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비핵화 진전돼도 한반도에 재래식 무기 위협은 그대로
유사시 韓美 손발 안 맞을수도… 軍 일부 "北에 주도권 넘기는 꼴"
 

한·미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합 연습에 이어 해병대 연합 훈련(KMEP)까지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 UFG는 전면전에 대비해 육·해·공군이 모두 참여하는 대규모 지휘소 연습이지만, 이번에 연기가 결정된 해병대 훈련은 중대급 전술 훈련이다.

이에 따라 미·북 간 북한 비핵화 협상 국면에선 한·미 연합 훈련이 규모나 성격에 상관없이 모두 중단 또는 축소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신원식 전 합참 작전본부장은 "연합 훈련은 군사 동맹의 근간"이라며 "이번 조치로 한·미 군사 동맹이 사실상 해체 수순에 들어갔다는 우려가 크다"고 했다.

◇서북 도서 방어 약화 불 보듯

한·미 해병대 연합 훈련에는 주한 미군이 아니라 일본 오키나와에 주둔 중인 미 제3해병원정군(III-MEF·스리맵)이 참여한다. 이 부대는 유사시 해외에서 가장 먼저 한반도로 출동해 대북 작전과 유엔군 증원군 전개에 필요한 준비 작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 안에 한반도에 도착해 작전이 가능하다.
 

한·미 해병대 훈련의 무기한 중단은 제3해병원정군의 기능과 역할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외교·안보 전략보다 폭격기 출동 비용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트럼프 미 대통령 머릿속에선 제3해병원정군 감축, 나아가 철수까지 검토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전면전 발발 시 한반도로 출동하는 유엔군 병력·물자들의 거점 역할을 하는 일본 내 유엔사 후방 기지의 존속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신원식 전 본부장은 "유사시 미 제3해병원정군의 한반도 출동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미 본토 병력의 증원도 장담할 수 없는 형국이 될 것"이라고 했다.

특히 한·미 해병대는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매년 서북 도서 방어 훈련을 실시해 왔다. KMEP 중단으로 연평도·백령도에 대한 군사 대비 태세 약화도 우려된다.

이번 한·미 해병대 훈련 무기한 연기는 우리 해병대사령부와 미3해병원정군 차원에서 협의 없이 양국 국방부가 결정해 일방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가에선 트럼프가 이번 훈련 중단을 요구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北에 군사 전략 주도권 내주는 꼴"

UFG에 이어 한·미 연합 군사훈련인 키리졸브(KR)·독수리(FE) 연습도 중단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모두 북한의 전면적 남침에 대비한 훈련이다. 하반기 예정된 한·미 해공군 훈련과 특수부대 훈련도 줄줄이 중단 또는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북한의 비핵화가 진전된다고 해도 재래식 무기 위협은 계속되기 때문에 이 훈련들은 앞으로도 필요하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핵 폐기에 실질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데도 한·미 연합 훈련 중단을 미리 결정한 건 군사 전략적 주도권을 북한에 그냥 넘겨준 꼴"이라고 했다. 앞으로 남북 군축(軍縮) 과정에서 북한이 우리 수도권을 위협하는 장사정포 등을 후방으로 철수하겠다면서 우리 측에 더 큰 보상을 요구할 수 있다.

군 내부에선 대규모 연합 훈련 중단이 계속되면 주한 미군은 유명무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주한 미군의 주요 보직은 보통 1~2년 사이에 바뀐다. 1년 동안 연습을 하지 않으면 주한 미군 장교들의 60% 이상, 2년 이상 하지 않으면 90% 이상이 교체돼 훈련 경험자를 찾기 힘들어진다. 유사시 연합 작전 훈련을 위해 존재하는 한미연합사령부 축소와 해체로 이어지고, 장기적으로 주한 미군 철수로 귀결될 수 있다.

◇"한·미 군사 동맹, 해체 수순 들어가"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트럼프가 북한 비핵화라는 문제를 거대한 도박이라고 생각하고, 한국 안보를 판돈으로 올인(All-in)하는 형국"이라고 했다. 그는 "북한이 핵을 미 본토만 위협하지 않겠다는 선에서 한·미 연합 훈련 중단과 주한 미군 철수를 얻어내면 한국 안보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한·미 군사 동맹뿐만 아니라 동맹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야전군에선 "한·미 연합 훈련이 중단되면 한국군 단독 훈련이라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상황은 정반대다. 최근 25~27일 한국군 단독으로 실시될 예정이었던 지휘 소 훈련인 '태극 연습'마저 연기됐다. 전면전에 대비한 한국군 단독 기동 훈련인 '호국 훈련'도 축소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국방부는 국방 개혁 2.0에서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3축 체계'(킬 체인, 한국형 미사일 방어, 대량 응징 보복) 수정을 검토하고 있다. 복무 기간 21개월→18개월 단축(육군 기준)도 그대로 추진하고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6/25/201806250018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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