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원 상무회의 영세기업 지준율 인하 언급...4월 이어 은행 지준율 추가 인하 유력
소비⋅투자 동반 둔화 중소 금융사⋅기업 자금난 키운 부채 축소 리스크 부각

중국 정부가 은행 지급준비율을 두달 만에 또 다시 내리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 주재로 20일 열린 국무원 상무회의에서 영세기업 융자난 해결을 위해 결정한 5대 조치 가운데 하나가 은행의 영세기업 시장 개척을 지지하고 지준율 인하 등 통화정책 수단을 운용해 영세기업에 대한 대출 공급 능력을 키운다는 것이다.

중국 인터넷매체 ‘신랑’은 이를 두고 영세기업에 대한 자금 투입 확대를 언급한 국무원 상무회의후 닷새만에 지준율 인하를 발표한 올해 4월 상황과 비슷하다며 수일내 올들어 2번째 은행 지준율 인하가 단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고 전했다.

특히 미국이 중국 2위 통신장비업체 ZTE에 대한 제재를 발표한지 하루 뒤인 4월 17일 은행 지준율을 2016년 2월 이후 2년만에 1%포인트 내린 때와 지금의 상황도 비슷하다. 미중 무역마찰이 통화정책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그렇다. 국무원이 이번에 기업 자금난 대책을 내놓은 것은 지난 1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간 2000억달러에 이르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10% 추가관세 부과를 예고한지 이틀만이다.

미국의 금리인상 이후라는 점도 닮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는 기준금리를 지난 3월 0.25%포인트 올린 데 이어 6월 13일 0.25%포인트 추가 인상했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중국을 비롯한 신흥금의 자본유출 우려를 키운다.

중국도 금리를 올려야 미국 금리인상발 자본유출에 대응할 수 있지만 되레 지준율 인하에 나선 것이다. 중국에서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을 위한 그림자금융 규제 강화로 시중 자금이 위축되고, 경기 지표가 예상치에 못미친 배경과 무관치 않다.
 
중국의 부채 축소로 지방의 중소 금융사와 기업의 자금난이 심화되면서 소비와 투자 증가세가 동반둔화되고, 미중 무역전쟁까지 덮치면서 중국 경제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우한=오광진 특파원

부채 축소를 얘기하면서 지준율을 잇따라 내려야하는 인민은행의 딜레마는 중국 경제에 끼고 있는 먹구름을 보여준다. 금융 리스크 억제를 위한 부채 축소 정책이 지난 5월 투자와 소비 증가세 동반 둔화란 역풍을 낳고 있는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미중 무역전쟁 및 미국 금리인상이 겹치면서 부채 축소가 중국 경제를 흔들 리스크로 부각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금융리스크 억제 및 △탈빈곤과 함께 3대 주요 전투로 지정한 △환경단속 강화도 단기적으로 중국 경제의 성장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중국은 지난 11일 사상 최대 규모의 환경감찰에 돌입해 문을 닫거나 생산에 차질을 빚는 공장이 속출할 것으로 우려된다.

♢중국 경기둔화 부채축소 리스크 부각
 
중국의 5월 소매매출은 3조 359억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8.5% 증가했다. 2003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올들어 5월까지 고정자산투자는 21조 6043억위안으로 6.1% 증가에 머물렀다. 1995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낮다.

19일 상하이종합지수가 2016년 9월 이후 처음으로 3000선 밑으로 급락한 배경엔 트럼프 대통령의 2000억달러 중국산 수입제품 관세폭탄 예고와 함께 이같은 경기지표 악화도 있다. 이강(易纲) 인민은행 총재가 관영 상하이증권보와 19일 저녁 긴급 인터뷰를 통해 중국 경제 펀더멘털이 양호하다며 투자자들에게 냉정을 유지하라고 촉구했지만 상하이종합지수는 20일에도 장중 2년래 최저수준으로 밀렸다가 0.27% 상승으로 마감했다.

중국은 증시를 부채를 줄일 수 있는 직접금융 확대 수잔으로 키우고 있어 증시 불안이 지속되면 부채축소 정책이 차질을 빚게 된다. 은행 대출에 이어 자본시장까지 냉각되면 중국 경제성장을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자본시장 불안은 증권과 은행 같은 금융업 개방 속도를 늦추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시장 개방을 요구해온 미국의 불만을 키워 미중 무역전쟁을 고조시킨다. 일각에선 “미중 무역전쟁이 금융전쟁 자원전쟁으로 확대되는 걸 배제할 수 없다”(런저핑 헝다경제연구원 원장)는 관측도 내놓는다.

소비와 투자 둔화 배경엔 부채 축소 정책이 있다. 마오성용(毛盛勇) 국가통계국 대변인은 소비 증가율 둔화와 관련, “단오절 사흘 연휴가 작년에는 5월에 있었지만 올해는 6월에 있어 연휴소비 효과가 올 5월에 반영안된데다 7월1일부터 자동차와 일부 일용제품에 대한 수입관세를 내리면서 많은 소비자들이 소비를 늦췄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가계 부채 축소에 나서는 것도 소비위축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은행이 부채비율 높은 금융사에 대한 대출 만기 연장을 거부하는 것도 리스 등 소비자금융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방정부 부채 축소는 고정자산투자 증가세 둔화의 주요인으로 꼽힌다. 마오 대변인은 지방정부 부채 등 금융리스크 억제를 투자 둔화 요인중 하나로 지목했다. 지방정부가 부채를 끌어다 주도하는 인프라 투자가 올들어 5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9.4% 증가에 머물러 1~4월 증가율 대비 3%포인트 둔화된 게 이를 말해준다.

♢부채 축소 속도조절 목소리 커져

하지밍 중국금융40인포럼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무역적자를 1000억달러 줄이는 정책을 강행할 경우 중국 성장률을 0.8%포인트 끌어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장지웨이 도이체방크 이코노미스트는 “무역 전쟁이 지금보다 더 악화된다면 중국 당국자들은 어쩔 수 없이 금융완화에 나서야 할 것”이라면서 “이는 현재의 부채 축소 및 금융리스크 관리 정책을 지연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당국은 부채 축소가 성과를 내고 있다고 자평하지만 중소 금융사들과 기업들은 자금난을 호소한다. 금융에서 실물경제로 흘러간 자금을 의미하는 사회융자 증가액이 5월 7608억위안으로 예상치(1조 3000억위안)과 전달(1조 5605억위안)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3023억위안 줄었다.

5월 위안화 신규대출도 1조 1500억위안으로 전달(1조 1800억위안)과 예상치(1조 2000억원)를 모두 밑돌았다. 5월말 총통화(M2) 잔액이 174조 3100억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8.3% 증가했다. 1년 전에 비해 0.8%포인트 둔화된 것이다.

그림자금융 억제도 기업의 자금난을 부채질하고 있다. 68개 신탁회사가 위탁한 자산은 3월말 현재 25조 6100억위안으로 작년 12월말 대비 2.41% 감소했다. 신탁자산이 전분기 대비 감소한 것은 2년만에 처음이다.

류동량 자오상은행 자산관리부 애널리스트는 “새로운 자산관리규정 시행 등 그림자금융 규제로 채권 디폴트가 늘고 있다”며 “사회융자가 계속 저조하면 중국 경제의 성장모멘텀이 지속되기 힘들 것”으로 우려했다. 류 애널리스트는 “신용긴축은 기업융자난을 낳고, 이는 디폴트를 늘리고, 이는 다시 부실을 우려한 금융기관의 긴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채증가라는 금융리스크를 제거하는 리스크가 커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미국의 금리인상과 감세로 중국의 자본유출 압력이 존재한다.” (재경) 부채 속도 조절론이 고개를 드는 배경이다.

♢사상 최강 환경단속 돌입...공장 폐쇄 속출 우려

자오잉민(赵英民)중국 생태환경부 부부장(차관)은 20일 정책설명회에서 ‘푸른하늘 지키기 전쟁(藍天保衛戰) 승리 3년 액션플랜’을 금명간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13일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국무원 상무회의를 주재하며 20년 이상 노후 선박 퇴출과 유로 6보다 엄격한 배출가스 기준이 적용된 디젤유 내년초 전면 공급, 중점 지역에서의 철강 알루미늄 신규증설 금지 등 이 액션플랜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정복영 주중한국대사관 환경관은 “지난해말로 끝난 4년여에 걸친 대기오염 방지 액션플랜(약칭 대기 10조)의 뒤를 잇는 것”이라며 “지난 5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전국 생태환경보호대회에서 대기 수질 토양 오염방지 3대 액션플랜을 시행하라고 지시한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환경관은 “푸른 하늘 지키기 전쟁의 일환으로 생태환경부가 이미 지난 11일부터 역사상 가장 최대 규모의 환경감찰을 시작했다”며 “내년 4월 28일까지 진행될 감찰 대상지역에 상하이를 중심으로 한 창장(長江)삼각주가 추가되고 환경감찰 인력도 1만 8000여명으로 작년의 3배가 넘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지난 한햇동안만 5600여명의 감찰인력이 동원돼 17만 9000개사에 대해 공장 폐쇄와 환경시설 확충 등 시정조치를 취했다. 이 과정에서 한샘이 베이징의 가구 공장 문을 닫고 쑤저우로 옮기고, 한국 자동차 핸들(스티어링휠) 1위 업체 대유신소재 베이징 공장이 생산정지 명령을 받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현지 진출 한국 기업들이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보복보다 무섭다고 한 환경단속 강화는 장기적으론 호재지만 단기적으로는 성장률 둔화를 야기할 악재로 꼽힌다. 부채 축소로 인한 경기둔화와 미중 무역전쟁이 겹치면서 환경단속 강화에 따른 경기둔화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경제 발목 잡는 정치...북핵-미중 무역전쟁 악순환 우려

트럼프 대통령은 2000억달러 관세폭탄을 중국에 경고한 성명 말미에 “나는 시진핑 주석과 훌륭한(excellent)관계를 맺고 있으며 우리는 많은 이슈에서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일방적인 무역보호주의 조치가 북핵의 미중 협력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건 현실적이지 않다”(라이언 하스 브루킹스 연구원)는 지적이 적지 않다.

미국 CNBC는 전문가를 인용해 중국은 대미 수입규모(1299억달러)보다 수출규모(5055억달러)가 월등히 크다는 점에서 보복 관세로 정면 대응하는 것 외에 다른 카드를 동원할 것이라며 애플 보이콧, 미 국채매각, 위안화 절하 등과 함께 대북 제재 완화를 가능한 수단으로 꼽았다. 시진핑 주석이 19~20일 방중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의 경제건설을 지지한다는 종전 발언을 거듭 확인하면서 이같은 관측이 힘을 받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은 남중국해 대만문제에서도 충돌하고 있다. 정치외교적 이슈가 미중 무역전쟁이라는 경제이슈와 겹치면서 자칫 미중 관계가 악순화에 빠져들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세계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중국 경제가 흔들리는 건 세계 경제에도 악재다. 중국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이 12조달러로 전세계 경제에서 15%를 차지해 미국에 이어 2위를 차지했지만 세계 경제성장 공헌도는 30%로 1위를 기록했다. 중국에서 지난 한해 늘어난 GDP 규모가 1조 2000억달러로 2016년 호주 GDP에 해당한다는 통계도 있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중국의 세계 소비시장 성장 연평균 공헌도 역시 23.4%로 미국(23%) 유로권(7.9%) 일본(2.1%)을 웃돌았다. 특히 올들어 4월까지 중국 수출에서 외자기업이 차지한 비중은 42%에 달했다. 중국 수출이 흔들리면 외자기업이 직격탄을 맞는 구조다.

“미국이 중국에 대해 갖는 무역적자 가운데 미국 기업이 가져가는 보이지 않는 미국의 수입을 감안하면 미중 무역적자가 미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에서 0.8%로 줄어든다”(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지적도 미국의 관세폭탄이 미국 기업에 악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과 중국이 각각 500억달러에 이르는 상대국 제품 가운데 340억달러어치에 해당하는 품목에 대해 내달 6일부터 25% 추가관세 부과를 개시하기로 해지만 양국 무역전쟁은 이달 30일 1차 고비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재무부는 이달 30일 ‘산업적 으로 중요한 기술’을 중국 기업이 확보할 수 없도록 중국 기업의 미국 기술기업 투자를 제한하는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중국 정부는 자동차 증권 은행 등의 외자 지분 한도 폐지를 위한 로드맵을 발표한데 이어 이달 30일 이전에 새로운 외국인 투자 네거티브 리스트를 통해 에너지 자원 기초시설 등에서 외자 지분 제한을 푸는 조치를 공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6/21/201806210150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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