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北회담 후속 협상 지지부진
北 '폼페이오 방북' 계속 무시하고 중국 가서 시진핑과 '작전회의'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후 10여일이 지나도록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양국 간 후속 협상이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9~20일 중국에 가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전략·전술적 협동'을 논의했지만, 그 전에 이미 공개적으로 방북 의사를 밝힌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에게는 후속 협상 파트너조차 통보하지 않았다. 대신 비핵화 본질과 거리가 있는 '미군 유해(遺骸) 송환' 카드로 시간을 끄는 모양새다. 비핵화 협상이 김정은이 의도한 시간표대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기약 없는 비핵화 후속 협상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속도를 내지 않자 미국의 대표적인 대북(對北) '매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다시 전면에 나섰다. 볼턴은 20일(현지 시각) 폭스 뉴스와 인터뷰에서 "늘어지고 지연되는 회담은 없을 것"이라며 "우리는 빨리 (비핵화 협상에) 움직이고 싶다. 북한도 진지하다면 빨리 움직이길 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김정은이 수십 년 동안 개발해온 핵무기 프로그램과 생화학무기, 탄도미사일을 포기할지에 대한 결정적이고 극적인 선택을 마주하고 있다"며 "그들(북한)은 완전한 비핵화를 원한다고 말했고, 이제 그것을 어떻게 달성할지에 대해 이야기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미·북 대화 국면에서 한발 뒤로 빠져 있던 볼턴이 다시 등장한 것은 북한의 시간 끌기에 '경고장'을 날릴 시점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18일 "너무 늦기 전에 (북한에) 가야 할 것 같다"며 비핵화 후속 협상을 위해 조속한 방북을 원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북한은 구체적인 협상 재개 일정을 제시하지 않았고, 폼페이오와 협상할 고위급 대표 명단도 통보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도 20일 '북한이 비핵화에 나서는 정황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나는 아는 바가 없다"고 했다.

베이징 北대사관 찾은 김정은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일 중국 베이징 주재 북한 대사관을 방문해 대사관 관계자들의 박수를 받으며 웃고 있다. 김정은 오른쪽 뒤는 부인인 리설주 여사. 김정은이 중국 방문 중 자국 대사관을 직접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베이징 北대사관 찾은 김정은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일 중국 베이징 주재 북한 대사관을 방문해 대사관 관계자들의 박수를 받으며 웃고 있다. 김정은 오른쪽 뒤는 부인인 리설주 여사. 김정은이 중국 방문 중 자국 대사관을 직접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반면 김정은은 중국이라는 '보험'을 확보하며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다. 김정은과 시진핑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단계적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외적으로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21일 "모든 것을 단번에 이루자고 하면 반대파의 역공세를 촉발할 수 있는 만큼, 북·미 정상회담에서 확인된 단계별, 동시 행동의 원칙에 따라 밀고 나가야 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 에번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수석부차관보는 이날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북한의 전략은 협상을 최대한 지연시켜 핵보유국 지위를 계속 유지하고, 궁극적으로는 미국의 암묵적 인정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북, 20·21일 판문점서 유해 송환 실무회담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 유해 송환 합의를 홍보하는 데만 열을 올리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 미네소타주(州) 덜루스에서 열린 지지자 대상 유세 현장에서 "우리는 (북한으로부터) 위대한 전사자 영웅들의 유해를 돌려받았다"며 "사실 이미 오늘 200구의 유해가 송환됐다"고 했다. 미군 유해 송환은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포함된 내용이다. 그러나 트럼프 말대로 유해가 이미 미국 측으로 송환된 것은 아니며, 북한 내에서 미국 실무자들이 송환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북은 20·21일 이틀간 판문점에서 유해 송환 관련 실무회담을 열었다고 한다. 외교가에서 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미·북 회담 성과를 지지자들에게 과시하기 위해 '이미 송환됐다'고 과장해서 말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가 나온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수일 내에 미군 유해를 판문점을 통해 미국 측으로 인도할 예정이다. 미군은 오산 공군기지에서 추념 행사를 진행하고 유해를 하와이로 옮겨 신원 확인 작업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6/22/201806220030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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