA는 미 대통령이 '드물고 예외적인 위협'이 있을 때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북한·이란을 제재하는 데 활용됐다.

이와 관련, 미 재무부는 이번 주 안에 중국 지분이 25% 이상인 기업은 백악관이 '산업적으로 중요하다'고 규정한 기술 분야 미국 기업에 투자할 수 없도록 하는 조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와 별개로 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상무부는 미국의 첨단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되는 걸 차단하기 위해 수출 통제를 한층 강화할 것이라고 WSJ는 전했다.

FT는 "관세보복보다 훨씬 장기적이고 큰 영향을 미칠 중국의 대미 투자 제한조치는 최근 수십 년래 미국의 투자 개방 정책에서 가장 큰 변화"라며 "그 핵심 타깃은 '중국 제조2025'"라고 말했다. '중국 제조 2025'는 우주·AI·로봇·의료·전기차·철도·생명공학·반도체 등 10개 분야에서 세계 강국이 되겠다는 것으로, 이 분야에 대한 대대적인 정부 지원 방안을 담고 있다. 피터 나바로 미국 국가무역위원장은 지난주 "중국은 미국의 미래 산업을 겨냥하고 있다"며 "중국이 이런 미래 산업을 장악하면 미국 경제의 미 래는 없고 국가 안보도 심각하게 위협받을 것이라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 시각) 트위터에 "인위적인 무역장벽과 관세를 부과해온 모든 나라는 그 장벽과 관세를 철폐하라"고 요구하며 "안 그러면 미국에 의해 상호주의 그 이상을 당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전 세계를 향해 무차별적 무역 공세를 경고한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6/26/201806260012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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