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lantic Council·본지 주최 토론… 美 전·현직 관리, 전문가 13인 참가]
"트럼프·김정은 만남 자체는 긍정적… 北 비핵화 진정성은 의심"
"中의 대북압박 기대에 못미쳐… 트럼프 정부를 시험하고 있다"
 

워싱턴의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실'과 조선일보가 지난 21일 워싱턴에서 6·12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을 평가하고 이후를 전망하는 비공개 토론회를 열었다. 워싱턴의 전·현직 관리와 전문가, 본지 특파원 등 13명이 참여했다.

토론자들은 정상회담 그 자체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김정은의 비핵화 진정성에 대해선 여전히 확신하지 못했다. 협상이 실패할 경우 대책 부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다. 토론자들이 속내를 자유롭게 털어놓을 수 있도록 누가 어떤 발언을 했는지 밝히지 않는 '채텀하우스 룰'을 적용해, '익명 지상 토론' 형식으로 소개한다.


▶정상회담 전 두 가지 가능성을 걱정했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두 사람 중 하나, 혹은 둘 다 정상회담장에서 나가버린 후 서로 거친 설전을 주고받는 경우이다. 둘째는 두 사람이 정상회담에서 상세한 합의를 확실하게 하는 것이다. 사실 나는 둘째의 가능성, 특히 북한 김정은은 거의 양보하지 않는데 트럼프가 더 많은 양보를 할 가능성을 오히려 더 우려했다. 다행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대신 비핵화를 목표로 일반적인 합의가 이뤄졌는데, 이게 최선의 결과였다고 생각한다.

▶근본적인 질문은 김정은이 핵무기를 놓고 협상할 의향이 있는지 여부다. 대부분은 김정은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는 이번엔 다른 길로 갈 여지가 있다고 본다. 한때 협상에 냉소적이었던 전직 관리는 김정은이 핵무기를 없애는 협상을 할 수도 있다고 본다. 경제 사정 악화가 김정은에게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고, 핵무기를 없앤다 해도 언젠가 필요할 때 다시 만들 수 있는 기술적 노하우는 북한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북한 비핵화는 핵 프로그램을 국제사회에 신고하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한다. 엄청난 첫 시험대가 될 것이다. 미국은 북한 핵 능력에 대해 상당히 잘 알고 있다. 북한이 지금껏 IAEA(국제원자력기구)에 알리지 않았던 것들을 포함해 핵 프로그램 전체를 정확하게 알릴지가 진정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중국은 북한에 비핵화 이상을 원하지 않는다. 중국에겐 한반도에서 군사 분쟁 가능성을 낮추고 국제적 개입을 통해 북한을 국가로 유지시켜 한반도를 분열시키는 것보다 나은 것은 없다. 한반도를 분단 상태로 둔 뒤 주한 미군이 철수하도록 한국과 미국 여론에 압력을 가하려 할 것이다. 중국은 (대북) 압박이란 측면에선 우리가 원하는 만큼 도움이 되지 않겠지만, 대북 관여란 측면에선 도움이 될 것이다.

▶북한 비핵화에 진전이 있다면, 중·단기적으로 한국에서 "왜 미군이 여기 있나. 미군을 주둔시켜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압력이 나올 것이다. (협상이) 어떻게 되든 미국이 한국과 함께 가는 길은 힘들어질 것이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이후 2007년과 2008년, 2012년 등 3년을 제외하고는 북한에 대한 제재는 늘 (새롭게) 부과됐다. 미국은 제재란 지렛대를 (미·북 정상회담에서)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포기했다. 일명 '최대 압박'이란 대북 정책도, 내 관점에선 아직 최대치가 아니라 온건한 압박이다. 우리는 계속 (북한 관련 영업을 하며) 활동하는 중국 은행들에 이의를 제기하지도 않았다. 나는 중국이 트럼프 행정부를 시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협상에 실패했을 때에 대한 대비가 돼 있는지 묻고 싶다.

▶3년 안에 (협상이) 실패한다고 가정해보자. 내 생각으론 미국이나 북한이 지불해야 할 대가가 특별히 크지 않을 것이다. 가장 대가가 큰 쪽은 한국일 것이다. 동북아의 다른 나라에 끼칠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주한 미군 철수를 미·북 간 협상 대상으로 삼으면서 미국에 의지해온 한국과 일본 등 다른 나라의 신뢰를 크게 약화시켰다. 이것은 엄청난 '트럼프 리스크'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6/26/201806260025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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