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매년 6·25 당일 개최했던 ‘미 제국주의(미제) 반대’ 군중집회를 올해 열지 않기로 한 대신 모든 당원들과 근로자들에게 한국전쟁이 미국과 남한의 무력 침공으로 시작됐다고 주장하는 영화를 집단 시청하도록 지시했다고 미 자유아시아방송(RFA)이 25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평안남도의 한 소식통은 이날 RFA에 “어제 공장내 당 조직이 모든 종업원들에게 퇴근 후 회관에 모여 ‘위대한 조국해방전쟁’이라는 기록 영화를 반드시 시청하라고 했다”며 “공장 당 위원장은 각 직장에 있는 부문 당위원장들에게도 아프거나 집안에 일이 있어 출근하지 못한 당원과 노동자들에게도 통보해 영화 시청에 전원 참석하도록 지시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조·미(미·북) 정상회담 이후 당원들과 노동자들 사이에서 미국에 대한 적대감이 자연스럽게 누그러지고 오히려 미국에 대해 호감을 갖는 현상이 조성되고 있다”며 “이에 중앙에서는 지난해처럼 6·25를 선전하는 요란한 군중시위는 조직하지 않았지만 기록영화를 보게 해 미국에 대한 계급교양의식을 강조했다”고 했다.

소식통은 이어 “오늘 공장기업소 노동자들은 평소보다 두 시간 일찍 퇴근해 문화회관에 모여 기록영화 ‘위대한 조국해방전쟁’ 제1부 ‘미제침략자는 조선전쟁의 도발자’를 시청했다”며 “6·25전쟁은 미제가 사전에 세밀하게 준비해 남조선과 함께 공화국에 대한 무력침공을 개시, 침략자의 본성을 드러냈다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소식통은 또 “아직 6·25 전쟁이 미제와 남조선이 도발한 침략 전쟁이라고 믿는 주민들이 많지만 대학생들과 지성인들은 우리의 남침으로 시작됐기 때문에 사흘 만에 서울을 쉽게 점령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 주민들이 대규모 반(反)미 군중집회를 열고 있는 모습. / 조선일보 DB

앞서 AP통신은 “북한이 한국전쟁 개시일을 기념하는 반(反)미 군중집회를 열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 이은 또 하나의 데탕트(긴장 완화) 신호”라고 보도했다.

북한은 지난해까지 6·25 전쟁 발발 당일인 6월 25일부터 정전협정 체결일인 7월 27일까지를 ‘반제반미투쟁월간’으로 지정하고 다양한 반미 사상 교육과 행사를 개최했다. 특히 지난해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평양시 군중집회에는 10만명의 주민이 참가했고, 반미투쟁월간을 기념하는 특별 우표가 발행되기도 했다.

노동신문을 비롯한 북한 매체들도 이날 미국을 비난하는 내용의 글을 싣지 않았다. 노동신문은 ‘1950년대의 그 정신, 그 투지로’라는 제목으로 한국전쟁 당시 군대와 주민들이 정신력을 발휘했다는 취지의 글을 게재하는 데 그쳤다.

이와 관련, RFA는 평안남도의 또 다른 소식통을 인용해 “올해는 조·미(미·북) 수뇌(정상)회담의 영향때문인지 6월 한 달 노동신문에 미국에 대한 적대 기사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며 “(북한에서도) 지식인들이나 대도시 주민들은 미국을 계급적 원수로 보는 것이 아니라 세계 초강대국으로 인식하고 있는지 오래됐다”고 전했다.

미 백악관은 이날 북한이 반미 군중집회를 올해 열지 않기로 한 데에 “긍정적인 변화”라며 환영했다. RFA에 따르면, 로버트 팔라디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이날 “현재 긍정적인 변화에 엄청난 탄력이 붙고 있다”며 “우리는 추가 협상을 위해 함께 신속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6/26/201806260063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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